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구조가 오픈AI 위기 자초”… 명확한 사유 없이 4명이 주도한 올트먼 축출

안상희 기자 2023. 11. 22.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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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4명이 창업자 쫓아내… 전 세계 AI 리더 미래 위태로워”
”큰 이사회, AI 같은 신기술 회사에 중요”
오픈AI, 주주 없으니 소수 이사회가 전권 독점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이자 창업자인 샘 올트먼의 갑작스러운 해임 결정은 6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서 4명이 합심해 이뤄진 결과다. 이에 대해 지배구조 전문가들은 오픈AI의 이사회 구성원이 지나치게 작아 권한이 독점됐고, 균형적인 의사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21일(현지시각) “오픈AI의 특이한 이사회 구조가 불확실성의 근간이 됐다”며 “단 4명의 이사회 구성원이 창업자를 회사에서 밀어내고 직원들의 반란이 이어지면서 전 세계 인공지능(AI) 리더로 꼽힌 오픈AI의 미래가 위태로워졌다”고 진단했다.

오픈AI 이사회는 올트먼의 해고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단지 이사회는 “(올트먼이) 일관되게 솔직한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않았다”고만 전했다. 해당 문제에 정통한 사람들은 울트먼과 오픈AI 이사회 간 신뢰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사회가 회사의 지식재산이나 기술이 ‘인류의 이익을 위해 인공지능을 발전시키는’ 사명에 반해 사용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했다. 실제 오픈AI는 매년 세금신고서에 “재정적 수익 창출의 필요성에 구애받지 않고 인류 전체에 가장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방식으로 디지털 지능(digital intelligence)을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명시하고 있다.

맨 왼쪽은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창업자인 샘 올트먼. 오른쪽은 오픈AI의 이사회 멤버. 맨위부터 시계방향 순으로 애덤 디앤젤로(Adam D’Angelo), 타샤 맥컬리(Tasha McCauley),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 헬렌 토너(Helen Toner)./링크드인·조선비즈DB 그래픽=손민균

◇ “오픈AI 이사회 구성, 균형 잃어”

전문가들은 오픈AI의 이사회가 지나치게 작게 구성된 것이 이번 올트먼 해임 사태의 발단이 됐다고 보고 있다.

WSJ에 따르면 오픈AI 이사회는 올해 들어 오픈AI에서 함께 쫓겨난 올트먼과 그레그 브룩먼(전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총 5명의 멤버를 잃었다. 앞서 리드 호프만 링크드인 공동창업자, 윌 허드, 시본 질리스는 올해 초 오픈AI 이사회를 떠났다. 호프만은 이해관계 충돌 없이 오픈AI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회사에 투자하기 위해, 허드는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빠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임원 서치펌인 헬러 서치의 마사 헬러 대표에 따르면 통상 비영리 단체를 포함한 기업 이사회는 최소 7명에서 최대 15명으로 구성된다. 헬러 대표는 “6명은 상당히 적고 4명은 매우 적다”며 “큰 이사회를 갖추는 것은 한 사람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지 않도록 균형과 다양성을 갖추기 위해 중요하며, 이러한 특성은 AI와 같은 새로운 기술을 다루는 회사에서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회 구성이 너무 작으면 의사 결정, 거버넌스, 권력을 거의 독점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오픈AI는 이사회가 너무 작아 그런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오픈AI는 이사회 구성은 일반적인 회사와 다르다. 통상 이사회를 처음 구성할 때 회사 설립자와 초기 경영진은 운영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자금력이 풍부한 이사를 찾는다. 또는 유사한 회사를 이끌었던 경험이 있는 임원을 찾는다. 헬러 대표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이사회는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성공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 투자자들로 구성되는데, 오픈AI는 정관에서 이사회 구성원의 과반수가 영리 부문에 대한 재정적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준익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픈AI는 창업자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런 구조는 비영리 법인의 특징인데 주주가 없다 보니 소수의 이사회가 모든 전권을 가지게 됐고, 이번 사태와 같은 문제점이 쉽게 발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오픈AI는 투자 유치를 위해 영리 기업을 자회사로 뒀지만, 여전히 주주인 투자자가 아닌 모기업인 비영리 기업이 모든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일반적이지 않은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이사회 멤버 4명이 중대한 잘못이 없는 창업자를 해임하는 등 120조원 기업가치의 회사와 관련된 전권을 휘두르는 구조가 정상적이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샘 올트먼 전 오픈AI CEO./소프트뱅크벤처스

◇ 오픈AI 이사회 앞날 불확실… “올트먼 복귀한다면 수술 불가피”

현재 오픈AI 이사회에 남아 있는 4명의 멤버를 살펴보면 사내이사로는 오픈AI의 공동창업자이자 수석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가 있다. 그는 올트먼, 브록먼과 함께 오픈AI로부터 보수를 받는 사내이사 중 1명이다. 그는 스탠퍼드대서 머신러닝의 선구자인 앤드류 응이 이끄는 그룹에서 박사후과정을 거쳤다.

사외이사로는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약 2년간 페이스북 최고기술경영자(CTO)를 지낸 애덤 디앤젤로(Adam D’Angelo)가 있다. 그는 2009년 ‘지식 문답 사이트’ 쿼라(Quora)를 창업하기도 했다. 이밖에 캘리포니아주 산타모니카에 있는 비영리단체 랜드(Rand)의 겸임 수석 관리 과학자인 ‘AI 거버넌스’ 전문가 타샤 맥컬리(Tasha McCauley)와 워싱턴D.C.에 있는 비영리 단체인 조지타운대의 보안 및 신흥 기술 센터의 전략 및 기초 연구 보조금 담당 이사인 헬렌 토너(Helen Toner)가 있다.

현재 올트먼을 해고한 오픈AI 이사회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현지 언론에서는 오픈AI 이사회가 올트먼에게 복귀 요청을 하고 있으며, 올트먼이 이 제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WSJ는 “올트먼은 자신이 복귀할 경우 (기존) 이사회 전체가 사라지길 원하고 있으며, (투자자이기도 한)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는 회사의 거버넌스 변화를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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