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마친 클린스만호의 성과와 과제, 그리고 아시안컵을 향한 희망

윤은용 기자 2023. 11. 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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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21일 중국 선전 유니버시아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중국과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2차전에서 승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21일 열린 중국과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2차전을 3-0 완승으로 장식하며, 클린스만호의 2023년 A매치 일정도 모두 마무리됐다.

지난 2월 선임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은 3월 A매치부터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본격적으로 한국 대표팀 사령탑으로써의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평가전과 월드컵 예선 등 총 10차례 A매치에서 5승3무2패의 성적을 냈다. 데뷔 후 첫 5경기에서 무승에 그치며 대한축구협회가 1992년 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도입한 이후 최다 경기 무승 감독이 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과거 독일과 미국 대표팀을 이끌던 시절 비판받던 전술 부재 문제가 또 부각됐고, 여기에 애초 협회의 발표와는 달리 해외에서 원격 근무를 하는 것에 대한 비난도 크게 일었다.

하지만 9월 A매치 두 번째 경기였던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1-0으로 승리한 것을 시작으로 내리 5연승을 질주하며 대반전이 일어났다. 10월 튀니지(4-0 승), 베트남(6-0 승), 그리고 11월 싱가포르와의 월드컵 2차 예선 1차전(5-0 승)에 이어 이번 중국전까지는 대량 득점을 동반한 연승을 달렸다. 5연승 기간 19골을 몰아넣고 한 골도 내주지 않는 무결점에 가까운 축구를 선보였다. 대승이 계속되면서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비판도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마무리를 기분 좋게 마친 클린스만호지만, 합격점을 주기는 아직 이르다는 평가도 여전히 존재한다. 우선 대량득점이 시작된 튀니지전부터 중국전까지 4경기에서, 튀니지를 제외한 나머지 3팀은 한국과 비교해 전력이 크게 떨어지는 팀들이었다. 대승을 거둔 것은 기분 좋은 일이지만, 현재 한국 축구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하기에는 부족한 상대들이었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클린스만 감독이 최근에는 좋은 결과들을 얻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대 전력이 우리를 위협할 수 있을 정도의 전력을 갖춘 팀은 아니었다”며 “공격수들과 미드필더들의 포지션을 좀 더 자유롭게 하면서 상대 수비를 혼란스럽게 하고 강한 전방 압박을 통해 후방 수비를 안정시키는 등 클린스만 감독만의 색깔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다만, 우리와 전력이 비슷하거나 조금 우위에 있는 팀을 만났을 때도 이렇게 해서 결과가 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풀백에 대한 부분도 고민이다. 풀백은 전임자인 파울루 벤투 감독 시절부터 꾸준히 세대교체 얘기가 나오던 포지션이다. 하지만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설영우(울산) 정도를 제외하면 바뀐 부분이 없다. 특히 소속팀에서 경기에 많이 나서지 못해 경기력이 떨어져 있는 이기제(수원)를 뽑아 논란이 됐다. 이기제는 중국전에서 선발로 나섰지만 경기력에 좋은 점수를 줄 수는 없었다. 김 위원은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 선발 원칙이 정확해야 한다. 팀에서 출전기회를 많이 얻지 못하거나 경기력이 떨어져 있는 선수를 대표팀에 뽑아서는 안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것들은 확실한 불안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와는 달리 내년 아시안컵을 생각하면 지금의 성과를 결코 무시할 수도 없다. 특히 한국을 상대로 밀집 수비를 시전하는 약체들을 상대로도 대량 득점과 무실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은 큰 수확이다. 한국은 그 동안 약체들을 상대로도 밀집 수비에 고전하며 시원하게 이기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당장 벤투 감독 시절이던 2019년 아시안컵 때도 조별리그에서 만난 필리핀, 키르기스스탄(이상 1-0 승), 중국(2-1 승) 등 약팀들을 상대로도 시원한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한국은 내년 아시안컵에서 말레이시아, 요르단, 바레인과 같은 조에 속했다. 모두 한국보다 크게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다.

김 위원은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대표팀에서 급격하게 부상된 것이 가장 크다”며 이강인의 역할론을 강조했다. 김 위원은 “보통 상대가 내려앉게 되면 기본적으로 두 줄 수비 형태가 된다. 그렇게 되면 상대 최후방과 골키퍼의 간격이 한 15m 정도 되는데, 그 공간을 쓸 수 있느냐 없느냐가 관건이다. 이강인으로부터 파생되는 예측하기 힘든 패스와 드리블 등이 그 공간을 쓸 수 있게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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