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연탄이, 크러쉬-두유 귀여움은 어떻게 세상을 구하나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윤지혜 칼럼 2023. 11. 2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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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유미의 세포'에서 사랑의 실패로 닫혀 있던 유미의 마음 문을 열어제낀 건 다름 아닌, '귀여운' 개구리 캐릭터였다.

단어 그대로 아기가 가지고 있는 몇몇 신체적 특징, 커다란 눈과 넓은 이마, 통통한 볼과 짧은 팔다리, 몸에 비해 큰 얼굴, 부드러운 느낌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맞닥뜨린 사람들은 대부분 귀여움을 느끼며 애정 어린 마음을 사정없이 뿜어낸다.

경쟁에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느끼는 귀여움의 핵심이자 귀여운 것에 한없이 무르고 연약해지는 우리 마음의 속사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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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웹툰 ‘유미의 세포’에서 사랑의 실패로 닫혀 있던 유미의 마음 문을 열어제낀 건 다름 아닌, ‘귀여운’ 개구리 캐릭터였다. 그토록 삼엄하던 경계를 단번에 풀어낸 것이다. 어쩌면 ‘귀여움’이란 상대를 막론하고 가장 강한 위력을 행사하는 정서가 아닐지 싶다. 물론 보통의 성정을 지닌 사람이라는 전제하에.

오스트리아의 동물학자이자 동물심리학자인 콘라드 로렌츠(Konrad Lorenz)는 ‘베이비 스키마’(Baby schema)라는 개념으로 ‘귀여움’을 설명한다. 단어 그대로 아기가 가지고 있는 몇몇 신체적 특징, 커다란 눈과 넓은 이마, 통통한 볼과 짧은 팔다리, 몸에 비해 큰 얼굴, 부드러운 느낌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를 맞닥뜨린 사람들은 대부분 귀여움을 느끼며 애정 어린 마음을 사정없이 뿜어낸다.

실제로 귀여운 대상을 보면 우리의 뇌는 자극을 받아 신경전달 물질 중 하나인 도파민을 분비한다고 한다. 도파민은 뇌신경의 흥분을 전달하는 역할로 사람을 기분 좋게 하는 특성을 가져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린다. 즉, 귀여움 앞에서는 누구나 무장 해제되어 공격성이 감소하고 그저 껴안고 예뻐해 주거나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싶어 하는 게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소리다.

그래서 이런 베이비 스키마는 아기뿐 아니라 개와 고양이 같은 동물들, 특히 새끼 포유류에게서 공통으로 나타난다. 일부 학자에 따르면, 홀로 살아남을 수 없는 약한 개체인 까닭에 상대에게서 애정 반응과 양육하고 보호하려는 선천적 본능을 불러일으켜 생존 가능성을 높이겠다는 애틋한 이유에서다. 이에 관해 소설가 정세랑은 책 ‘보건교사 안은영’에서 아주 적확하게 표현한다. “경쟁에 적합해 보이지 않은 동물이라 귀여운 것이지만.“


경쟁에 적합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느끼는 귀여움의 핵심이자 귀여운 것에 한없이 무르고 연약해지는 우리 마음의 속사정이 아닐까. 온통 경쟁으로 가득한 세계, 그것이 선의의 것이든 아니든, 경계심을 바짝 세우고 살지 않으면 우리에게 유해할 것으로 가득한 이 세계에서, 경쟁에 적합해 보이지 않는 대상은 유일하게 무해하여 우리의 숨통을 트이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은, 적지 않은 우리가 우리 스스로 경쟁에 취약하다, 적합하지 않다고 여기며 때때로, 받아보았거나 받아보기를 원했던 누군가의 조건 없는 애정과 보호를 바라고 소망한다.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어른의 야속한 현실을 알기에, 매일 서글픔을 목 안으로 밀어 넣으며 누구보다 익숙한 듯 살아내고 있을 따름이다. 그래서 대놓고 경쟁에 적합하지 않은 베이비 스키마를 지닌 대상과 마주했을 때 저도 모르게 자기 모습을 투영하여, 자꾸 마음을 건네고 한없는 사랑을 쏟아붓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야말로 경쟁에 적합하지 않은 대상을 대하는 경쟁에 적합하지 않은 자세로, 어쩌면 귀여움이 지닌 가장 강력한 힘은 여기에 있겠다. 더 좋은 것을 취하려면 더욱 치열하게 맞붙어야 하고 모두 그렇게 살고 있다고 주야장천 외치고 있는 이 세계에서,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그렇게 각박하기만 하진 않다고 재고해 보게끔 하는 여유를, 기분 좋은 쉼표를 선사해 주는 것.

지난 9월, BTS의 뷔가 반려견 연탄이와 함께 무대에 오른 데 이어 최근 크러쉬 또한 반려견 두유와 함께 특별한 컴백 무대를 꾸며, 보는 이마다 그 무해한 사랑스러움에 홀딱 빠지지 않고서 못 배기게 했다. 단순히 퍼포먼스의 일환이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좋은 음악과 귀여운 동물의 콜라보레이션이라니. 아티스트가 대중에게 줄 수 있는 단연 최고의 행복 회로로, 많은 사람들이 해당 장면을 돌려보며 잠시나마 세상살이의 고단함을 잊었으리라. 귀여움이 세상을 구하는 방법이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net ‘엠카운트다운’, MBC ‘쇼! 음악중심‘, 뷔 SNS, 두유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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