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적극 지지→자제하라”…美 입장선회, 휴전으로 이어져

2023. 11. 2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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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네타냐후에 교전중단 끈질기게 종용…휴전 성사 결실
이스라엘 내각이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공세를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대신 하마스가 억류하고 있는 인질들 중 일부를 석방하는 협상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AP]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22일(현지시간)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을 돌려받는 조건으로 나흘 간의 일시 휴전에 합의한 것에는 이스라엘이 교전 중단을 받아들이도록 밀어붙인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자세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당초 하마스의 기습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 전폭적인 지지 방침을 밝혔던 미국은 가자지구 민간인 인명피해 급증으로 국제사회의 논란이 커지자 미국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군사행동 자제·교전 중단 압박 강도를 높여왔다.

이날 합의로 전쟁이 본격적인 휴전 국면에 접어들지도 주목된다.

AP,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 약 50명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4일간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약 50명의 어린이와 여성 등 인질이 휴전 기간 하루에 10여명씩 단계적으로 풀려나며, 추가로 인질 10명이 석방될 때마다 휴전 기간을 하루씩 연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여성·아동 수감자들을 풀어주고 가자지구에 연료와 인도주의적 지원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번 일시 휴전 성사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이 지난 3일 이스라엘을 찾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을 통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인도적 차원의 일시적 교전중단’을 공식 제안한 이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교전 중단을 압박해온 것이 이번 성과로 나타난 것이다.

바로 전날에도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이번 무력 충돌로 너무나 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이 피살됐다”면서 “우리는 더 장기간의 교전 중지를 원한다. 우리는 더 많은 인도주의적 지원이 (가자지구에) 들어가기를 바란다”고 일시 휴전을 촉구했다.

그는 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북부 병원·학교 공습과 관련해 이들 시설이 보호받아야 하며 “공습을 당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이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미 뉴스매체 뉴스위크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행위를 억제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지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더 비판적으로 되고 이스라엘이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을 구체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지난달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 민간인을 학살한 이후 이스라엘·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등을 위한 1050억달러(약 136조원) 규모의 안보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는 등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공언했다.

이후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가자지구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 국제사회의 반전 여론이 높아졌을 때도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우리는 이스라엘에 레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말해 입장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지상전에 들어가고 인명피해가 커지자 바이든 대통령의 자세도 바뀌었다고 뉴스위크는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일 전투 중지 필요성을 처음 밝힌 데 이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 공격에 들어가려 하자 “병원은 보호돼야 한다”면서 민간인 시설에 대한 공격 자제를 주문했다.

이어 지난 18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에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창설을 뜻하는 ‘두 국가 해법’이 유일한 방법이라면서 전쟁이 끝나면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지구를 통합해 통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포위·봉쇄 불가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 불가 ▷테러 근거지로 가자지구 활용 불가 ▷가자지구 영역 축소 불가 등 4가지 원칙을 다시 천명했다.

이는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안보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전후에도 가자지구를 계속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이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가 이처럼 무게중심을 옮긴 것은 이스라엘의 하마스에 대한 군사적 승리가 거의 확실해진 가운데 민간인 사망자가 크게 늘어 미 국내외 여론이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NSC 출신으로 현재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 소속인 마이클 도런은 “전쟁이 계속되면서 이스라엘이 매우 확실한 군사적 성공을 거둠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전보다 더 (이스라엘에) 자제를 압박하는 쪽으로 기울었다”고 설명했다.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개전 이후 가자지구 내 사망자는 지난 19일 기준 1만3천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아동이 5500여명, 여성이 3500여명에 이른다.

이에 따라 서방 각국 외교당국은 군사 작전을 완화하도록 이스라엘을 압박할 것을 바이든 대통령에게 요구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게다가 미 행정부에서도 NSC와 국무부, 연방수사국(FBI) 등 정부 기관 직원 수백 명이 이스라엘 지지 정책에 항의하는 서한에 서명하는 등 내부 반발이 커지자 바이든 행정부는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미국정치센터 국장인 토머스 기프트는 “백악관의 언어와 정책은 의심할 바 없이 국내 정치적 고려에 따라 형성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전략적 방향을 맞추는 동시에 미국 내 진보파의 커지는 휴전 요구 목소리에 대응하기 위해 균형을 잡으려 애쓰고 있다고 진단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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