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섭 검사 처남댁 "대기업 임원 이름 대고 리조트 이용"...이재명 "완전 무법천지"

원다라 2023. 11. 2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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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리조트에서 무료 숙박·식사 제공해
처남 마약 신고 후 휴대폰 SD카드 사라져
이재명 "완전 무법천지...슬픈 오늘의 현실"
대전고검 검사로 20일 직무대리 발령된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 뉴시스

이정섭 수원지검 2차장검사의 비위 의혹을 제보한 처남댁 강미정씨가 방송에서 가족들이 대기업 임원으로부터 리조트 접대를 받은 정황을 밝혔다. 또 이 검사가 남편(이 검사의 처남)의 마약 수사 과정에도 영향력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아저씨로 부르던 A임원, 밥값과 리조트 비용 대납

21일 김어준의 뉴스공장 인터뷰에서 이정섭 2차장검사의 처남댁 강미정(40)씨가 '리조트 접대 의혹'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 검사 처남 부인인 강씨는 21일 유튜브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이 검사의 비위 의혹을 제기한 데 대해 "불공정한 게 굉장히 많았고, 세상에 알려야 내가 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의혹을 밝힌 데 배경을 말했다. 이혼 소송 중인 강씨는 "경찰에 신고도 했지만 바뀌지 않았고, 바뀌지 않은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뒤에 있는 힘을 믿고 하는 것 같았다"라며 "(남편의 마약 사건) 수사가 잘된다면 남편 회사도 수사대상이 돼 타격이 클 텐데, 그러면 재산분할로 청구할 수 있는 금액도 줄어들 수 있지만 그걸 감수하고 (폭로)하는 거다"라고 했다.

강씨는 이 검사의 리조트 접대 의혹에 대해 "크리스마스이브(2020년 12월 24일)에 이 검사 가족과 함께 해당 리조트에 갔다"면서 "이 검사의 아내가 안내데스크에서 자연스럽게 대기업 부회장 이름을 대고 체크인을 했다"고 했다. 강씨는 "이 검사가 출발할 때부터 아무도 쓰지 않는 스키장이니 들어가서 눈을 보자고 해 함께 갔다"며 "리프트도 다 멈춰 있었지만 문을 열어줘 아이들이 썰매를 타고 놀았다"고 했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3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수원지검 차장검사 관련 접대 의혹을 제기하며 공개한 사진. 김의겸 민주당 의원실 제공

강씨에 따르면 이 검사 가족들은 이들에게 편의를 제공한 대기업 A임원을 '○○아저씨'라고 친숙하게 불렀다고 했다. 강씨는 "○○아저씨 이름을 얘기하니 데스크 직원이 안내해 결제 없이 키를 받아 숙소로 올라갔다"며 "체크아웃할 때도 데스크를 들르지 않고 나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검사는 "각자 리조트에 방문한 가운데 해당 임원이 우연히 합석한 것"이라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강씨는 "(식당에 도착하니)○○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었다"며 "(식당은) 리조트로부터도 차로 5~10분 걸렸던 거리로 우연히 들를 수 없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식사비는) 저희 남편도 안 냈고, 고모부(이 검사)도 그냥 잘 먹었다고 하고 나왔다"고 했다.

강씨는 이 검사와의 가족 모임이 있을 때마다 A임원의 이름 또는 그의 딸 이름으로 예약된 전국 각지의 리조트를 종종 이용했다고 전했다. 그는 "리조트 객실에 가면 환영한다는 과일바구니가 있었고, 바구니 안에는 놀이기구를 이용하거나 식사를 할 수 있는 '만능 쿠폰'이 담겨 있곤 했다"고 말했다.


남편 마약 투약 신고했지만 수사관 6번 교체

강씨는 남편을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수사가 유야무야됐다고 주장했다. 강씨에 따르면 올해 2월 16일 밤 12시쯤 남편이 마약을 한 것으로 의심돼 경찰에 신고를 했고, 출동한 경찰관이 소변검사를 요구하자 남편은 화장실에 들어가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이후 남편은 경찰관에게 전화를 받아보라며 휴대폰을 건넸고, 휴대폰 너머에서 '너 누구냐, 어느 서에서 왔는데 감히 여기에 왔냐'는 누군가의 고성이 흘러나왔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전화를 받은 경찰관들은 아무 조치 없이 철수했다.

강씨는 남편의 마약 투약 혐의 담당 수사관이 여섯 번이나 바뀌고, 증거물로 제출한 휴대폰의 SD카드가 사라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강씨는 사설 포렌식업체를 통해 휴대폰에 있던 남편의 마약 투약 증거를 다시 확보해야 했다고 전했다. 강씨의 남편(이 검사의 처남)은 올해 초 대마 흡입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없이 무혐의로 불송치됐다.

강씨는 이 검사가 무단으로 전과 조회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강씨는 "이 검사의 아내로부터 저희 집 가사도우미가 전과 3범이니 빨리 소개소에 항의하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그러면서 이 집에 전과가 없는 사람은 너와 나밖에 없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강씨가 제기한 이 검사의 비위 의혹은 지난달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강씨는 "해당 사건을 맡아줄 변호사를 구하기가 어려웠다"라며 "서초동에서는 이 검사의 동기들과 관련된 사람들이 많아서 아무도 사건을 수임하지 않고, 수사기관에서도 수사를 제대로 해주지 않아 국회를 통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감에서는 이 검사의 리조트 접대 의혹, 처남 마약 수사 사건 무마 의혹 외에도 처가 소유 골프장을 이용해 동료 검사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자녀 학교 배정을 위해 위장 전입한 의혹 등도 함께 제기됐다. 이 검사는 "딸의 진학 문제 때문에 과거 일시적으로 처남댁에 주소 등록을 했고, 현재 원상 복구했다"라며 "가사도우미 전과 조회 등 나머지 얘기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논란이 확산하면서 20일 서울중앙지검은 이 검사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강제수사에 나섰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북송금 의혹 등 주요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이 검사를 직무에서 배제하도록 직접 지시했다.


이재명 "비리 저지르고도 뻔뻔...완전 무법천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 대표는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정섭 검사 가족의 인터뷰를 자세히 보지는 않았으나, 요약된 영상을 보니 완전히 무법천지"라고 비판했다. 또 "이런 것들이 아마 워낙 일상이다 보니까 저런 일을 저지르고도 버젓이 뻔뻔스럽게 활보하는 것 같다. 슬픈 오늘의 현실이다"라며 자신을 수사하던 이 검사에 대해 직격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전날 강씨의 인터뷰에 대해 페이스북에 "재력가 가족과 검사 사위가 그 가족의 비위를 덮기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그리고 경찰은 얼마나 비굴해지는지를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며 "윤석열 정권은 이 대표를 잡아넣으라고 '행동대장' 이정섭 검사를 수원지검 차장검사로 보냈다. 최소한 검찰은 이 대표와 가족을 수사하듯, 이정섭 검사와 가족을 감찰하고 수사해야 한다"고 적었다. 민주당은 이 검사 등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원다라 기자 d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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