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엘리서 만난 1세대 사모펀드와 행동주의펀드… H&Q “KCGI 주장에 동의 못한다”

정민하 기자 2023. 11. 2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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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GI, 현대엘리에 기업가치 개선 요구하며 H&Q·쉰들러에 손 내밀어
H&Q “성격 자체가 달라… 요구사항도 반대” 반박
지분 연속 매각한 쉰들러, 주가는 시들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CGI자산운용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명재엽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왼쪽)과 정연대 KCGI자산운용 실장이 발언하고 있다. /소가윤 기자

강성부 펀드(KCGI)가 인수한 KCGI자산운용(메리츠자산운용)이 출범 이후 첫 행동주의 대상으로 현대엘리베이터를 지목했다. 현재 현대엘리베이터의 주주 구성은 복잡하다. 최대 주주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있지만, 현 회장이 국내 1세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H&Q코리아를 우호 세력으로 영입했다. 그리고 경영권 분쟁 대상이 있다. 2대 주주 쉰들러홀딩스AG가 그 주인공이다. 쉰들러에 이어 KCGI자산운용이 경영권 개입 의사를 드러낸 것이다.

KCGI자산운용은 주주 간 연합을 희망하고 있다. 명재엽 KCGI자산운용 주식운용팀장은 2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H&Q는 현 회장 측과 투자 계약을 맺은 만큼 향후 경영 참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간접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투자한 투자자로서 스튜어드십코드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KCGI자산운용과 같은 입장을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KCGI자산운용은 현대엘리베이터 보통주 지분 약 3%를 확보하고 독립적이고 투명한 지배구조 확립을 요구해 왔다. 지난 8월 현대엘리베이터에 공개 주주 서한을 보내 현 회장의 과다연봉 수령, 이해관계 상충 등을 문제 삼았다. 이어 현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을 비롯한 지배구조 개선과 중장기 수익성 개선 전략을 요구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왼쪽 두번째)이 조재천 현대엘리베이터 대표(오른쪽 첫번째)와 충주 스마트 캠퍼스 제1공장 내부를 둘러보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 제공

◇ ‘백기사’ H&Q “KCGI와 연락한 적 없다… 자사주 소각 등 의견에 동의 안 해”

현대엘리베이터는 KCGI자산운용에 앞서 2대 주주인 쉰들러로부터 끊임없이 경영권 공격을 받아 왔다. 쉰들러는 스위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엘리베이터 업체로, 2003년 중앙엘리베이터를 흡수합병해 국내 법인을 세운 뒤 한국에서 승강기 사업을 하고 있다. 쉰들러는 2014년 현 회장 등이 파생금융상품 계약으로 현대엘리베이터에 손해를 입혔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3월 대법원은 170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KCGI자산운용이 연대를 희망하는 H&Q는 바로 이때 등장한다. 자금력이 부족한 현 회장이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H&Q로부터 약 3100억원을 조달한 것이다. 현 회장의 가족회사인 현대네트워크가 발행한 전환사채(CB)와 교환사채(EB),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H&Q가 사들이는 형태다. 이번 투자로 H&Q는 현대네트워크는 물론 현대엘리베이터 이사회에도 이사를 파견한다. 이른바 백기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H&Q는 업계에서 기업 오너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효자손’으로 불리는데, KCGI자산운용이 일종의 ‘적과의 동침’ 가능성을 시사한 셈”이라면서 “H&Q도 재무적인 목적에 따라 계약을 체결했을 텐데, 현대홀딩스컴퍼니는 비상장 회사로 결국 현대엘리베이터 기업가치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기업 가치가 제고되는 것에 있어선 모든 주주가 똑같은 입장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H&Q코리아 제공

그러나 H&Q 측은 KCGI 측 의견에 반대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H&Q 고위 관계자는 “KCGI자산운용 측과 한 번도 연락한 적 없다”면서 “재무적 투자자로서 기본적인 입장은 비슷하겠지만, H&Q는 사모펀드로 현대 측과 협상해서 딜 구조를 만들어 투자한 입장이고 KCGI자산운용은 주식시장에서 샀기에 성격 자체가 다르다. 뜬금없이 엮이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KCGI자산운용이 재차 강조한 자사주 소각과 해외 사업 수익성 개선 등 요구방안에 대해선 “이미 자사주를 매입했는데 왜 소각하라는지 이해가 안 된다”면서 “반얀트리나 리조트 사업도 코로나19 이후 완전히 개선됐고, 해외 수익성도 가격 경쟁력이 있어 많이 회복됐다. 올해 연말 실적은 이전보다 더 개선될 전망”이라고 반박했다.

알프레드 엔 쉰들러 쉰들러홀링스AG 회장. /조선DB

◇ “같은 주주” 쉰들러에도 ‘러브콜’… 주가는 ‘글쎄’

KCGI자산운용은 쉰들러에도 손을 내밀었다. 이날 명 팀장은 “같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인 쉰들러도 기업가치나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생각을 같이할 것이라 믿는다”며 “쉰들러가 외국인 자본이라는 이야기가 있지만, 글로벌 시대에 외국인 투자자라고 색안경을 끼고 판단하거나 차별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쉰들러는 올해 들어 지분을 꾸준히 매각하고 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쉰들러는 지난 6월 19일 1만7599주를 판 것을 시작으로 8월 28일까지 2.99%의 지분을 매각했다. 이에 따라 올해 초 15.5%였던 지분율은 현재 12.1%로 낮아졌다. 대규모 물량을 내놓은 시점이 현대엘리베이터 주가가 크게 오를 때라, 주가 하락을 이끌어 공매도 세력과 결탁한 게 아니냐는 주주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KCGI자산운용 참전으로 상승 기대감을 높였던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현재 오름폭을 줄인 상태다. KCGI자산운용이 공개주주서한을 보낸 지난 8월 23일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는 장중 5만400원을 호가했다. 그러나 현재는 10%가량 하락한 4만5000원 안팎에 머무르고 있다. 이날 기준 종가는 4만595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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