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윤 대통령이 공천 파동 만들 것이란 신뢰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정책 오류 인정하는 게 지금의 답” “대구·광주 어디든 나갈 수 있어… 윤핵관 밀려난 지역구에 검사가 차지하면 심각성 알게 될 것”
이준석 전 국민의힘 전 대표가 2024년 4월 총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바람은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잘못에 대해 말하기를 금지해온 국민의힘을 정조준한다. 동시에 이 바람은 정치권에 제3당의 발전을 열망해온 중도 성향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한다.
그러나 이 전 대표의 바람이 제3당 성공으로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길을 찾지 못하는 국민의힘과 극적인 막판 타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제3당 시도 자체가 실패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 이준석이 일으킨 이 바람이 과연 총선을 앞둔 한국 정치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쏠린다. <한겨레21>이 2023년 11월20일 이 전 대표를 직접 만나 물었다. 인터뷰는 한겨레신문사 5층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창당은 젊은 사람들의 ‘노아의 방주’
-창당은 왜 하는가.
=(2024년 총선에서) 수도권 선거 망치고 나면 저분(윤석열 대통령)이야 임기 3년이 더 있으니까 어떤 식으로든 살아가면 되지만, 서울에 출마하고 싶은 수많은 젊은 사람은 어떻게 하라는 건가. 이제는 보수 절멸을 우려해서 ‘노아의 방주’ 같은 걸 만들어야 하지 않나. 말도 태우고 코끼리도 태우고 그래야 하지 않은가. (창당 예정일인) 12월27일이 지나면 노아의 방주에 하나씩 입점시켜야 할 것 같다.
-근데 그 새로운 당에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구성원이 국민의힘의 비윤, 더불어민주당의 비명, 이언주, 금태섭, 천아용인(천하람, 허은아, 김용태, 이기인 등 친이준석 정치인들) 등 중도 중심인데 파괴력이 있을까.
=내가 당대표 전당대회를 했을 때 전국 253개 당원협의회에서 지지한 당협이 3개였다. 그 정도 지지를 받고도 이겼다. 우리 당 의원이 110명 정도 있는데, 비례대표 중 제일 유명한 의원은 허은아 의원 같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의힘 의원 이름을 10명 댈 수 있는 국민이 거의 없다. 이 상황에서 몇 명이, 어떤 사람이 함께하느냐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나는 윤 대통령에 대한 굳은 신뢰가 있다. 신당을 하면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건 대통령에 대한 신뢰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모든 지도자를 쏴버렸다”
-윤 대통령에 대한 어떤 신뢰인가.
=공천 파동을 만들 것이라는 신뢰, 내부에 총질할 것이라는 신뢰다. 사람은 자기가 되게, 맨날 불안해하는 것을 입 밖에 내게 돼 있다. 대통령이 집권한 다음 국민의힘에 한 것은 모든 지도자를 쏴버린 일이다. 이준석 죽이려 달려들고, 유승민 죽이려 자객 공천하고, 나경원 의원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시켜놓은 다음에 잘라버리고, 홍준표 대구시장 징계 먹이고. 정작 밖으로 쏜 총은 뭐가 있었나. ‘과거’에 쏜다, 홍범도 장군 흉상이라든지. 윤 대통령이 유효하게 상대 정당을 향해 날린 총탄은 별로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준석 전 대표에게 어떤 존재인가.
=재미있는 분이다. 참 흥미로운 분이다.
-이 전 대표가 고통도 많이 당하지 않았나.
=그래도 재미있다. 내가 더 오래 살 거니까. 대통령은 어차피 정치할 날이 3년 남은 거고, 사상 초유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1년 반 만에 거의 여당을 초토화했다. 대통령이 개인 주식투자자의 행태를 보인다. 주식투자를 두서없이 하는 분들이 주식을 사서 주가가 좀 내리면 불안해하다가, 선물 하고 옵션 해서 한번에 뒤집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일수록 투자 조언하는 분의 도움을 받으면 좋을 텐데, 대통령은 지금 한 방에 뒤집을 걸 찾고 있다.
-그렇게 초토화하는 것은 거기에 새로운 씨를 심겠다는 것 아닌가, 검사들을.
=처음에는 많은 사람이 대통령이 정치를 처음 해보기 때문에 개념이 잘못됐거나 미숙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근데 최근 <더탐사>에서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대통령이 입당하기 전부터 당을 뽀개버리겠다, 이준석을 3개월 만에 내쫓겠다는 포부를 밝힌 게 드러났다. 계획대로 하는 것이다. 잘해보고 싶은데 못하는 게 아니라, 의도대로 하고 있다.
“대구든 어디든 나가겠지만 , 쉬운 도전 안 하겠다”
-대구 지역구에 나갈 생각이 있나.
=나는 쉬운 도전 안 하겠다. 그래서 (서울) 상계동에 계속 도전했던 건데, 신당이 차려지면 국민의힘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서 선거를 치러야 한다. 내가 최전선에 가서 뛰겠다는 의지를 보이려면 무조건 어려운 데 가야 한다. 보통 신당은, 제3지대는 수도권의 승부를 봐야 한다는 관점이 있다. (둘째) 대구에 가서 가장 반개혁적인 인물과 붙겠다고 할 수도 있다. (셋째) 대구에서 신당 지지세가 일찍 형성될 때는 광주에서 도전할 수도 있다.
이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서 공천 파동과 내부 총질을 할 것이라고 농반진반으로 말했다. 그리고 이런 윤 대통령의 정치 실패가 자신에게 창당 명분과 실리가 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아직 창당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말하지 않았다. 혹시 아직도 국민의힘에서 2024년 총선을 치를 생각이 있는 걸까.
-아직 국민의힘에 남을 가능성이 있는가.
=선거에 의미 있는 참여를 해야 한다. 정치하면서 어느 정도 성과가 난 뒤에는 의미를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으로 시작했는데, 3당 합당 때 순응했다면 그 모습이 어땠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한다. 그분은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2016~2017년 바른정당 갈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행보가 큰 힘이 됐다. 배신자 담론도 있겠지만 옳은 소리 하고 살자. 그것에 국민이 호응해줘서 당대표까지 한 것이다. 이번에도 그런 걸 믿는다.
신당에서 어떤 의미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 돈 드는 선거에 문제의식이 있다. 내가 3천만원으로 전당대회를 치렀던 것처럼, 총선을 창당을 비용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해보는 것도 의미 있다. 서산대사의 (시) ‘답설’을 계속 인용하는 것처럼 내가 이 길을 한번 걸으면 다음에 정치를 하고 싶은, 뜻있는 사람이 있을 때 이준석은 전당대회 3천만원 갖고 치르고 당도 큰돈 안 들이고 만들었다더라 할 수 있다.
-총선 지휘권, 선거대책위원장 자리를 준다면 국민의힘에 갈 수 있나.
=제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비슷한 제안이 있었는데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꼈다. 의미를 못 찾았다. 몸 갈아넣어서 120석을 얻는다 해도 첫째 패배 원인을 뒤집어씌워서 난리 칠 것이다. 둘째는 나는 상계동이니까 당연히 낙선할 것이다.
-지금 거절할 수 없는 국민의힘의 제안이 있나.
=<삼국지>에 나온 것처럼 다 몸을 묶고 처분을 바라며, (사죄를) 나한테 하라는 게 아니라 국민에게 하라는 것이다. 그것부터 먼저 하라는 것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 이미 국민이 몽둥이찜질을 했는데, 혁신위원회 한다면서 자기들끼리 먹고살 만해진 것이다. 이 얼마나 황당한 상황인가. 다음 총선 때는 큰 몽둥이찜질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 자기들만 자각 못하는 것이다.
-그럼 이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이나 김기현 대표라면 어떤 이야길 하겠나.
=대한민국 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를 몇 개 풀어내면 좋겠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는 특이한 게 행정부가 하는 일을 입법부도 감시하지만, 상시 감사할 수 있는 감사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형태로 돼 있다. 근데 미국은 의회가 감사원을 운영한다. 행정부에 대한 견제 권력의 일부를 야당에 이양하는 형태로, 여야 합의를 통해 감사원을 의회에 배속하자는 것이다. 그게 개헌이 필요할 수 있지만, 형식적으로는 감사원장을 야당 추천으로 임명하면 된다. 그걸 내려놓으면 정치적으로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이준석 “윤 대통령이 오류를 한번 인정하는 게 답”
-윤 대통령이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에 책임이 가장 크다. 결과가 나온 뒤 어떻게 했어야 하나.
=검사를 한 분들이 말하는 게 검사가 오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한다. 검사가 기소에서 오류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지금 시점에서는 정책의 오류를 한번 인정하는 게 답이 아닐까. ‘국민 여러분 제가 생각 잘못했습니다. 이념이 민생보다 중요하다는 말을 했던 것은 이런 뜻이 아니었습니다. 홍범도 흉상 문제 때문에 심려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원상 복구하겠습니다’라고 말이다. 그러면 국민이 ‘우리 대통령이 국정 기조를 잡는 데 어려움이 있었구나, 이제 제대로 하겠다고 하니까 믿어보자’ 그럴 것이다. 대통령이 그런 성찰적인 모습을 한번 보여줬을 때 그게 촉진될 수 있다.
국민의힘에 남는 선택을 물었을 때 이 전 대표는 정치하는 명분에 대해 이야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고, 정치를 통해 뭔가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에게 자기 잘못을 인정하고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그런 변화를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2024년 총선 이후 야당이 200석 이상 되면 윤 대통령을 탄핵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탄핵에 이르는 정도의 중차대한 잘못이 발견됐다고 하더라도 꼭 그 결론이 탄핵으로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탄핵은 최종적 수단이 돼야지 정치적 타협이나 정치적 해결법 이전에 탄핵이 먼저 거론되는 것은 안 된다. 만약 총선에서 민주당이 많은 의석을 획득했다면 대통령이 거기에 맞춰 타협안을 내고 그것에 대해서도 국민이 불만족하면 그다음에 민주당이 다수 정당으로서 탄핵 절차에 돌입할 수도 있다. 민주당도 가볍게 이런 거 언급해선 안 된다. 가장 최종적인 절차다.
-12월에 김건희 여사 특별검사법안이 나올 텐데, 대통령이 거부해야 하나 받아들여야 하나.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의석수를 봤을 때 특검법은 표결이 된다. 12월 말로 예상한다. 만약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재의 요구가 된다. 재의 요구가 국회로 오면 민주당은 너무 편한 거다. 예전에 ‘이재명 방탄’ 프레임 때문에 고생했는데 이번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똑같이 이야기할 수 있다. ‘김건희 방탄’이다. 여론조사를 보면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방탄 프레임도 이 대표에 대한 지지율이 높지 않았기에 유효했는데, 김건희 여사에 대해서도 부정적 여론이 어느 정도 있다.
“대통령 탄핵은 정치적 타협 전에 나와선 안 돼”
-지금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이 기존 지역구에서 밀려나고 그 자리를 검사 출신이 차지하지 않겠는가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보들 이럴 줄 몰랐나? 유명한 글이 있는데, ‘○○○가 끌려갈 때 나는 내 일이 아니니까 저항하지 않았다. 내가 끌려갈 때에야 이건 심각하다고 생각했다’는 내용이다. 윤핵관들에게 바치는 글이다. 대통령을 나치에 비유한 것은 아니라는 걸 말씀드린다. (이 전 대표가 말한 글은 마르틴 니묄러의 ‘그들이 처음 왔을 때’라는 글이다.)
마지막으로 다음 대선에서 후보가 될 가능성이 있는 정치인들에 대해 물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해서는 유보적 의견을 냈고,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우호적 태도를 비쳤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서는 존재감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 한동훈 장관은 정치인으로 이제 데뷔 직전인데 , 성공할 것 같나.
= 긁지 않은 복권이다 . 보수에서 최고의 스펙이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였다 . 근데 까봤더니 본인 떨어지고 180 석을 야당에 내줬다 . 지고 나서는 부정선거 담론에 뛰어들었다 . 반대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케이스도 있다 . 화려한 커리어 가졌고 김대중·노무현과 경쟁해서 대통령은 못 됐지만 , 당을 8 년 가까이 안정적으로 이끌었다 . 법조인 출신이라 해서 평가절하할 필요 없다 .
-호감도나 지지도에서 상위권인 오세훈 시장은 어떤가.
=오 시장이 서울시장을 네 번 하고 있는데 그 경험이 굉장히 보수 진영에 소중하다. 오 시장이 기억나는 파격적인 큰 건을 엠비(이명박)처럼 터뜨린 건 없지만, 안정적으로 운영한다는 느낌이 든다. 보수에 중요한 수도권 선거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대선 후보, 당대표 다 한 홍준표 대구시장은 어떤가.
=저렇게 사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분이다. 홍 시장이 시원하게 말하는 것이 소구력이 있다고 본다. 칼 한 자루 차고 돌아다니는 검객 같은 느낌이다. 바람을 잘 타면 더 높은 자리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재명 대표는 멀티태스킹을 해야 한다”
-야당의 유력 후보는 한 사람인데, 이재명 대표는 어떤가.
=이재명 대표는 지금 너무 조용하다. 이 대표가 예정에 관심받았던 것은 남보다 한발 앞서고 한 단계 높은 수위의 언어로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실종 상태다. 재판받는 것 때문에 힘들겠지만 리더는 존재감이 있어야 하고, 개인의 재판이나 수사 때문에 당의 일을 망각해선 안 된다. 이 대표가 멀티태스킹을 해야 한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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