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청년 이어 여성까지…민주 ‘비하 논란’, 엄중 경고에도 “통제 안돼” [이런정치]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 ‘노인폄하’ 논란으로도 당 ‘흔들’
지도부 “‘언행 조심’ 당부하지만…돌출발언 지속” 당혹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연달아 터진 ‘비하’ 논란에 몸살을 앓고 있다. 당이 새 현수막 문구가 청년 세대를 비하했다는 논란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민주당 소속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이 여성 비하라는 질타가 쏟아지면서다. 앞서 김은경 전 민주당 혁신위원장의 노인 비하 논란까지, 총선을 앞둔 민주당에 비하 논란 ‘3종 세트’ 악재가 드리운 모습이다.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 엄중 경고했지만 개별 의원들과 원외 인사들의 돌출 발언이 “통제가 안 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각서는 총선까지 아직 4개월 이상 남아있는 만큼 현재로서 결정적 국면 변화를 일으킬 변수가 아니라며 안도하는 다소 안일한 분위기도 노출되고 있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잇따른 세대·성별 비하성 발언에 발칵 뒤집힌 모습이다. 최근 민주당은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 등 새 현수막 문구가 알려지며 청년을 개인적 이익에만 몰두하는 집단으로 폄하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여기에 지난 19일 친명(친이재명)계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출신 최강욱 전 의원의 ‘암컷’ 발언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비하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최 전 의원은 당시 광주에서 열렸던 역시 처럼회 소속인 민형배 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를 저격한 것이 문제가 됐다. 그는 사회자가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언급하자, “동물농장에도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며 “암컷을 비하하는 말씀은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 지도부는 공개 사과를 이어갔다. 전날 민주당은 언론 공지를 통해 “조정식 사무총장은 최강욱 전 의원의 발언을 “국민들에게 실망과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고 규정하고 최 전 의원에게 엄중하게 경고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공복이 주인을 어떻게 섬기는지는 그의 언행과 태도에서 알 수 있다. 말과 행동응 함부로 하면서 어찌 주인을 존중한다 할 수 있겠느냐”면서 “국민의 공복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서는 관용 없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이처럼 발빠른 엄정 대응 기조는 지난 7월 김은경 전 혁신위원장의 노인 폄하 논란으로 당이 큰 역풍을 맞은 상황에서 사과가 늦어진 데 대해 쏟아졌던 비판 등을 의식한 것으로 평가된다. 당시 김 전 위원장은 “왜 미래가 짧은 분(노인)들이 젊은이와 똑같이 1대1 표결을 하느냐”는 취지의 발언이 노년층으로부터 큰 반발을 샀지만 즉각 사과하지 않고 시간을 끌다가 더 큰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연이은 비하 논란에 당내에서도 비판이 거세다. 전날 민주당 의원들이 속한 단체 대화방에서더 최 전 의원 발언에 대한 비판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의원들은 “외부 공격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 언행에 신중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모았다. 한 중진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청년 비하 논란이 된 현수막 등을 보면 당이 아직 세대나 성별 등에 대한 인식력이 크게 부족하구나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면서 “당 대표가 나서 더욱 강하게 이를 자제시켜야 하는데 여전히 미온적이다. 당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 또한 부족하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다만 개별 의원들의 부적절한 발언을 예방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지도부의 당혹감도 읽힌다. 한 지도부 의원은 본지에 “지속적으로 당이 역풍을 맞을 만한 비하성 발언 또는, 구도를 불리하게 만드는 탄핵 발언 등을 자제하라고 공지하고 있지만 지지자들이 모인 행사 등에서 문제의 발언이 계속해서 나온다”며 “그런 자리에서는 스스로 발언을 정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당 일각서는 아직 총선을 4개월 넘게 앞두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도부 관계자는 “총선을 한두달 목전에 두고 나온 발언이었다면 선거 구도 자체를 뒤집을 수도 있는 대형 실수”였다면서 “다행히 아직 시간이 남아 있어 빨리 수습하고 다른 이슈로 만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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