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메기’ 한동훈·원희룡 그림자에 가려진 與사령탑
“金, 불출마가 당에 도움” vs “안정적 리더십으로 승리 견인”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스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총선 등판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 지도부의 존재감은 갈수록 사라지는 모양새다. 임기 초부터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 꼬리표가 붙었던 김 대표는 최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와 혁신위원회의 용퇴 압박으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졌다. 일각에선 김 대표의 험지출마로도 총선 승리 견인이 어렵다는 분석과 함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설까지 거론되는 분위기다.
'셀럽 듀오'에 '인요한'까지, 샌드위치 된 金?
최근 한동훈·원희룡 장관은 총선을 다섯 달가량 앞두고 몸 풀기에 나선 모습이다. 한 장관은 대구·대전에 이어 오는 24일 울산도 찾는 등 전국구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가는 곳마다 지지자들을 50명 이상씩 결집시켜 '셀럽(유명인)'을 연상시키기도 했다. 한 장관은 지지자들 앞에서 "여의도(국회) 화법 대신 나머지 5000만 명이 쓰는 문법을 쓰겠다"고도 선언했다. 사실상 '총선 출사표'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여기에 원희룡 장관도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험지 출마'를 공식 시사했다. 그는 2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만일 총선에 임해야 한다면 국민과 당을 위해 어떤 도전과 희생이라도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측근들에게도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 가장 센 상대와 붙고 싶다"고 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인천 계양을 격돌'도 예고했다. 이에 인요한 혁신위원장도 "고마워서 눈물이 난다"고 화답했다.
두 장관이 이슈몰이를 하면서 김기현 지도부의 존재감은 갈수록 분산되고 있다. 당초 김 대표는 지난 3월 전당대회에서 낮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윤심'의 지원사격으로 대표직에 올랐다는 평이 만연했다. 이후 김 대표는 일부 최고위원들의 연이은 설화를 수습하고 비교적 안정된 당무 운영을 해왔다. 하지만 10월 실시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17%포인트 차로 민주당에 참패하며 '책임론' 등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김기현 지도부는 위기 수습을 위해 김 대표와 선출직을 제외한 구성원을 물갈이했다. 여기에 인요한 위원장을 필두로 한 혁신위도 출범시키며 본격 쇄신에 나섰다. 다만 인 위원장이 여야를 넘나드는 광폭 행보를 보이며, 오히려 지도부에 향해있던 이목까지 분산시켰다. 민주당의 전 혁신위원도 통화에서 "인 위원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김 대표와 지도부는 허수아비가 된 느낌이다. 용산은 물론 당 내부로부터도 샌드위치처럼 이리저리 치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류층은 정치권에 빚 많아 결단 어려워"
특히 김 대표는 혁신위와 주류층이 '총선 불출마·험지출마' 사안을 놓고 대립하는 상황에서도 결단을 회피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리더십 실종에 일각에선 김 대표의 역할에 기대를 걸지 않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대표가 이렇게 존재감이 없는데, 본인이 험지에 출마한다 해도 총선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미치겠나"라며 "김 대표가 차라리 험지출마도 아닌 불출마를 선언하는 것이 당에 유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김기현 지도부가 해체되고 비대위로 전환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이나 원 장관 등 인지도 있는 인물로 간판 역할이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여권 지도부에선 이 같은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김 대표에 대해 "당초부터 존재감을 드러내기보단 후방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여왔다"며 "이번 총선에서도 '메기(경쟁자)'들을 모으고 지원해 총선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현역 당 지도부와 국무위원들의 입장차가 다른 만큼, 지금의 존재감 대비효과는 불가피하다고 분석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한 장관은 정치 시작 단계고 원 장관도 현역의원이 아닌 만큼 정치권에 비교적 빚이 없다"며 "하지만 김 대표는 정치권에 빚이 많다. 본인 지역구도 있고 당대표직도 있으니 내려놓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서로 처해있는 입장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지금 추세에선 여권의 총선 지휘체계가 어떤 형태로든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 장관은 대선주자에 능력도 출중한 만큼, 앞으로 대선뿐 아니라 총선에서도 역할을 해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에 원 장관도 직접 험지에서 싸우겠다고 하니 (당에선) 얼마나 고맙겠나"라며 "반면 주류층은 정치권 빚으로 결단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당원의 바람과 거꾸로 가고 있으니 계속 이미지가 부정적으로 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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