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BF2023] "바이오 디지털 대전환 시대…韓, 이대로라면 뒷전 밀려"

천선휴 기자 2023. 11. 22.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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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주최 '글로벌바이오포럼 2023'
토론서 규제 일변도 타파 지적 이어져
22일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 사파이어볼룸에서 열린 '글로벌 바이오 포럼 2023'(Global Bio Forum 2023)에서 국내 디지털 바이오 환경 구축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2023.11.22/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의료를 구독하는 시대, 스트리밍으로 의료 서비스받을 수 있는 시대로 전환해야 되는 시기가 왔습니다. 그런데 이 변화를 위해서는 넘어야 할 규제와 장벽이 굉장히 많습니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디지털 대전환의 시대를 맞아 세계적인 흐름에 발맞추고 나아가 전세계 바이오 시장을 이끌어나가려면 가장 먼저 지금과 같은 규제 일변도를 타파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신의료기술평가'가 바이오 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어 이에 대한 조속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22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뉴스1 주최 '글로벌 바이오 포럼 2023'(Global Bio Forum 2023)에서 '국내 디지털 바이오 환경 구축을 위한 과제'를 주제로 이어진 토론에서 좌장을 맡은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재단 사업단장은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뒷전으로 밀리면 수입해서 써야 하는 불행한 과오가 이어질 수 있다"면서 "전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기회에 훌륭한 스타트업의 선전을 기원하고, 그런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는 경대성 디지털팜 최고운영책임자,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부문 대표변호사, 허종호 국회미래연구원 삶의질데이터 센터장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디지털 전환의 파고를 넘고 있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산업계가 규제라는 큰 장벽에 막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묵 단장의 발언을 이어받은 구태언 대표는 음반 산업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 규제는 2010년 이후 디지털 전환에 실패했다고 꼬집었다.

구 대표는 "음반 산업이 레코드사 중심에서 기획사 중심으로 바뀌고 CD나 LP 구매 중심에서 스트리밍으로 완전히 바뀐 게 디지털 전환"이라면서 "과거 서점에서 음반을 팔던 산업이 지금은 음원 하나에 1원도 안 되는 돈으로 구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산업이 100배 커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 서비스도 구독을 하고, 스트리밍으로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대로 전환돼야 하는데 그렇게 변환하기 위해서 넘어야 될 규제 장벽이 굉장히 많다"며 "아날로그 시대에 만든 규제들이 디지털 시대에 적합하게 변화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우리나라 규제는 2010년 이후 디지털 전환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경대성 디지털팜 최고운영책임자는 "지금 앞서가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을 보면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일이 너무 고되 보인다"며 "목적지가 부산이라면 비행기 타고 한 번에 가면 가장 좋겠지만 시내버스를 타고 계속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인허가를 받았는데 처방이 이루어지지 않는 등 하나의 단계를 넘으면 또 다른 단계가 있다"며 "신의료기술평가를 또 넘어야 하는 모든 일련의 과정들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게 많은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 책임자가 지적한 신의료기술평가는 국민 건강보호와 의료기술의 발전을 촉진한다는 목적으로 2007년 도입된 제도로, 새로운 술기나 의료장비 등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한다.

산업계는 신의료기술평가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인증에 더한 '이중규제'로 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기술이 담긴 국산 의료장비가 나와도 시장 진입을 늦춰 산업 발전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비판해왔다.

묵 단장은 "신의료기술평가는 산업을 억제하는 모델이 됐고 네카(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도 골치아프게 됐다"며 "결자해지가 돼야 하는데 보건복지부 차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해결책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에 앞서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디지털 헬스케어와 의료혁신'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신의료기술평가제도는 개념이 잘못됐다"며 "근본적인 개선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묵 단장은 "박민수 차관이 이 내용을 아주 정확하게 파악하고 네카와 의료기술 평가 문제를 정리를 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본질을 짚고 해결책을 가진 정부 관계자의 말을 최근 3년 동안 처음 들었다"며 반겼다.

우리나라 디지털 전환의 장벽으로 작용하는 규제들은 제약·바이오 스타트업의 투자도 막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대성 책임자는 "미국에 조 단위가 넘어가던 글로벌 디지털치료제 기업인 페어 테라퓨틱스(Pear Therapeutics)가 최근에 파산했다"며 "이런 회사도 파산을 하는데 아직까지 규제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국내 환경은 미국보다도 제한적인 상황인데, 투자사들이 우려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말 우리나라 기술도 좋고 인재들도 굉장히 많고 스피드 있게 시작했을 때 마무리도 잘 지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사회적 분위기, 환경들 때문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발빠르게 가지 못하는 부분이 굉장히 안타깝다"며 "그래도 문제들을 알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부분을 많이 고민하는 부분에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sssunhu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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