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욱, 이래서 '천만뷰 유튜버' "남들 하지 말라는 거 안 해야"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자기관리 철저? 뭘 하면 안 되는지 다들 알잖아요."
배우 이동욱(42), 미모만 천상계가 아니다. 저승사자·구미호·사이코패스 등 어떤 캐릭터든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변신의 귀재에 탁월한 입담 센스까지. 하다 하다 유튜브도 점령하는 '저세상 능력치'로 MZ세대들마저 사로잡았다. 25년 차 배우, 그리고 요즘 핫한 '유튜버(?)'로서 건재한 인기를 과시 중인데, 그 비결을 직접 만나 들어봤다.
이동욱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아이즈(IZE)와 인터뷰를 진행, 다양한 질문에 진솔하게 답했다. 특유의 심드렁한 매력으로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유튜브 예능에 나왔다 하면 조회 수가 폭발, 모두의 관심사인 본격 유튜버 도전 의향을 묻는 말에도 심드렁하게 선을 그었다. 이동욱은 유재석이 진행하는 웹예능 '핑계고'에 출연, 단 한 편으로 '1000만 뷰'에 육박하는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간 출연한 영상 5개를 모두 합하면 3000만 뷰에 다다른다.
하지만 이동욱은 "'유튜버'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정말로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할 생각은 아예 없다. 막상 제가 하면 안 보실 거다. 그리고 할 여력도 안 된다"라며 "스스로 '유튜버'라고 소개하는 건 정말 장난이다. 제가 심드렁한 캐릭터이지 않나. 단순히 재미 포인트가 돼서 의도를 갖고 농담을 하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얼떨떨한 모습을 드러낸 이동욱. 그는 "'핑계고'는 정말 (유)재석 형이 '야, 나와라' 해서 나간 거였다. 유튜브 생태계를 파괴하는 1시간 가까이 되는 분량인데, 1000만 뷰가 다 됐다고 하더라. 저는 그냥 '재밌나' 싶었다. 왜냐하면 진짜 저랑 재석이 형, 조남지대(조세호·남창희) 다 평상시 모습과 비슷하니까. 어떻게 봐주실지 모르고 낄낄거렸는데, 반응이 뜨거워 되게 신기했다. 네티즌분들이 많이 즐거워해 주신 덕에 화제도 많이 되고 '핑계고' 대상 후보에도 오르게 되었다. 참 감사하다"라고 전했다.
유튜브를 평정한 비결은 무엇이라고 생각할까. 이동욱은 "제가 평상시에도 재밌는 걸 좋아한다. 주변에 친한 개그맨 선배들, 동생들도 많고. 그분들의 직업을 존경, 존중한다. 인간의 센스가 극단에 가 있는 분들이라는 생각에.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고 저런 말을 하지?' 이런 동경 같은 게 있다. 또 제가 다른 배우들에 비해 '강심장' '이동욱은 토크가 하고 싶어서' 등 토크쇼 MC 경험이 있다 보니 보시는 분들이 좀 덜 부담스러워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렇지만 유튜브를 찍을 때 항상 경계는 하며 임한다.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 무엇인지 말이다"라고 답했다.
본업과 부캐릭터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진정한 '만능 엔터테이너' 이동욱. 그는 신작 '싱글 인 서울'(감독 박범수)에서 실제 본인과 딱 맞는 캐릭터를 입고 돌아왔다. '싱글 인 서울'은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 영호(이동욱)와 혼자는 싫은 출판사 편집장 현진(임수정)이 싱글 라이프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현실 공감 로맨스물.
이동욱은 극 중 혼자가 좋은 '파워 인플루언서'이자 잘나가는 스타 강사 영호 캐릭터를 맡아 열연을 펼쳤다. 특히 그는 오랜만에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선보이며 영화 팬들의 반가움을 더했다.
이동욱은 "오랜만의 영화라 두근두근하고 있다. 특히 전작들이 판타지, 스릴러 등 장르물이 많아서 더 설렌다. 현실성 있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저승사자, 구미호 등 사람 아닌 캐릭터를 몇 번 하다 보니까(웃음). 그런 찰나에 '싱글 인 서울' 제의를 받은 거다. 본격 멜로물은 드라마 '풍선껌'(2015) 이후로 안 한 지 10년 가까이 되어서 '해보자' 하고 선택했다. 게다가 상대역이 임수정이라고 하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고, 바로 결심했다"라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라고 해서 연기하기 편한 건 없다. 다만 힘을 빼려 노력했다. 오히려 뭘 안 하려고 했다. 이전에 했던 작품들은 캐릭터의 포인트를 살리려 노력했다면, '싱글 인 서울'은 실제 이동욱의 모습이 들어가려 했고 최대한 편하게 하려 했다. 영호와 닮은 면도 많았다. 저도 '싱글싱글'하다. 싱글 생활이 꽤 돼서 익숙하고 편하다"라고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했다.
이어 "영호의 싱글 라이프도 공감이 됐지만 일할 때 제외하면 허당끼 있는 현진에게도 공감이 갔다. 저 역시 어릴 때 데뷔하여 사회생활하는 데 있어선 잘 모르는 게 많다. 제가 일이 없을 때는 정말 너무너무 획일적이다. 오전 9시 30분쯤 일어나서 아침 아닌 아침을 먹고 오후 12시쯤 운동을 하러 갔다가 2시 반쯤 들어온다. 그리고 집안일을 하고 늦은 점심을 먹은 뒤엔 아무것도 안 한다. 진짜 가만히 있는다. 술을 마시긴 하지만 집에서 혼술은 잘 안 한다. 시간 날 때는 공유 형과 낚시를 자주 다닌다. 최근에 골프를 시작해 봤는데 너무 어렵더라. 역시 스포츠는 내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라고 본인의 싱글 라이프에 대해 얘기했다.
연애 스타일도 영호 캐릭터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이동욱은 "처음부터 살갑고 다정한 스타일이 아닌 것도 영호와 비슷했다. 영호처럼 무심한 듯 툭툭 챙겨주는 편이다. 지금까지는 상대방이 (나를) 이해를 많이 해주는 스타일이 아니었나 싶다. 연애할 때 중요한 건 '웃음 코드'가 서로 잘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대화가 잘 통하는 분과 연애할 때가 즐거운 기억이 있다"라고 떠올렸다.
이동욱은 "저도 '싱글 인 서울'을 보면서 새삼 지난 연애를 돌아보게 됐다. 사람의 기억이 완전치 않다는 걸 예전부터 알긴 했는데 이번에 영호를 연기하며 '유리한 쪽으로 기억하는 건 역시 본능인가' 싶더라.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성향에 따른 시선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러니 영호처럼 첫사랑에 대한 왜곡은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실제 저도 엉성하고 치기 어리고 바보 같았겠구나 싶은데,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돌이켜 보면 다들 그러지 않았을까. 그래서 역시 연애는 쉽지 않다. 기억의 왜곡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되면서, 만날 때 잘해줘야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라고 작품에 깊이 공감했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이동욱은 "'싱글 인 서울' 홍보 활동을 하며 한 예능에서 연애 세포에 대한 점수를 매겨봤는데 참 많이 적게 나왔다"라며 "결혼은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그게 곧이라는 생각은 안 든다. 결혼해서 한 가정의 가장이 된다는 것. 가장을 나누는 게 우습긴 하지만 어쨌든 한 가정의 구성원으로서 맡은 바 충실히 할 수 있겠나, 생각해 봤을 때 아직까지 제가 그 정도로 성숙된 사람은 아닌 거 같다"라고 솔직하게 답했다.
그는 "애매하다. 결혼정보업체에 등록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소개팅을 주구장창 할 수도 없고,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를 추구하기도 그렇고. 그래서 제가 계속 이렇게 있지 않나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임수정과의 호흡을 묻는 말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동욱은 "카메라 밖 임수정은 기본적으로 귀여움이 있다. 엉뚱하고. 그런 모습에 순간순간 귀여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현진 캐릭터처럼 베테랑 같은 면모도 있고. 제가 갖고 있는 연기 방식과는 달랐다. 임수정은 디테일을 중요시 여기는 부분이 있어서 도움을 받았다. 임수정의 한 번 되짚어보는 순간 덕분에, 저 역시 여유를 갖고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 때가 생겼다. '이 배우랑 연기하는 상대 배우는 참 편하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런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자주 있는 게 아니라는 생각인데, 그만큼 임수정은 함께 연기하면서 편하고 의지가 많이 되었다"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끈끈한 팀워크를 자랑하기도. 이동욱은 "'싱글 인 서울' 촬영 당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라, 우리끼리 더욱 똘똘 뭉쳐 임할 수밖에 없었다. 박범수 감독님 성향이 워낙 부드러워서, 다들 현장을 즐거워했다. 부담감 이런 것보다 '오늘 가서 즐겁게 시간 보내다 와야지' 이런 마음으로 현장에 갔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가 그랬다. 촬영장에서 목소리를 크게 낸다거나 하는 배우가 전혀 없었다. 모두들 부드럽고 '잘한다, 잘한다' 하는 스타일이었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싱글 인 서울'에 대해 이동욱은 "남녀가 첫눈에 반해 불꽃 튀는 사랑을 한다는 건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싱글 인 서울'은 감정이 서서히 스며드는 과정을 보여줘서 더 좋았고 그래서 더욱 공감이 됐다. 그리고 우리는 다 사랑을 하면서 살고 있지 않나. 과거이든, 지금이든, 앞으로든. 그렇기에 세대불문 남녀노소 모두가 공감할 만한 포인트가 있고, 또 거기에서 배우고 느껴지는 감정이 있지 않을까 싶다. 이 계절과도 잘 어울리는 작품이니 관객분들이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 '썸' 탈 때나, 권태기 때 보셔도 좋고. 우리의 사랑을 되돌아보는 영화가 될 것 같다"라고 자신 있게 내세웠다.
지난 1999년 데뷔, 벌써 활동 25년 차에 접어든 소회는 어떨까. 이동욱은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든다. 가장 무서운 건 '미련'이라고. 그래서 후회하되, 미련은 남기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매사 임하고 있다. 후회하고 돌아보면서 그걸 반추하고, 내 인생 공부가 될 수도 있겠지만 딱 거기까지. 미련을 남겨서 질척거리지 말자는 생각으로 산다. 당연히 후회가 들 때가 있지만 지난 25년을 되돌아봤을 때는 열심히 살지 않았나 싶다. 지금 이렇게 인터뷰도 하고, 영화도 찍었고. 저는 정말 행복한 배우, 이 직업 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팬분들이 아주 맹목적으로 사랑을 주시지 않나. 그렇게 주는 사랑은 부모님밖에 없다는 생각인데 제 일에 함께 기뻐해 주고 좋아해 주시니 그저 너무 감사하다. 이렇게 사랑받을 수 있는 직업이 몇 개나 될까, 몇 년 전부터 이런 생각이 많이 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다"라고 겸손하게 이야기했다.
특히 이동욱은 별다른 스캔들 하나 없이 롱런 중인 바. "철저한 자기관리의 비법은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을 짚으며 가히 톱배우다운 면모를 엿보게 했다. 이동욱은 "자기관리에 철저한 편이라기보다는 겁이 많지 않나 싶다. 무엇보다 남들이 하지 말라는 거 안 하고 사는 게 속 편하다. 다들 알지 않나. 뭘 하면 안 되는지. 제가 가진 직업이 특수한 것일 뿐이지, 사는 삶은 평범하게 사는 게 좋지 않나 싶다"라고 무심하게 묵직한 한마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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