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전기차 수요부족에 미시간 배터리공장 생산량 40% 감축

오현우 2023. 11. 22.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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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진=REUTERS

미국의 완성차업체 포드가 미시간주에서 건설 중인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당초 계획보다 축소할 예정이다. 전기차 수요가 둔화하고 있다는 전망에 따른 결정이다.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자 핵심 원자재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자 광산업계는 신규 광산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시장에선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한 전기차 전환 계획도 위험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포드자동차가 미시간주에서 신축하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공장 규모를 기존 계획보다 축소할 예정이라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 9월 신축 공장의 효율성을 재평가하기 위해 건설을 일시 중단한 포드는 설비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포드는 당초 35억달러를 투입해 연 35GWh(기가와트시)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할 목표를 세웠다. 이 목표치를 42.8% 감축한 연 20GWh로 변경했다. 고용 계획도 2500여명에서 1700명 수준으로 하향 조정했다. 공장 설비를 줄이면서 투자 예정 금액인 35억달러로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포드는 중국의 배터리업체 CATL과 협력해 미시간주 공장을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중국 배터리 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에 주력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공화당에서 중국과 포드의 협력을 비판하면서 정부 보조금 축소를 촉구하기 시작했다. 일부 하원 의원들은 위원회를 꾸려 포드와 중국의 연계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정치적인 논란에 휘말리면서 포드가 설비 규모를 일부 감축했다는 설명이다.

포드가 공장 설비를 감축한 또 다른 이유로는 전기차 수요 둔화가 꼽힌다. 북미 지역에서 신규 전기차 모델이 경쟁적으로 출시됐지만, 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 리서치업체 모터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1~10월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9% 증가했다. 완성차 판매 증가율(12.5%)보다 높지만, 전년도 성장률(69%)에 비해 둔화한 모양새다.

마크 트루비 포드 대변인은 이날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전기차 확산 속도가 더뎠다"며 "하지만 여전히 전기차 시장은 낙관적인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포드가 생산 설비를 축소하기로 결정하면서 노동조합의 역풍이 거세질 전망이다. 지난 9월 포드가 건설을 일시 중단했을 때도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포드가 일자리를 볼모 삼아 노조를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한 바 있다. 지난 17일 UAW의 파업은 끝났지만, 이번 포드의 결정이 향후 공격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포드를 비롯해 다른 완성차업체들도 전기차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신형 모델 출시를 미루거나 투자 규모를 줄이기 시작했다. UAW의 파업으로 인해 인건비가 증가해서다. 반면 공급 가격은 인상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정부가 내세운 전기차 전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1년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차의 절반을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전기차의 핵심 원재료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리서치업체 벤치마크 미네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올해 들어 배터리용 리튬 가격은 60% 하락했고, 니켈과 흑연, 코발트 가격은 각 30%씩 떨어졌다. 최대 소비 시장인 중국 경기가 둔화하면서 나타난 결과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자 광산업체들은 채굴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있다. 필라델피아 소재 광산업체 리벤트는 최근 아르헨티나 리튬 채굴 프로젝트 확대 계획을 연기했다. 호주의 광산업체 저부아 글로벌도 아이다호 코발트 광산을 일시 폐쇄했다.

사진=AFP

세계 최대 리튬 채굴업체인 앨버말 관계자는 WSJ에 "광산업체가 신규 광산을 채굴할만한 인센티브가 부족한 상황이다"라며 "앞으로 10년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광산업계가 공급을 축소하면서 장기적으로 원자재 초과수요 현상이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는 리튬의 공급과 수요가 맞아떨어지고 있지만, 2030년에는 수요가 공급을 40만t 이상 앞지를 것이란 전망이다. 코발트와 니켈도 초과수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신규 광산을 개발해서 채산성을 개선할 때까지 수년이 걸려서다.

리튬 아메리카스의 조나단 에반스 최고경영자(CEO)는 "수요가 점진적으로 증가하면서 리튬 가격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전기차 시장 자체는 정체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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