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인사들 "9.19 합의 약화 조치 중단" 촉구
정부가 북한의 군사 정찰 위성 발사에 대응하는 조치로 2018년 평양 남북 정상회담 계기에 체결됐던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에 대한 효력 정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에 남북 접경 지역에서의 감시 및 정찰 활동이 빈번해지면서 예기치 않은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는 등 한반도의 긴장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은 브리핑을 통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9.19 군사합의 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정지를 결정했고 이 결정은 오늘 (오전) 8시에 개최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며 "이에 따라 정부는 국무회의 및 대북통지 등의 절차를 거쳐 오늘 15시 부로 9.19 군사합의 1조 3항을 효력정지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9.19 합의 1조 3항은 남북 군사분계선 상공에서 모든 기종의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으로, 고정익 항공기의 경우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동부전선지역은 40㎞, 서부전선지역은 20㎞까지를 비행금지구역으로 정했다. 회전익 항공기의 경우 군사분계선으로부터 10㎞, 무인기는 동부지역에서 15㎞, 서부지역에서 10㎞로, 기구는 25㎞로 금지구역을 정했다.
허 실장은 정부와 국방부의 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각종 도발로부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필수 조치이며 북한의 도발에 대한 상응한 조치이고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라고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군사 정찰 위성 발사가 "우리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 행위"라며 "남북이 체결한 다수의 합의뿐만 아니라 9.19 군사합의도 의도적·반복적으로 위반하여 유명무실화시켜 온 것처럼 남북 간 합의 준수에 대한 그 어떤 의지도 없다는 것을 또다시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허 실장은 "9.19 군사합의로 인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접경지역 북한군 도발 징후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정찰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까지 발사하여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 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며 합의 효력 정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앞서 20일 강호필(중장) 작전본부장의 '北 군사정찰위성 발사 대비 합참 대북 경고 메시지'를 통해 북한이 위성을 발사할 경우 9.19 합의 효력을 정지하겠다고 사실상 예고한 바 있다. 실제 정부는 발사 직후 런던에서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이어 22일 임시 국무회의를 통해 효력 정지를 확정했다.
정부가 남북 간 합의 중 일부의 효력을 정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북한에 효력 정지 의사를 어떻게 전할 것이냐는 질문에 국방부 고위관계자는 남북 간 통신선이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언론을 통해 설명한 것으로 갈음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정부는 9.19 합의를 파기하는 방안보다는 6개 조 22항 중 하나의 조항에 대해서만 효력 정지를 결정하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또 한덕수 국무총리는 효력 정지 기한을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로 설정하는 등 상황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출구를 마련해두기도 했다.
한 총리는 이번 결정에 대해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한 조치이자 최소한의 방어 조치"라며, "북한은 하루빨리 도발을 멈추고 남북 공동 번영의 길로 나와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남한이 먼저 효력 정지를 선언할 경우 북한이 스스로 군사 행동을 제어할 수 있는 명분을 없애는 효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북한의 군사 행동에 날개를 달아주며 한반도 긴장이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합의를 도출해 냈던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을 맡았던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는 (사)한반도평화포럼과 포럼 사의재, 합의 당시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국회의원을 비롯해 고민정, 김승원, 김영배, 김의겸, 김한규, 문정복, 민형배, 박상혁, 박영순, 신정훈, 윤영덕, 윤영찬, 이용선, 이원택, 이장섭, 정태호, 진성준, 한병도, 한준호 의원 등은 이날 '북측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정부의 9.19 군사합의 효력 일부 정지 방침에 대한 입장'을 통해 이같은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유엔안보리 결의안 위반에 해당하는 북측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규탄하며, 우리 정부도 한반도 평화의 안전핀인 9.19 군사합의를 약화시키는 조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9.19 군사합의는 남북 간 접경지역 일대에서의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상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실제적인 평화조치를 구체적으로 합의한 합의"라며 "그러나 북측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우리의 9.19 군사합의 효력 일부 정지로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과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고조되고, 이는 다시 전체 군사합의 폐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기 위한 최후의 안전장치가 무력화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부가 효력 정지 조치를 취한 조항에 대해 "우리 군의 드론과 공중 정찰자산이 휴전선 일대에서 비행정찰을 해야만 북의 군사적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가? 우리 군의 정찰역량이 이정도 밖에 안 된다는 말인가?"라며 "그동안 정찰역량 강화를 위해 투입된 군 예산은 소용이 없었단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이번 북한의 군사정찰 위성 발사가 주목되는 이유는 북한과 러시아의 전략적 협력이 강화된 이후에 이루어 졌다는 사실"이라며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해 북한의 위성 발사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가 흔들리고 있는 이때, 정부는 한반도의 군사적 안정을 도모하는 9.19 남북군사합의의 중요성을 제인식해야 한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해야 한다"며 "북한도 더 이상 긴장이 고조되지 않도록 이 회담에 나와야 한다. 최근 미국과 중국도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고위급 군사대화에 합의하였다"고 밝혀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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