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 암각화 속 고래는 왜 수직으로 서 있을까

황희경 2023. 11. 2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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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속 서 있는 고래였어요. 반구대가 처음 발견됐을 때 신문에 고래가 서 있는 모습의 사진이 실렸는데 굉장히 충격적이었죠. 고래는 수평으로 있어야 정상인데 왜 서 있을까 궁금했죠. 그런데 그런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고 답변도 없었어요. 그래서 안 되겠다. 고래가 왜 서 있는지 스스로 탐구하기 시작했죠."

서울 삼청동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22일 개막한 강운구(82)의 '암각화 또는 사진'전은 50여년 전 시작된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 사진가의 집념을 보여주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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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한미 삼청, 사진작가 강운구 '암각화 또는 사진'전
작품 소개하는 강운구 작가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1일 서울 종로구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열린 기획전 강운구의 '암각화 또는 사진' 간담회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강운구가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2023.11.21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동기는 울산 반구대 암각화 속 서 있는 고래였어요. 반구대가 처음 발견됐을 때 신문에 고래가 서 있는 모습의 사진이 실렸는데 굉장히 충격적이었죠. 고래는 수평으로 있어야 정상인데 왜 서 있을까 궁금했죠. 그런데 그런 질문은 아무도 하지 않고 답변도 없었어요. 그래서 안 되겠다. 고래가 왜 서 있는지 스스로 탐구하기 시작했죠."

서울 삼청동 뮤지엄한미 삼청에서 22일 개막한 강운구(82)의 '암각화 또는 사진'전은 50여년 전 시작된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 사진가의 집념을 보여주는 전시다.

작가는 고래가 수직으로 서 있는 모습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2017년부터 약 3년간 반구대 암각화는 물론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4개국과 러시아, 중국, 몽골까지 총 8개국의 암각화가 있는 지역 30여곳을 답사했다. 그리고 현장에서 사진으로 기록한 다양한 암각화를 이번 전시에서 펼쳐 놓는다.

'반구대, 한국' 2019 ⓒ 강운구[뮤지엄한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지하 1층 전시장에 걸린 사진들은 이번 전시의 요약본격이다. 8개국의 여러 지역에 펼쳐져 있는 다양한 암각화 중 비슷한 형태의 암각화들을 사계절에 맞춰 재구성했다. 이어 전시는 나라별 암각화들을 소개한 뒤 이번 작업의 출발점이 된 한국의 반구대와 천전리 각석 사진으로 마무리된다.

150여점이 걸린 전시는 쉽게 가보기 힘든 지역의 수천 년 전 사람들이 남긴 암각화 속 다양한 도상들을 선명하고 큰 사진으로 보며 어떤 의미일까 상상하는 재미를 준다.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은 역시 사람과 동물이다. 춤을 추거나 사냥을 하는 것처럼 짐작할 수 있는 모습들도 많지만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물도 뿔 달린 소와 말부터 여러 모습으로 다양하게 등장한다. 수레와 바퀴 같은 도상도 있고 '내가 여기 왔다 갔다'는 것을 알리는 의미였을 손바닥 도상도 보인다.

작가는 전시 구성도 직접 했다. 출산 장면을 담은 것으로 보이는 카자흐스탄 탐갈르이와 탐블르이 암각화와 다른 사람을 향해 활을 쏘아 죽이는 듯한 장면의 몽골 아랄톨고이 암각화를 마주 보게 배치해 생과 사를 대비시키는 식으로 구성에도 신경을 썼다.

(위) 강운구, 〈탐갈르이와 탐블르이, 카자흐스탄〉, 2018 (아래) ,〈아랄톨고이, 몽골〉, 2019 ⓒ 강운구[뮤지엄한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부분 흑백인 암각화 사진과 함께 암각화 주변의 풍경과 오가며 만난 사람들의 모습은 컬러 사진으로 소개한다. 흑백의 암각화가 과거라면 컬러 풍경은 현재의 모습이다.

아직 가보지 않은 암각화 지역이 많지만 작가는 이제 암각화 작업은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작업의 출발점이 됐던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가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표현된 이유를 '나름대로' 규명했기 때문이다.

"출발이 반구대였고 (그동안 작업을 통해) 열린 눈으로 반구대(암각화를) 해석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걸로 제 임무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전날 전시장에서 직접 작품 하나하나를 소개한 작가는 전시장 끝에서야 스스로 찾은 답을 들려줬다. 반구대 암각화 속 수직으로 그려진 고래는 살아있는 고래를 의미한다는 것이 그가 내린 결론이다.

전시와 함께 같은 제목의 책도 출간됐다. 700여쪽 분량의 책에는 전시작들을 포함해 300여점 사진을 수록하고 각 암각화에 대한 작가의 자체 해석을 더했다.

최봉림 뮤지엄한미 부관장은 "강운구는 다시 한번 다큐멘터리 사진의 요체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면서 "한 주제에 대한 탐구와 천착, 그 작업을 수행하는 끈기와 인내, 집념이 그 요체로, 이번 작업은 그런 것들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3월17일까지. 유료 관람.

강운구, 〈사이말루 타시, 키르기스스탄〉, 2018 ⓒ 강운구[뮤지엄한미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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