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정찰위성 발사 성공" 주장…정부, 9·19합의 일부정지 대응(종합)
속도 미달로 정상궤도 진입 실패 가능성, 위성 성능 여전히 의문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김지헌 기자 = 북한이 로켓을 발사해 군사정찰위성을 우주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주장함에 따라 정부는 대북 정찰 강화로 대응에 나섰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통신은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이 전날 밤 10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통신은 "천리마-1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정상비행해 발사 후 705초 만인 오후 10시 54분 13초에 만리경-1호를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전했다.
북한 발표가 사실이라면 올해 5월 1차 발사와 8월 2차 발사에 실패한 이후 3번째 발사 만에 정찰위성 운반 로켓을 제대로 발사한 것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9·19 남북군사합의 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정지를 의결하며 대응했다.
효력정지된 조항은 군사분계선(MDL) 주변 일정 구역에서 비행을 금지한 것으로, 그동안 북한보다 우월한 공중 정찰 자산을 보유한 한국에 불리하게 작용했다. 효력정지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시행된다.
국방부는 "9·19 합의로 인한 비행금지구역 설정으로 접경지역 북한군 도발 징후에 대한 우리 군의 감시정찰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오히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까지 발사해 우리에 대한 감시정찰능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군은 9·19 합의 이전에 시행하던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북한의 도발 징후에 대한 공중 감시·정찰 활동을 복원할 것"이라며 "북한 도발에 대한 상응 조치이고 최소한의 방어적 조치"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위성 탑재 로켓 발사는 1998년 처음 있었고 이번이 8번째다. 만리경-1호는 우주궤도에 진입하는 북한의 세 번째 위성이 될 수 있다.
2012년 12월과 2016년 2월 북한이 지구관측위성이라고 주장한 '광명성-3호 2호기'와 '광명성-4호'가 우주 궤도에 각각 진입한 바 있다.
광명성 계열은 비군사적 목적의 위성으로 분류되지만, 이번에 북한이 궤도에 올린 만리경-1호는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이라고 지칭했다.
광명성-3호 2호기와 광명성-4호는 이미 궤도를 이탈해 낙하한 상황이어서 만리경-1호의 궤도 안착 여부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현재 우주 궤도를 돌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북한 위성은 없는 셈이다.
만리경-1호는 목표 궤도에 진입할 속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정부가 밝혔다. 우리 정부 관계자도 "북한은 서둘러 성공했다고 발표했지만, 그것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며 "한미, 한미일이 긴밀히 공조하면서 같이 분석하고 판단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진입 속도에 미달할 경우 위성은 정상 궤도에 진입하지 못할 공산이 크고, 설령 궤도에 올랐더라도 위성 수명이 상당히 줄어들었을 수 있다.
만리경-1호가 궤도에 무난히 안착했더라도 북한의 정찰위성이 감시, 정찰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만리경-1호의 중량은 300㎏ 안팎으로 통상적인 정찰위성에 비해 작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찰위성이 촬영한 영상의 해상도는 1m 이상급이어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데 만리경-1호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군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도 "위성이 돌면서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데 북한이 공개한 위성은 성능이 조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결국 위성 성능보다는 발사에 성공해 (탄도미사일) 기반 기술을 갖게 되는 것이고 체제 선전 목적이 크다"고 진단했다.
다만, 해상도가 떨어진다고 해서 아예 기능을 못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이춘근 과학정책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해상도가 3m 수준이라고 해도 함정이나 전차, 트럭 등은 식별할 수 있다"며 북한 정찰위성도 나름의 효용성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hoj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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