내년 공시가 현실화율 동결에 ‘찐부자’들만 웃는다는데…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r2ver@mk.co.kr) 2023. 11. 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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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이 동결됐다.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 서울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은 상승 전환이 확실해져 유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서울 정동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열고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고정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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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내년도 부동산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이 동결됐다. 하지만 시세 연동으로 서울지역 상당수 집주인이 내야 하는 보유세는 소폭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올해 들어 줄줄이 신고가를 기록한 일부 고가주택 소유자들의 보유세 규모는 축소되면서 사실상 부자 감세의 일환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5.74%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3.42% 올랐다.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 서울 공동주택 평균 공시가격은 상승 전환이 확실해져 유주택자들의 보유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

서울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소유주는 내년 보유세 추정액이 281만원으로 올해 추정 납부액(253만원)보다 약 10% 상승한다. 내년 공시가격이 12억원을 넘어서면서 종합부동산세 납부 대상이 된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용 82㎡를 보유한 1주택자의 보유세는 올해 439만원에서 내년 633만원으로 44% 가까이 뛸 것으로 추정된다. 시세 상승의 영향으로 공시가격이 올해 15억1700만원에서 내년 20억3310만원으로 조정되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는 전날 서울 정동 국토발전전시관에서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를 열고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올해 수준으로 고정하기로 했다. 유형별로 공동주택이 69.0%, 단독주택이 53.6%, 토지가 65.5%로 모두 올해와 같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율 계획상 설정된 현실화율과 평균적으로 비교하면 공동주택은 6.6%포인트(p), 단독주택은 10.0%p, 토지는 12.3%p 낮은 수준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동결되면서 고가주택 보유자들이 수혜 대상이 됐다. 서울 서초구 반포자이 전용 84㎡의 보유세는 올해 883만원에서 내년 862만원으로 소폭 줄어든다. 서울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 전용 113㎡는 올해 보유세로 1699만원을 냈지만 내년에는 1624만원을 내게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4.45% 줄어든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한양3차도 보유세가 감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압구정 한양3차 전용 161㎡는 지난 8월 53억원에 거래돼 직전 최고가(36억원)를 경신한 바 있는 대표적 고가단지다.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변동성이 줄어드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제대로 된 공시가격 현실화 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부가 연말에 임의로 현실화율을 결정하는 땜질 처방을 반복하게 되면 조세 예측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지방자치단체의 재원 부족으로 서민들이 복지 축소 피해를 보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초고가·초호화 주거시설 보유자들이 감세 혜택을 보는 구조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시세가 급격히 오른 상황에서 현실화율이 고정되면 시세와 공시가격이 벌어진다”며 “세수가 부족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실정에 적절한 보유세를 도출할 수 있는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현실화율 동결로 시장 변동성을 줄이는 안정 효과가 기대된다”며 “다만 자산 소득 양극화 현상 해소에는 역행하고 내년 세수 결손도 방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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