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홈쇼핑·KT스카이라이프 '송출수수료 줄다리기' 속내
(지디넷코리아=안희정 기자)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가 송출수수료를 두고 계속된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중재를 위해 대가검증협의체 운영을 본격 시작했지만, 각자의 사정으로 한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위치에 서 있기 때문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대가검증협의체를 열었다. 대가검증협의체는 현대홈쇼핑이 KT스카이라이프 채널에서 빠진다고 하자 KT스카이라이프가 과기정통부에 중재를 요청해서 만들어진 자리다.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는 수개월간 송출수수료 협상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관련기사☞현대홈쇼핑-KT스카이라이프, 송출 수수료 갈등 최고조). 현대홈쇼핑은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8.2% 급감해 93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상황도 좋지 않을뿐더러 과도한 송출수수료도 영업이익 악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회사는 KT스카이라이프 측에 송출수수료 인하 혹은 20번대 이후로의 채널 이동을 요구했었다.
그러자 KT스카이라이프는 다른 채널들 계약이 내년까지 돼 있어 현대홈쇼핑 요구인 채널 이동이 불가능하고, 큰 폭의 수수료 인하 역시 힘들다고 맞섰다. KT스카이라이프가 제시한 인하 폭은 3~4%이지만, 현대홈쇼핑은 이 수치가 적자를 피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다.
현대홈쇼핑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올해 계속 두 자릿수로 급감하고 있고, KT스카이라이프 6번 채널에 있는 것은 적자"라고 말했다.
현대홈쇼핑 "과도한 수수료로 매달 적자" vs KT스카이라이프 "수년 간 사정 봐줬는데"
현대홈쇼핑의 KT스카이라이프 채널 매출액 대비 송출료 비중은 26.9%다. 현대홈쇼핑이 입점해 있는 전체 케이블TV 채널들 평균 송출수수료 비중이 17.8%인 것에 비해 높다. 회사는 채널에서 나오는 매출 대비 과도한 송출수수료로 매달 1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KT스카이라이프는 수년간 현대홈쇼핑의 의견을 고려해 송출수수료 인상 없이 합리적인 조정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해는 조정과 협의가 아닌 '번호 이동'만을 강요했다"고 설명했다.
매출 감소와 영업이익 모두 곤두박칠 치고 있는 현대홈쇼핑 입장에선 송출수수료를 조금이라도 더 인하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면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과 경쟁해야 하는 KT스카이라이프는 콘텐츠 투자와 안정적인 플랫폼 수익을 위해서는 송출수수료를 지켜야 하는 입장이다.
방송통신위원회 재산상황공표집과 KT스카이라이프 IR자료 등에 따르면 KT스카이라이프 방송사업매출 중 '홈쇼핑 송출수수료'는 최근 5년간 0.8% 증가했다. KT스카이라이프 전체 방송사업매출에서 홈쇼핑 송출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2018년 31.5%에서 지난해 35.5%까지 커졌다. KT스카이라이프 전체 수익에서 홈쇼핑 송출수수료 의존도가 크고,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조직개편 코앞인 KT스카이라이프, 재승인 무시 못하는 현대홈쇼핑
이 밖에도 업계는 두 회사가 원만한 합의점을 찾거나, 그렇다고 송출 중단이란 결단도 내리지 못하게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해석이다.
먼저 KT스카이라이프는 인사 이슈가 있다. 모회사인 KT가 조만간 조직개편을 앞두고 있고, 지난 3월, 1년 임기로 선임된 양춘식 KT스카이라이프 대표의 거취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현대홈쇼핑은 이른 인사로 조직개편이 이뤄진 상태이지만, 홈쇼핑사의 숙명인 '재승인' 이슈가 있다. 만약 방송 송출 중단을 강행할 경우 정부의 시정명령이나 행정처분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홈쇼핑은 그동안 5년마다(최근 7년으로 변경) 정부로부터 사업 재승인을 받는데, 심사 사항 중 '시청자 권익보호 실적 및 계획'이 포함돼 있다. '방송 송출 중단'과 관련된 내용이 심사 항목 중 정확히 명시돼 있지는 않지만, 재승인 심사 과정에서 불이익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재승인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는 홈쇼핑이 블랙아웃 카드를 꺼내든 것은 그만큼 벼랑 끝에 몰렸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아니냐"며 "대가검증협의체가 제대로 운영돼 시청자 피해까지는 가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기자(hja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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