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엔 베컴, 한국엔 손흥민" 윤 대통령 영국 의회서 영어 연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한영 양국의 협력 지평은 디지털, AI,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영국 국빈 방문을 계기로 ‘도전을 기회로 바꿔줄 양국의 우정’으로 라는 제목으로 영국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했다.
윤 대통령은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한 올해는 양국 관계가 새롭게 도약하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양국은 불법적인 침략과 도발에 맞서 싸우며 국제 규범과 국제 질서를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영국과 함께 북한의 WMD 위협에 대처하면서, 가상화폐 탈취, 기술 해킹 등 국제사회의 사이버 범죄에 대한 공조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북한 핵 위협, 공급망 불안정, 이상 기후, 디지털 분야의 격차 등을 현 세계의 위기 요인으로 지적한 뒤 영국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의 ‘문명은 도전과 응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탄생하고 발전한다’는 말을 인용, “역동적인 창조의 역사를 써 내려온 한국과 영국이 긴밀히 연대해 세상의 많은 도전에 함께 응전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경제 분야 협력과 관련해선 “양국의 교역과 투자는 금융, 유통, 서비스, 생명공학 등에 걸쳐 활발히 이루어져 왔으며, 2021년 한영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이후 더욱 활성화됐다”며 “이번에 한영 FTA 개선 협상을 개시해 공급망과 디지털 무역의 협력 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번 국빈 방문 계기에 체결하는 ‘한영 어코드’를 기반으로 양국은 진정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로 다시 태어난다”며 “양국의 협력 지평은 디지털·AI(인공지능), 사이버 안보, 원전, 방산, 바이오, 우주, 반도체, 해상풍력, 청정에너지, 해양 분야 등으로 크게 확장돼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유럽 국가 중에서 영국과 최초로 1883년 수호통상조약을 체결했다”고 말한 뒤 과거 한국에 도움을 준 인물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1887년 신약성서를 한국어로 최초 번역한 스코틀랜드 출신 존 로스, 1904년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해 한국의 독립에 앞장섰던 브리스틀 출신 어니스트 베델 기자, 1916년 세브란스 병원 수의학자로 한국에서 장학회를 설립했던 워릭셔 출신 프랭크 스코필드 선교사 등을 일일이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1950년에도 영국은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며 “공산 세력의 침공으로 대한민국의 명운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영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만 명의 군대를 파병해 이 중 1000명이 넘는 청년들이 알지도 못하는 먼 나라 국민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고 감사를 표했다. 그러면서 6·25 참전용사로 지난 7월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아리랑’을 불렀던 콜린 태커리 옹을 소개하며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했다.
윤 대통령은 또 “영국을 비롯한 자유세계의 도움에 힘입어 대한민국은 기적과도 같은 성공 신화를 써내려 와 최빈국이었던 나라가 반도체, 디지털 기술, 문화 콘텐츠를 선도하는 경제강국, 문화강국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을 가지고 있다면, 한국엔 BTS,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그리고 손흥민의 오른발이 있다”고 말하자 영국 의원들 사이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다.
윤 대통령은 “윈스턴 처칠 수상은 ‘위대함의 대가는 책임감’이라고 했다”며 “양국이 창조적 동반자로서 인류의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기여할 때로 국제사회의 자유, 평화, 번영을 증진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의 구절을 인용해 “우리의 우정이 행복을 불러오고, 우리가 마주한 도전을 기회로 바꿔주리라”라며 “위대한 영국과 영국인들에게 신의 가호가 깃들길 기원한다”는 말로 연설을 마무리했다.
17분 가량 연설이 끝나자 의원들은 전원 기립해 약 30초간 박수를 보냈다. 맥폴 상원의장은 연설이 끝난 뒤 감사 인사를 전하며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국빈 방미 당시 불렀던 ‘아메리칸 파이’를 언급하며 “오늘은 노래를 못 들어 아쉽다”고 농담하자 좌중엔 웃음이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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