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셰익스피어 인용 "나의 벗 영국" 찰스3세 윤동주 '바람이 불어' 시 낭송(종합)

박미영 기자 2023. 11. 2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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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3세 국왕과 버킹엄 궁서 국빈 만찬
"한영은 자유 위해 피를 나눈 혈맹 동지"
"BTS-콜드플레이, 전세계 청년 사랑받아"
찰스 3세 "봉준호·오징어 게임·BTS" 언급
윤동주 '바람이 불어'…한국어로 "위하여"
이재용·구광모·신동빈…블랙핑크도 참석
[런던=AP/뉴시스] 윤석열(왼쪽)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찰스 3세 국왕의 환영 연설을 듣고 있다. 2023.11.22.


[런던·서울=뉴시스] 박미영 김승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를 인용해 "나의 벗 영국이여, 그대는 내게 영원히 늙지 않으리라(To me, my fair friend, the United Kingdom, you never can be old)"고 말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은 한국의 윤동주 시인 작품을 인용하며 양국 우의를 다졌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이날 오후 버킹엄궁의 볼룸(Ball Room)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드레스코드에 따라 검은색 연미복에 흰색 나비넥타이 차림으로, 김 여사는 검은색 원피스 차림으로 찰스 3세 국왕 내외와 함께 입장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를 통해 찰스 3세 국왕의 환대에 감사하고 140주년을 맞은 한영관계의 역사를 짚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이 6·25전쟁 당시, 제2차 세계대전 직후였음에도 약 8만1000여명을 파병해준 데 감사를 표하며 "한국과 영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나눈 혈맹의 동지"라고 말했다.

6·25전쟁에 참전했다가 2019년 작고한 고(故) 윌리엄 스피크먼 병장과 임진강 전투에서 19살의 나이로 전사한 제임스 로건 일병을 언급하며 "영국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번영하며 문화적 융성한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문화·과학·디지털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 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은 인류 문명의 대변혁을 이끈 산업혁명의 발상지이며 셰익스피어와 뉴턴을 통해 문학과 과학의 위대한 성취를 이뤄낸 나라"라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도 그러한 노력에 힘입어 첨단 과학기술과 IT 강국으로 거듭났다. 한영 양국은 이제 디지털 혁신국가로서 새로운 AI 디지털 규범을 정립하기 위한 국제사회 논의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영국의 비틀즈와 퀸, 엘튼 존, 해리포터와 최근 한국의 BTS, 블랙핑크 등 양국간 문화 교류를 언급하고 "한국의 BTS와 영국의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My Universe(마이 유니버스)'는 전세계 청년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를 마무리하면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문장에 '영국'을 넣어 "나의 벗 영국이여, 그대는 내게 영원히 늙지 않으리라(To me, my fair friend, the United Kingdom, you never can be old)"고 건배를 제의했다.

윤 대통령에 앞서 만찬사에 나선 찰스 국왕은 한국의 빠른 성장을 언급하면서 "한국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그 와중에도 자아감을 보존하고 있음은 한국의 해방 직전에 불행히도 작고하신 시인 윤동주가 예언한 것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 시 가운데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는 구절을 읽었다.

찰스 3세 국왕은 또 "영국에 대니 보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봉준호가 있고, 제임스 본드에는 오징어 게임이 있으며 비틀즈의 렛잇비에는 BTS의 다이나마이트가 있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이 앞선 의회 연설에서 "영국이 비틀즈, 퀸, 해리 포터, 그리고 데이비드 베컴을 가진 나라라면, 한국은 BTS, 블랙핑크, 오징어게임, 그리고 손흥민을 가진 나라"라고 한 데 화답한 것으로 읽힌다.

[런던=뉴시스] 전신 기자 =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 찰스 3세 국왕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3.11.22. photo1006@newsis.com


찰스 국왕은 한국 문화와 관련해 "30년전 만해도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 박물관의 가장 인기있는 전시물이 한류이며, 한국어가 가장 빨리 성장하는 언어가 될 것이라 상상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불행히도 저는 세종대왕 뒤를 따라 완전히 새로운 알파벳을 만들어낼 수 없을 것 같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찰스 3세 국왕은 한국의 원전 기술, 재생 에너지 등 산업에 대한 깊은 관심을 보였다. 양국간 에너지 기술 공동연구, 방산 기업간 공동 프로젝트, 사이버 안보 정보 공유 등 협력 분야를 하나씩 거론하기도 했다.

찰스 3세 국왕은 서두에 한국어로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한다"고 인사하고, 만찬사를 마치면서는 "위하여"라고 외쳤다.

이날 만찬에는 양측을 합쳐 총 180여명이 참석했다.

메뉴는 수란과 시금치 퓨레로 만든 타르트렛, 셀레리악 크로켓과 칼바도스 소스를 곁들인 꿩 가슴살, 샐러드, 망고 아이스크림 등으로 구성됐다.

만찬에는 1761년 조지 3세 대관식 때 제작된, 금과 은으로 도금된 테두리에 조개껍데기와 구슬 무늬로 장식된 접시가 사용됐다. 디저트 때는 빅토리아 여왕 시절인 1877년 생산된 청록색 테두리에 꽃모양 접시가 나왔다.

만찬장은 윈저에서 가져온 꽃과 나뭇잎으로 장식됐다. 늦가을에서 겨울을 대표하는 꽃과 나뭇잎은 연회 뒤 자선단체에 기부돼 호스피스, 노인 요양원 등으로 전달될 예정이다.

만찬 중 웨섹스 공작 부인의 현악 오케스트라가 연주됐다. 마지막 순서에는 백파이프 연주가 이어졌다.

이날 정부 측에서 공식 수행원인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윤여철 주영국 대사,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이충면 외교비서관 등이 참석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자리했다.

문화·체육계에서도 블랙핑크(로제, 제니, 지수, 리사), 조소현(토트넘 핫스퍼 FC 위민 축구선수), 올리버 켄달(영국남자 유튜버), 박웅철 셰프, 기보미 파티시에, 박소희 디자이너 등이 함께했다.

영국 측에서는 리시 수낵 총리, 악샤타 무르티 총리 부인, 윌리엄 왕세자, 캐서린 미들턴 왕세자비, 앤 공주, 티머시 로렌스 해군 중장, 글로스터 공작, 글로스터 공작부인, 후드 자작, 데이비드 카메론 전 총리 등이 참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ypark@newsis.com, ks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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