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북한 위성 기습발사에 9·19군사합의 즉각 정지

[서울=뉴시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1일 오후 10시 42분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진행된 '천리마-1'형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탑재한 신형위성운반로케트 발사를 현지에서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가 22일 보도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3.11.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가 22일 9·19남북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했다. 전날 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예고한 기간보다 이르게 기습발사 한 것에 즉각 대응한 것이다. 남북합의 중 처음으로 우리 측이 이행 중단 선언을 했다는 점, 핵심 조항이 효력을 잃었다는 점에서 군사합의를 사실상 파기한 강경대응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전날 밤 10시 43분께 북한이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쏘아 올린 발사체를 포착했다. 북한은 애초 국제해사기구(IMO)에 22일 0시부터 내달 1일 0시 사이 위성 발사를 통보했다. 예고기간 1시간여 전에 기습적으로 위성을 발사한 것이다. ▶ 4면

북한은 이후 3시간여 후에 선전매체를 통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하는 사진을 게재하며 위성 발사가 성공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근시일 내 위성 운용을 시작하겠다고 했지만, 위성의 궤도 안착과 작동 가능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번 발사에 앞서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 위성 발사는 모두 실패로 돌아간 바 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영국 국빈방문 중임에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고 군사합의 효력정지 추진을 결정했다. 이후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무회의를 주재해 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정지 안건을 의결했고, 윤 대통령은 곧바로 비준했다. 국방부는 오후 3시부로 군사합의 1조 3항 효력이 정지돼 군사분계선(MDL) 일대 비행금지구역에 대북 정찰·감시활동을 재개한다는 설명을 내놨다.

258건에 달하는 남북이 문서로 채택한 합의 중 우리 측이 먼저 이행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은 이번 군사합의 효력정지가 최초다. 거기다 군사합의 근거가 되는 남북관계발전법상 애초에 파기 규정이 없는 가운데 MDL 정찰·감시를 제한하는 핵심적인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킨 만큼 사실상 파기한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는 그간 북한이 위성 발사를 감행하면 군사합의 효력을 정지할 수 있다고 경고해왔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순방 중인 상황임에도 즉각 결정한 건 그만큼 단호한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실질적으로 고도화시킬 수 있는 정찰위성의 존재, 거기다 러시아가 기술자문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져 국제사회 차원에서 엄중하게 보고 있는 사안이라서다.

[런던=뉴시스] 전신 기자 =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영국 의회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3.11.22. photo1006@newsis.com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