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판 스타워즈’ 시작됐다…北 만리경, 南 SAR위성 수십기 궤도에[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우주작전체계 수립·위성감시체계 구축 등 ‘스타워즈’ 기반 촉진
고도 500㎞ 저궤도 우주에 남·북 군사정찰위성들 계속 쏘아올릴듯
■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북한이 최초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우주궤도(고도 500㎞ 태양동기궤도) 진입에 성공했다고 22일 공식 발표한 데 이어 한국도 이달 30일 첫 번째 군사정찰위성을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우주기지에서 발사할 예정이어서 남북 군사정찰위성 보유를 위한 우주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남북 간에 ‘현대전의 눈’이라고 할 수 있는 군사정찰위성을 누가 더 먼저, 더 많이, 더 성능이 뛰어난 감시·정찰 자산을 확보하느냐의 ‘군사정찰위성 확보전쟁’, 이른바 ‘남북판 스타워즈’의 문을 만리경-1호가 열어젖혔다.
우주에서 쌍방 정찰 작전이 무한대로 가능해져 한반도 작전 환경이 크게 변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북한은 군사적으로 가장 취약한 감시·정찰 자산인 군사정찰위성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위성의 성능은 조악한 수준이지만 여러 기를 궤도에 진입시킬 경우 ‘핵미사일의 눈’ 역할을 할 수 있어 전략적으로 극히 위협적이다. 이에 맞서 우리는 우수한 위성기술을 토대로 다량의 초소형·고성능 정찰위성을 쏘아올려 북 핵·미사일을 물샐틈 없이 감시하겠다는 전략이다.
◇북, 김정은 지시 따라 항공우주기술총국 정찰위성 추가 발사
최근 북한 고위급 지도부가 “한국보다 군사정찰위성을 먼저 쏘아 올리라”는 취지로 지시한 정황이 군 당국에 포착됐다. 오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쏘아올릴 정찰위성 1호기 발사를 의식해 먼저 우주궤도에 진입하겠다는 의욕이 앞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3차 군사정찰위성 현지 발사를 참관하면서 “항공우주기술총국이 빠른 시간 내 수개의 정찰위성 추가 발사 계획을 당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에 제출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러시아 기술 지원을 받아 해상도를 향상시킨 만리경 계열 정찰위성을 여러 기 계속해서 쏘아올릴 것이 확실시된다.
북한 정찰위성은 저궤도인 목표궤도(500㎞ 고도 태양동기궤도)에 진입, 하루 서너 차례 한반도를 지나며 괌과 주일미군 기지에 배치된 미 전략자산 전개 여부, 주요 표적의 배치 이동 상황까지 감시할 수 있다. ‘핵·미사일의 눈’이 될 만리경-1호 수거 당시 해상도는 수m급이었으나 러시아가 북한에 직접 인력 파견 기술 전에 결정적 도움을 줘 서브미터급(가로세로 1m 미만 물체 식별) 해상도를 갖췄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궤도에 진입했다고 북한이 발표한 정찰위성은 고도 500∼1500㎞ 사이의 ‘지구저궤도’(LEO)에서 운용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조만간 만리경-1호의 주기와 궤도 등 일부 제원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군사전문가들은 만리경-1호 1기만으론 별다른 위협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북한이 자체적으로는 아직 열악한 수준이지만 이번에 러시아로부터 어느 정도까지 기술자문을 받아 EO센서의 해상도를 높였는지는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다만 북한이 쏘아 올린 다음에 위성에서 보내온 사진을 공개한다면 해상도 수준을 분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군사적 효용성 확보는 가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본의 군사정찰위성 해상도 수준은 EO센서 30cm,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50cm 정도다. 북한이 지난 4월 19일 실물 공개한 군사정찰위성은 육각형 기둥 형태로 상단에 태양전지판 4개가 달린 형상으로 추정됐다. 무게는 300kg 이상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2016년 2월에 쏜 사각형 형태의 위성인 ‘광명성 4호’보다 좀 더 크고, 전자광학 카메라가 2대 가량 탑재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새로 발사할 군사정찰위성 해상도는 50cm급까지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무기체계 권위자인 권용수 전 국방대 교수는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기술지원을 받았다면 미국이나 일본의 군사정찰위성처럼 수십 cm 정도의 고해상도는 아닐지라도 1m 안팎의 해상도로 초기 수준의 탐지·식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권 전 교수는 “탑재되는 정찰위성센서 시스템에 대한 기술 지원과 점검을 러시아로부터 받아 좀 더 고도화된 군사정찰위성을 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만리경-1호가 궤도에서 정상 작동할 경우 재방문 주기는 하루 세 차례 정도일 것으로 추산된다. 남한지역의 특정 목표물 상공을 하루 세 번 정도 방문해서는 정찰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만, 북한이 공언한 대로 ‘만리경’을 여러 기 쏘아 올려 궤도에서 정상적으로 작동시킨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5기 정도를 운용한다면 재방문 주기는 2시간 가량으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옛 소련제 RD-250 트윈엔진(쌍둥이) 2세트(4개 엔진)를 모방한 백두산 액체엔진을 개발해 발사체(천리마-1형) 1단 로켓으로 사용했다. 2·3단 로켓은 러시아 엔진 등을 토대로 북한이 자체 제작한 신형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천리마-1형 로켓을 여러 기 제작해놨고 추가 발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정지궤도 위성까지 운용을 목표로 천리마-1형보다 추력이 강한 로켓을 개발 중인 것으로 군과 정보 당국은 평가한다. ‘만리경-1호’ 1기가 당장 위협은 아니더라도 앞으로 이번 발사체와 같은 성능으로 제작된 로켓으로 여러 기를 쏠 수 있기 때문에 우리 군으로서는 북한의 변화될 전술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군 2025년까지 SAR 위성 4기, EO·IR 위성 1기 등 발사 준비…초소형위성도 계획
우리 군도 오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정찰위성 1호기 발사를 시작으로, 2025년까지 고성능 영상 레이더(SAR) 탑재 위성 4기와 전자광학(EO)·적외선(IR) 탑재 위성 1기 등 5기를 전력화할 계획이다.
북한의 주요 전략 표적들을 감시할 한국의 독자적인 군사정찰위성 1호기는 오는 11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된다. 발사체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팰컨9’이다. 군 당국은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체 추진체 로켓도 연내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군의 이번 군사정찰위성 1호기는 대북 킬체인(Kill Chain)의 ‘눈’에 해당하는 핵심 전력이다. EO센서와 적외선 영상으로 수백 ㎞ 고도에서 지상의 30㎝ 크기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한국군은 백두금강사업을 통해 북한 전 지역에 대한 통신첩보 수집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영상 정보 수집은 대북 위성정보 80% 이상을 미 감시·정찰자산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 군은 오는 11월 30일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를 시작으로 SAR 탑재 위성 4기와 EO·적외선(IR) 탑재 위성 1기 등 모두 5기를 쏘아 올릴 계획이다. 2018년 시작된 우리 군의 ‘425사업’ 일환이다. 이번에 EO·IR 장비 탑재 위성을 쏘아 올린다. 5개 위성 무게는 800㎏급으로 알려져 있다.
425사업 위성 1호기는 2018년 1월부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력해 개발해 왔다. 1호기는 ‘다목적실용위성(아리랑) 7호’를 기반으로 제작했다. 군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탑재체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군 당국은 425사업과 함께 무게 100㎏ 안팎의 초소형 정찰위성 32기를 더 띄우는 ‘초소형 위성체계 사업’도 추진 중이다.
우리 군은 독자적인 대북 정보 감시 능력 확보를 위해 1조2200억여 원을 들여 2024년까지 고해상도 중대형급 정찰위성 5기를 도입하는 425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가시적인 위협으로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격 징후를 미리 탐지해 선제 타격하는 킬체인의 핵심이 바로 군 감시·정찰 위성이다.
우리 군이 이번부터 군 정찰위성 5기를 순차적으로 궤도에 올려놓으면 2시간마다 북한 전역의 미사일 기지와 핵실험장 등 주요 시설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독자 정찰위성이 없어 대북 영상 정보를 미국에 전적으로 의존해왔다. 군은 2020년 7월 군사 전용 통신위성 ‘아나시스(Anasis) 2호’를 쏘아 올렸다.
425사업은 고체연료 우주발사체를 이용한다. 북한 전역을 10~20분 간격으로 촘촘히 들여다보면서 핵·미사일 공격 징후를 사전에 탐지하겠다는 전략이다.
군은 전자광학 위성 감시체계 전력화에 이어 우주작전 전대 창설과 우주작전 수행 체계 정립, 위성전력 확보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종국에는 레이저로 적 위성을 격추하는 레이저무기 체계도 개발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도 남측의 움직임에 대응할 것으로 보여 남북이 ‘스타워즈’가 가능한 기초를 서서히 닦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찰위성을 운용하면 지상과 해상 등 첩보 수집 능력이 배가되어 작전 반경도 획기적으로 늘어난다. 적의 고정 및 이동표적을 재빨리 포착할 수 있고, 병력과 장비 움직임뿐 아니라 핵심 기지 변화 등도 실시간 포착할 수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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