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품창 "제주를 품은 창…어울림의 공간·제주 환상 탄생 했죠"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2023. 11. 2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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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보물섬'이었다.

"한겨울 태양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바다를 통해 찬란한 은빛 보석 세계로 끌려가기도 하고 한여름 에메랄드빛 바다에 손을 담그면 내 손이 보석으로 변한 것 같은 착각도 든다. 태풍이 불면 성난 용이 온몸을 사납게 꿈틀거리듯 바다도 거칠게 다가오고 제주의 숲에 들어가면 동화 속 요정이 나올 것 같이 신비스럽다. 은빛 가루가 뿌려진 밤하늘은 별빛 속 끝없는 우주 공간으로 나를 빨아들이는 것만 같다. 제주의 자연은 사람의 몸과 영혼을 환상세계로 끌어들인다. 나는 그림을 통해 천혜의 자연, 제주의 바다와 숲 그리고 하늘에 내재된 환상세계를 보여 주고자 한다. 그림에서만큼은 현실을 떠나 인간과 자연의 여러 생명체가 같이 사랑하고 존중하는 세계를 그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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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자전 에세이 출간
제주를 품은 창 책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제주는 보물섬'이었다. 푸른 바다와 밤하늘, 문어와 고래, 전복껍데기…제주의 모든 것은 그림이 됐다.

이젠 '제주화가'로 불리는 김품창 작가가 첫 자전 에세이를 펴냈다. 2001년 7월 장맛비로 세상이 무겁게 젖은 날, 서울에서 제주로 이사한 그의 '제주 예찬'이 담겼다.

22년 전 서른다섯의 젊은 화가는 치열했다. 자신만의 창작세계를 찾기 위해 서울의 삶의 터전을 모두 버렸다. 가족과 함께 제주로 온 그는 깨어난 숨은 감성과 영감으로 천진난만한 '김품창 표 화풍'을 구축했다.

"변화무쌍한 제주 바다의 모습은 바다에 대한 생각을 뒤집고 나를 뒤흔들었다. 수많은 얼굴을 통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바다를 볼 때마다 내 안에서 주체하기 힘든 충동이 일었다. 나는 그런 바다를 그리고 싶다! 하지만 새로 알게 된 다양한 바다의 모습은 그 어떤 것도 제대로 그릴 수 없었다. 매일 바닷가로 나가 하루 종일 바다를 바라보았다. 물결의 끊임없는 일렁거림은 멀미와 현기증만 가져다주었다. 물결은 멈추는 순간이 없었다. 자료를 만들어 연구하며 수없이 그렸지만 바다 물결은 생각대로 살아 움직이지 않았다. 언뜻 보기에는 그럴싸해도 바다 물결의 껍데기에 불과했다. 멈추지 않고 노력하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가 바다 물결이 되어야 바다 물결을 그릴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무엇을 그린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다졌다. 어떤 대상을 그릴 때 눈으로만 관찰하여 형상을 재현하는 것은 그저 겉모습, 껍데기만 그리는 행위라는 것을 새삼 온 마음으로 깨달았다. "(본문 중에서)

제주의 다양한 생명체들은 ‘생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선사하며 그에게 ‘어울림의 공간’, ‘제주환상’ 시리즈를 펼치게 했다.

[서울=뉴시스]어울림의 공간-제주환상, 170×72.5cm, 한지에 아크릴 2022년 작 부분.

"한겨울 태양빛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바다를 통해 찬란한 은빛 보석 세계로 끌려가기도 하고 한여름 에메랄드빛 바다에 손을 담그면 내 손이 보석으로 변한 것 같은 착각도 든다. 태풍이 불면 성난 용이 온몸을 사납게 꿈틀거리듯 바다도 거칠게 다가오고 제주의 숲에 들어가면 동화 속 요정이 나올 것 같이 신비스럽다. 은빛 가루가 뿌려진 밤하늘은 별빛 속 끝없는 우주 공간으로 나를 빨아들이는 것만 같다. 제주의 자연은 사람의 몸과 영혼을 환상세계로 끌어들인다. 나는 그림을 통해 천혜의 자연, 제주의 바다와 숲 그리고 하늘에 내재된 환상세계를 보여 주고자 한다. 그림에서만큼은 현실을 떠나 인간과 자연의 여러 생명체가 같이 사랑하고 존중하는 세계를 그리고 싶다."

장롱 밑 동전을 끄집어내며 극심한 생활고에 쓰디 쓴 눈물도 흘렸던 가난한 화가가 그림을 놓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의 '사랑'이다. 그 고맙고, 미안하고 슬프고 행복한 마음이 그림에 스며있다. 책에는 작가가 제주를 온몸으로 품어온 이야기가 40여 점의 작품과 함께 담겼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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