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패 예고됐던 미래에셋리츠 유상증자… 목표액 절반도 못 모아

김남희 기자 2023. 11. 22.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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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그룹 산하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유상 증자를 통해 574억 원을 조달하려던 계획이 기존 주주와 일반 투자자의 냉담한 반응 속에 실패로 끝났다.

연초 대비 주가가 거의 반토막 난 상황에서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기존 주주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으로 유상 증자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주주 사이에선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미래에셋증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증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상 증자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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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주주 청약률 28.96%, 일반 공모 청약률 19.80%
유증 목표액(574억) 절반 못 미치는 247억 조달 그쳐
유증 실패로 400억 담보 대출 철회...물류센터 매입 난항
미래에셋그룹.

미래에셋그룹 산하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유상 증자를 통해 574억 원을 조달하려던 계획이 기존 주주와 일반 투자자의 냉담한 반응 속에 실패로 끝났다. 기존 주주의 유상 증자 청약률은 29%에 불과했고, 여기서 발생한 실권주 대상 일반 투자자 청약률은 20%에 못 미쳤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목표액의 절반이 안 되는 247억 원을 끌어오는 데 그쳤다.

대규모 청약 미달은 예견된 바다. 연초 대비 주가가 거의 반토막 난 상황에서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기존 주주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조건으로 유상 증자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물류센터(아카데미 휴스턴) 매입을 위해 이번 유상 증자를 진행했다. 해당 자산 지분 100%를 매수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유상 증자를 통한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면서 매입 지분율을 낮춰야 할 상황을 맞았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유상 증자 최종 청약률이 43.03%로 집계됐다고 22일 공시했다. 앞서 15~16일 진행된 구주주(기존 주주) 청약엔 28.96%만 참여했다.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자산운용과 관계사 미래에셋증권 외에 NH투자증권·하나캐피탈·코람코자산운용 등 지분 5% 이상을 가진 기관 투자자가 대거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0~21일 구주주 청약 실권주(1741만1900주)를 대상으로 한 일반 공모 청약률도 19.80%에 그쳤다. 청약 당시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주가는 2400원 안팎으로, 신주 발행가(2340원)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주주가 아닌 사람이 굳이 유상 증자 참여를 통해 주식을 살 유인이 낮았다. 신주 발행에 따른 지분 가치 희석과 신주 상장 후 주가 하락 가능성도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구주주·일반 공모 청약 후에 남은 주식 1396만4060주(신주 발행 물량의 56.97%)는 미발행 처리한다”고 밝혔다. 이번 유상 증자는 주관사(신한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DB금융투자)가 실권주를 인수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개 유상 증자 때 대표 주관사가 미청약 잔여 물량을 떠안는 것과는 딴판이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다른 수단을 동원해 추가 자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아카데미 휴스턴 물류 시설 지분 전부를 매입하는 계획이 어그러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유상 증자와 담보 대출로 매입 자금 일부를 조달하려고 했다. 유상 증자로 574억 원, 담보 대출로 400억 원을 조달하고, 매도인의 기존 대출(1482억 원)을 인수해 자산 매입에 필요한 2606억 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초 유상 증자로 750억 원을 끌어오려 했으나, 주가 하락으로 신주 발행가가 두 차례에 걸쳐 2340원까지 낮춰지면서 총 모집 예정액은 573억5340만 원으로 줄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앞서 9월 엘비자산운용대출펀드와 올해 12월부터 18개월간 연 6.5% 이자로 400억 원을 차입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유상 증자 청약 저조로 담보 대출 계약을 무효화했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22일 오후 “목표 대비 유상 증자 청약 대금 납입 저조로 인해 대주단과 합의된 사항에 따라 400억 원 자금 차입 계획을 전면 철회하고자 한다”고 공시했다.

최창훈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표이사 부회장.

주주 사이에선 미래에셋글로벌리츠가 미래에셋증권의 부담을 덜기 위해 증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상 증자를 밀어붙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지난해 6월 아카데미 휴스턴을 포함한 11개 자산 편입을 위해 4600억 원 규모 유상 증자를 결정했다가, 바로 다음 달 주식시장 급락 등을 이유로 철회한 바 있다. 그보다 두 달 전인 지난해 4월 미래에셋자산운용 산하 ‘미래에셋맵스미국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18호’와 미래에셋증권(미국 법인)이 해당 포트폴리오를 먼저 사 둔 상태였다. 미래에셋증권이 이를 빨리 털어내려는 목적으로 미래에셋글로벌리츠 주주에게 손실을 떠넘겼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미래에셋글로벌리츠는 유상 증자를 재추진하면서 ‘주주 우선 공모’란 드문 방식을 택해 주주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 방식에선 신주 인수권이 없어 기존 주주는 유상 증자 청약을 하지 않을 경우 신주 인수권을 매도해 일정 부분 보상을 받을 기회 자체를 갖지 못한다. 주주 의사와 상관없이 희생을 강요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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