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위성 도발, ‘성공’ 발표에도 여전한 의구심… “필요 속도 도달 못해” 日분석도

유병훈 기자 2023. 11. 2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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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지난 5월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새발사장에서 쏜 첫 군사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위성운반로켓 '천리마 1형'의 발사 장면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밤 군 정찰위성 3차 발사 도발을 감행하면서 한반도 주변 안보환경도 격랑에 휩싸이고 있다.

북한은 “궤도에 성공적으로 진입했다”고 발표했지만, 미국과 일본 등 한국의 동맹·우방국들은 성패를 평가하기 시작했다. 한국 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 맺어진 9·19 남북 군사합의를 일부 파기하기로 했다. 러시아의 경우 표면적으로 반응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에 기술을 이전함으로써 이번 발사에 직·간접적인 도움을 줬다는 점에서 누구보다 예의주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 北 “궤도 진입까지 성공”에… 韓 “9·19 합의 효력 일부 정지”

북한은 22일 전날 밤 발사한 군 정찰위성 1호기가 정상궤도에 진입했다고 주장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은 2023년 11월 21일 22시 42분 28초에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위성운반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해 성공적으로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천리마-1형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정상비행해 발사후 705s(초)만인 22시 54분 13초에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궤도에 정확히 진입시켰다”고 했다. 이 발표가 사실이라면,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 실패 이후 3번째 만에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한 것이라고 조선일보는 전했다.

우리 정부도 ‘9·19 남북 군사합의’에서 대북 정찰 능력을 제한하는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9·19 군사합의 효력의 일부를 정지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어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안’을 현지에서 전자결재로 재가했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8년 북한과 체결한 9·19 군사합의에서 지상·해상·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 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고 완충구역을 설정했다. 그런데 한미의 항공기를 활용한 감시·정찰 능력이 북한보다 월등하다 보니 한국에 훨씬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지적이 있었으며, 북한의 잦은 도발로 군을 중심으로 9·19 군사합의의 효력정지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한 총리는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9·19 군사합의 효력의 일부를 정지하고자 한다”며 “과거 시행하던 군사분계선 일대의 대북 정찰·감시 활동이 즉각 재개돼 대북 위협 표적 식별 능력과 대응 태세가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 韓·美, 성공 여부 판단에 신중… 日 “궤도 진입 속도 이르지 못해”

북한의 성공 발표에도 한미 당국은 성공 여부에 대해 밝히지 않고 있다. 정찰위성 발사의 성공은 위성이 예정된 궤도에 진입한다고 끝이 아니라, 지상 기지국과 신호 송수신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지상을 촬영한 사진 및 영상도 발신돼야 하는데, 이를 판단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군 관계자는 발사 성공 여부에 대해 “위성 신호에 대한 추가 분석이 필요하다”며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는 북한의 주장이 맞는지 확인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확인할 수 없다”면서 “아직 미국 정부 내에서 평가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사브리나 싱 국방부 부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발사 자체는 확인할 수 있지만, 우리는 현재 발사의 성공 여부는 검증 중”이라고 말했다.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도 새로운 물체가 우주에 진입하면 수 시간 안에 관련 정보를 발표하는데, 오전 9시30분 현재 북한 정찰위성에 대한 정보는 실리지 않았다.

일본의 미야자와 히로유키 방위성 부대신은 “이번 발사가 실패인지, 성공인지는 분석 중”이라며 “위성의 지구 궤도 진입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 관계자도 “궤도에 진입할 속도에는 이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정보 수집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장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미사일센터장은 “설사 궤도에 정확하게 진입하더라도 초기 운용을 통해 태양전지판을 전개하여 배터리 충전을 해야 하고, 위성을 평양의 지상관제소로 지향하여 통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정의할 수 있다”면서 “만일 태양전지판 전개에 실패하거나 지상관제소 지향 실패, 또는 초기 통신에 실패하면 위성 실패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일 북한의 위성 발사가 최종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나타나면, 북한에 관련 기술을 이전한 러시아에게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러시아 우주 시설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인공위성 등 첨단 기술 발전을 돕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 첫 발사라고 보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북한의 ‘성공’ 발표를 전한 뒤 최근 몇주간 북한 동창리에서의 로켓 발사 과정을 지켜본 한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이번 위성은 러시아의 지원으로 북한이 기술적인 단점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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