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 현실화율 동결’에 지방재정 악화 ‘엎친 데 덮친 격’

박용필·김현수 기자 2023. 11. 2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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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진 국토교통부 1차관이 지난 2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율 동결’ 방침을 발표하면서 지방재정에 또다시 비상이 결렸다. 지방교부세와 부동산 거래 절벽으로 이중고를 겪는 자치단체들의 보유세 세입까지 줄어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정부의 이같은 결정이 총선용으로, 선심은 중앙이 쓰고 부담은 지방이 지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하루 전날인 21일 지난 정부의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면서 내년도 공시가 현실화율을 올해와 동일하게 2020년 수준으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은 당장 중앙재정에는 큰 영향이 없다. 국세에도 부동산에 매기는 상속세와 증여세 등이 있지만 이 세금들은 공시가격이 아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과세된다.

그러나 지방재정의 경우 얘기가 다르다. 지방세인 재산세의 경우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진다. 종합부동산세도 마찬가지다.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과세주체는 국가인 ‘국세’이지만 걷힌 세금 전액은 전국 자치단체에 교부세 형태로 분배된다. 즉 주요 지방재원 중 하나다.

더욱이 내년도 공시가격의 현실화율을 ‘동결’한다 해도 부동산 시세가 하락하고 있어 사실상 공시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공시가격은 시세 곱하기 현실화율인데, 현재 시세가 하락하고 있어 공시가격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앙재정이야 큰 영향이 없을지 몰라도 지방재정에는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지방교부세 현황. 출처:<경기침체 대응 지방세 확보를 위한 정책 방향(한국지방세연구원>

이는 가뜩이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지방재정에 또 하나의 부담이 될 전망이다. 중앙에서 지원받는 재원인 지방교부세와 거래세 자체수입 모두 줄어든 상황에서 이제는 재산세·종부세 등 보유세 세입마저 줄어들 상황이기 때문이다.

역대 최대규모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면서 지난 8월 행안부는 내년도 지방교부세 예산을 전년도보다 12%(8조5172억원) 가량 줄였다. 또 한 달 뒤인 지난 9월에는 기획재정부가 올해 국세 세입이 당초 예상보다 줄 것으로 ‘재추계’하면서 당장 올해 지방교부세 재원도 11조3000억원 가량 줄어들 상황이다.

자치단체들은 지방교부세 부족분을 자체 세입으로 메워야 하지만 지난해부터 부동산 거래가 뚝 끊기면서 취득세·등록세 등 거래세 세입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여기에 공시가격 하락으로 보유세 세입마저 줄어들면, 자동차세를 제외한 거의 모든 자체 지방세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경북도의 경우 내년도에 올해보다 지방세 880억원, 지방교부세 971억원 등 일반재원 세입예산이 무려 1924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경북의 한 기초단체 재정 담당자는 “지방재정은 거래세와 보유세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현재 부동산 거래가 거의 없다. 때문에 보유세에 기댈 수밖에 없던 상황에서 공시지가 동결은 힘든 소식”이라며 “줄어든 세수로 인해 자동차세 체납차량 번호판 영치에 나설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중앙 정부 차원의 세수 보전 대책은 사실상 없다. 정부는 지난 9월 기재부의 국세 제추계로 인한 지방교부세 감소와 관련해 지방채 발행 요건과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사용 한도를 완화했을 뿐이다.이는 결국 ‘선심’은 중앙이 쓰고, ‘부담’은 지방이 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왕재 나라살림연구소 부소장은 “감세 정책은 누군가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데 그 부담이 지방에 전가되는 결과가 우려된다”며 “지방의 건전재정 기조가 훼손되지 않으려면 감세에 따른 별도의 세수보전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박용필 기자 phil@kyunghyang.com,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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