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생 정주 비율 45→80%까지…'글로컬대학' 순천대·전남의 도전
글로컬대학·라이즈와 교육발전특구 연계…자율형공립고 등 제안
(무안·나주=뉴스1) 서한샘 기자 = "순천대가 글로컬대학에 선정되면서 지역에만 현수막이 200개 넘게 붙었습니다."
이병운 순천대 총장은 지자체·지역 산업계의 축하가 반가우면서도 어깨가 무겁다고 했다. 지난 13일 글로컬대학에 최종 선정된 순천대는 학사구조 개편, 캠퍼스 구축 등 대대적인 혁신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21일 방문한 전남 무안의 전남인재평상교육진흥원에는 글로컬대학에 선정된 순천대의 총장·학생 등 관계자는 물론 전남도, 지역 기업 관계자 10여명이 모였다.
순천대의 글로컬대학 혁신 계획을 그대로 반영한 구성이었다. 순천대의 계획은 지·산·학(지역·산업·학계)을 연계한 인재육성으로 요약된다.
우선 대학 내 기존 5개 단과대를 폐지하고 △스마트팜 스쿨 △애니메이션 스쿨 △코스모스 스쿨(우주항공·첨단소재) △R&D스쿨 △창업스쿨 △평생교육스쿨 등 '융합교육스쿨'로 개편한다.
이 가운데 스마트팜, 애니메이션, 우주항공·첨단소재는 순천대가 3대 지역 특화분야로 선정한 분야다.
이 분야를 주축으로 대학 밖 지·산·학 캠퍼스도 구축한다. 스마트팜 캠퍼스는 고흥스마트팜혁신밸리,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 캠퍼스는 순천 글로벌웹툰센터, 우주항공·첨단소재 캠퍼스는 고흥의 우주항공 클러스터와 광양시 첨단부품 소재 기업과 연계한다.
그에 따라 학생들은 융합교육스쿨에서 진로·전공 선택 기간(2년)과 과정 신규진입 기간(1년)을 거친 뒤 각각의 지·산·학 캠퍼스와 연계해 현장형 교육까지 받게 된다.
특히 기업과는 '선순환 구조'를 꾀한다. 지역 강소기업들이 대학 발전기금을 기부하고 이 기금은 후불제 등록금 제도 등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쓰인다. 결국에는 학생들이 그 기업에 취업하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문승태 순천대 대외협력본부장은 "현재 순천대를 졸업하고 인근 지역에 정착하는 비율이 45%인데 이를 80%까지 높이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업체들은 인재 확보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양정열 전남뿌리기업협회 부회장은 "현 시점에서 산업현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인력, 특히 임금·복지가 아닌가 싶다"며 "순천대에서 육성된 고급 인력은 대기업이나 타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고 남고 3D 업종은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외국인 근로자로 확보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순천대는 지자체·사업체·연구소 687개 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투자금액으로는 기업체 재정투자 약정 190억원, 전남 직접투자 500억원 포함 공동협업 1346억원, 순천시 110억원 등을 확보했다.
큰 변화가 예고되면서 학생들의 동의도 관건이었다. 구영서 순천대 총학생회장은 간담회 뒤 뉴스1과 통화에서 "글로컬대학 추진 초반 단과대학 폐지 등에 대한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학교본부가 수십번의 간담회로 학생들을 설득하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는 대규모 사업인데 학생들에게 어떤 복지가 돌아올지 기대되면서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글로컬대학·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라이즈) 등으로 조성한 고등교육 혁신 생태계를 초·중등교육까지 확대해 교육발전특구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이날 전남 교육혁신 현장방문 일정에 교육발전특구 설명회·나주 봉황고 간담회까지 포함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나주 혁신도시와 지역 내 일반고인 봉황고는 '교육발전특구'를 또 다른 기회로 바라봤다. 현재 나주에는 한국전력, 한국인터넷진흥원, 한국콘텐츠진흥원 등 주요 공공기관이 이전한 데 더해 한국에너지공과대까지 자리를 잡았지만 유독 '교육 문제'로 인해 지역 정주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 상황이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나주시는 16개 공공기관이라는 좋은 자원을 갖고 있어 이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며 "희망하는 모든 공립고가 자율형공립고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과감한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교육발전특구에서 기업·학교 특색에 맞춰 자율형공립고 등 다양한 모델이 나올 수 있다"며 "특정학교를 자율형공립고로 지정하면 나머지 학교가 소외될 수도 있으니 그런 점도 함께 고려하면 좋은 전략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ae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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