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시작은 서른 여섯…김재환은, ‘선수 이승엽’처럼 바꿀 수 있을까
타격폼이 특이한 강타자들이 꽤 있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KBO리그 강타자 그룹에 있던 양준혁, 마해영 등 거포들은 타석에서 방망이를 들고 있는 모습만으로도 ‘시그니처’를 만들었다.
그러나 개성 강한 타자들도, 좋은 타구를 때릴 때면 임팩트 순간의 자세는 거의 흡사하다. 마지막 답은 ‘한 곳’에 있다. 다만 ‘답’에 도달하기까지 과정은 100가지다. 또 1000가지다. 그래서 타격은 어렵다.
두산 사령탑으로 두 번재 시즌을 준비하는 이승엽 감독이 부진한 한 해를 보낸 김재환을 근거리에서 지도하고 있다. 이천 마무리훈련을 시작한 뒤로 눈앞 여러 과제 중 김재환 부활을 우선순위에 두고 움직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캠프 관계자는 “이승엽 감독이 열의를 보이면서 김재환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크게 보자면, 김재환은 스윙 궤도의 길을 바꾸는 중이다. 힘과 반응 속도의 변화를 상쇄하는 길을 만드는 것이다. 이 감독은 그에 대한 해법은 가장 다채롭게 제시할 수 있는 지도자다.
선수 이승엽이 일본프로야구를 떠나 삼성으로 복귀했던 2012년 만 36세(연도 기준)였다. 김재환은 내년 시즌 만 36세가 된다. 이 감독은 2012년 이후로도 선수로 6년을 더 뛰었다.
선수 이승엽은 2012년 타율 0.307 21홈런 85타점으로 그런대로 활약했지만, 이듬해 타율 0.253 13홈런 69타점으로 주저앉는다. 이후, 타격에 대한 접근법을 완전히 바꾸면서 극적으로 살아난다. 2014년 타율 0.308 32홈런 101타점으로 회생하며 이후 4년간 109홈런을 때린 가운데 2016년에는 118타점까지 올리는 놀라운 결정력을 보였다.
그 당시 선수 이승엽은 “스윙 궤도가 이미 바뀌어있는 것은 사실 힘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방망이를 쥐고 있는 위치에서 거의 그대로 방망이라 나왔다면, 지금은 뒤에서 떨어져 나온다. 어쩔 수 없는 힘의 변화 때문”이라며 현실을 받아들이고 새롭게 시작했다.
아울러 대구 홈경기가 열릴 때면, 프런트만 나와 있을 시간인 낮 12시 30분께 야구장으로 출근해 긴 시간 경기를 준비하는 루틴도 이어갔다. 스윙 궤도라는 물리적 변화뿐 아니라 눈과 머리 등 ‘오감’을 다 쏟아 타격의 길을 새로 열던 시절이다.
은퇴 시즌이던 2017년 장면 하나. 이승엽은 6월7일 잠실 두산전에서 연장 10회 오른쪽 폴 안쪽으로 들어가는 역전 투런홈런을 때렸다. 이미 2안타를 때린 경기였지만, 타격 밸런스가 좋지 않다고 느낀 이승엽은 연장 10회 타석에서 변화를 줬다.
당시 삼성 스태프에서는 “골반을 의식적으로 잡아놓고 치는 게 보였다”며 “이용찬(당시 두산)의 포크볼을 그 타이밍에 그냥 평소처럼 돌렸다면 잘 맞았어도 우측 파울이 됐을 텐데, 골반을 돌리지 않고, 손목은 앞으로 넣듯 밀면서 타격을 해 타구를 안으로 넣었다. 그게 대단한 것”이라고 평했다
김재환 또한 이 감독이 선수 시절 그랬듯, 물리적 동력뿐 아니라 시야와 경험, 감각을 더 해 타격에 녹여낼 시간이 왔다. 이 감독이 제시할 수 있는 여러 길 가운데 결국 답은 김재환이 찾아야 한다.
김재환에게 굉장히 중요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김재환 부활이 간절한 두산에게도 어쩌면 운명적 시간이 흐르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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