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전문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시의적절한 비례적 대응”
“北 정찰위성 성공해도 아이폰 띄운 수준”
러시아 기술 제공 여부 “아직 판단하기 일러”
사일러 전 담당관은 21일(현지 시간)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전체 군사합의를 중단시키는 단순한 반사작용이 아니라 (북한 행위에 대한) 비례적인 대응”이라며 “일각에선 긴장 고조를 우려하지만 긴장을 고조시킨 것은 북한의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 성공 주장에 대해 “위성을 궤도에 올려놓는 것과 위성을 운용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북한의 정찰 역량은) 한국 상공 위에 아이폰을 띄워 놓는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일러 전 담당관은 미 중앙정보국(CIA)에서 27년간 대북(對北) 정보 수집과 분석을 담당했으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한반도 담당 보좌관, 국무부 북핵 6자회담 특사 등을 거쳐 현재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으로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북한이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에 성공했다고 주장한다.
“북한 주장대로 성공했는지는 곧 알 수 있게 되겠지만 위성을 궤도에 올리는 것과 위성을 운용하는 것은 다르다. 위성을 궤도에 보냈더라도 의도한 대로 작동하는지 누구도 확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남북 군사정찰위성 경쟁이 본격화된다는 지적도 있다.
“일각에선 남북간 위성 역량을 비교하기도 하지만 한국과 북한의 발사는 전혀 다르다. 한국 위성의 정교함에 비교하면 북한의 (위성) 탑재물은 분명 인상적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이 기존 발사와 비교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고 보이는 것은 분명하다.”
―정찰위성 발사로 안보 위협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찰위성은 북한에 도움이 되겠지만 북한의 위협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극적인 개발은 아니다. 하지만 정찰위성은 분명 (북한에) 진전이고 (한국과 미국엔) 골칫거리이며 (국제적으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다. 특히 북한이 더는 평화적인 우주 프로그램으로 위장하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핵 억지력 개선을 위한 군사정찰위성이라고 포장하면서 더 위험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9·19 군사합의 효력을 일부 정지하기로 했다.
“매우 실용적인 행보라고 생각한다. 전체 군사합의를 중단시키는 단순한 반사작용이 아니라 (북한 행위에 대한) 비례적인 대응으로 보인다. (신원식) 국방장관이 한국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같은 공격을 막기 위한 태세 필요성을 거듭 밝혔다는 점에서 매우 면밀하고 시의적절한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아직 공개 지지하지 않고 있다.
“9·19 군사합의가 남북 간 합의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9·19 군사합의는 한국군뿐만 아니라 연합사령부도 같은 제한을 적용 받아온 만큼 한미동맹에 분명히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다. 따라서 분명히 한미간 긴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북한이나 9·19 군사합의에 대해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이들이 (이런 조치가)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을 봤지만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은 북한의 행동이다. 군사합의와 무관하게 북한은 오래전에 합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발사에 러시아 기술 지원이 있었다고 보는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우주 기지로 초청한 것을 볼 때 분명히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우려해야 할 근거가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을 가능성도 상당하다. 그렇지만 러시아가 위성이나 탄도미사일 기술 제공을 거부했다 하더라도 김정은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노골적으로 위반하고도 이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태도를 취하는 것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가 논의된 직후 이번 발사가 있었는데….
“중국은 동북아시아 평화와 안정을 훼손하는 북한의 행동에 지속적으로 무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북핵 위협을 되돌리려는 미국을 돕기 거부하는데 이는 현재로서는 중국이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을 가진 북한을 감내하며 함께 살겠다는 것이다. NSC와 6자 회담 특사로 북한과 관련한 중국과의 외교에 참여했지만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일관성 있는 중국의 무의지(unwillingess)다.“
―북한 도발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대응 카드가 제한적이라는 우려가 있다.
“현재 한미는 가능한 최적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워싱턴 선언과 역사적인 캠프 데이비드 회담, 한미일 미사일 정보 공유 등은 억지력을 크게 강화했다. 그동안 북한이 얻은 것을 보면 정찰위성을 발사했지만 한반도 상공에 아이폰을 띄워놓은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 북한은 분명 이 경쟁의 루저(loser·패배자)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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