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공주 무덤, 1500년 만에 다시 쌓아본다
‘천마총’ 등 신라 고유 ‘돌무지덧널무덤’의 축조 실험 의미도
1500년 전 신라 공주의 무덤으로 최고 수준의 각종 유물이 발굴돼 화제를 모은 경주시 쪽샘유적의 ‘경주 쪽샘 44호분’을 재현하는 실험이 진행된다.
신라 고유의 무덤 양식인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분)을 다시 쌓아보는 유례 없는 신라 고분 축조 실험이기도 하다. 쪽샘 44호분의 무덤 양식이기도 한 돌무지덧널무덤은 널을 보호하는 목재 곽을 만들고 그 주위를 많은 돌로 쌓고 위에 큰 봉분을 만든 무덤이다.
천마총·황남대총·금관총·서봉총 등 5~6세기 신라를 대표하는 왕릉급 무덤들이 바로 돌무지덧널무덤이다. 고구려·백제 무덤 양식과는 다른 돌무지덧널무덤은 입구가 없어 함께 묻은 수많은 껴묻거리(부장품) 유물들이 발견된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 쪽샘 44호분 축조 실험 착수보고회’를 29일 오후 쪽샘유적발굴관에서 연다”고 22일 밝혔다. ‘쪽샘 44호분’은 10여 년에 걸친 발굴조사가 지난 7월 마무리된 고분으로 금동관 등 최고급 유물이 쏟아졌으며 신라시대 공주 무덤으로 추정되고 있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발굴이 끝난 원래 자리에 앞으로 2년에 걸쳐 다시 무덤을 만들어 본다”며 “다만 총 21단계에 이르는 무덤 축조 과정 가운데 시신과 부장품을 안치하는 단계인 11단계까지만 축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9일 행사에는 11단계 가운데 초기 단계인 1~4단계가 진행된다. 무덤을 만들 곳에 땅을 평평하게 고르고 고운 흙을 깔아 묘역을 마련하는 1단계, 말목과 끈을 이용해 봉분의 범위 등을 표시하는 2단계, 돌무지의 기초 시설인 나무 기둥을 세워 본격적으로 무덤을 만드는 3단계, 무덤 주인공과 부장품을 넣을 덧널을 안치할 묘광 설치의 4단계다.
경주문화재연구소는 “1~2단계 작업 후에는 수십 점의 토기를 깨뜨려 흩뿌리는 매장의례 일부도 시연할 예정”이라며 “이번 고분 축조실험은 쪽샘 44호분 발굴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하는 학제간 협업이자 천마총 발굴 50주년 기념행사의 하나”라고 밝혔다. 시연 행사에는 70명이 선착순 사전 신청을 통해 참여할 수있으며, 신청은 22~23일 이틀 동안 경주문화재연구소(054-622-1702)로 하면 된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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