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남순' 김정은 "백지 같은 이유미 5년 후 더 기대"
황소영 기자 2023. 11. 22. 09:38
참, 따뜻했다.
배우 김정은(49)이 JTBC 주말극 '힘쎈여자 강남순'(이하 '강남순')으로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 중 하나인 황금주 역으로 '멋쁨'을 폭발 중이다.
극 중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달리 실제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정은은 따뜻했다. 단골집에서 직접 맞춘 따끈따끈한 떡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로코퀸' 시절의 이야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보다 솔직했고 소탈했다.
-종영을 앞둔 소감은.
"'강남순' 덕분에 너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도 한때 굉장히 바쁘게 연기를 하면서 살았던 사람이지 않나. 그땐 정말 이런 걸 즐기지 못했다. 찍자마자 바로 생방으로 내보는 게 허다했고 이게 밤인지 낮인지 모를 정도로 힘든 촬영의 연속이었다. 방송 모니터조차 힘들었는데 요즘은 굉장히 여유 있게 모니터를 할 수 있더라. 물론 방송 전엔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걱정이 되는 것도 있었지만 방송 후 좋은 얘길 많이 해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전제작 작품에 참여하니 어떤 점이 달랐나.
"내 입장에선 장단점이 있었다. 정해진 촬영 시간이 다 되면 찍다가도 집에 가라고 한다. '몇 커트 안 남았는데 여길 또 오라고요? 그냥 찍어요' 그랬는데 감독님이 '세상이 달라졌어요'라고 하더라. 물론 이전에 스태프분들이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대가가 부족했다는 건 공감한다. 근데 내 입장에선 하루 찍고 이틀 놀고 하루 찍고 일주일 놀고 그러니 오늘은 황금주의 옷을 입고 왔는데 한참 촬영을 하지 않으면 황금주를 잊고 자꾸만 김정은이 되더라.(웃음) 옛날엔 캐릭터로 살 수밖에 없었다. 잠을 아예 못 자고 집에도 못 가지 않았나."
-로코의 옷을 입고 돌아와 반갑다는 반응이 많았다.
"현장의 소중함, 내가 할 수 있는 코미디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어렸을 때 '그게 네 스페셜티야' 그러는 걸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왜? 나 다른 것도 할 수 있는데요'라고만 생각했다. 왜 그걸 칭찬으로, 나의 무기로 생각하지 못했는지 어렸을 때 나온 편협한 생각이란 생각이 든다. 얼마나 소중하고 즐거운 일이었는지, 나에게 얼마나 장점이었는지, 그걸 왜 싫다고 했었는지 그런 후회가 든다."
-출연 제의가 왔을 때 그래서 더 반가웠겠다.
"코미디에 건강한 얘기라서 더 매력적이었다. 그때 당시 TV에 장르물이 많이 방영 중일 때였다. 코미디가 거의 없었다. '나도 웃긴 거 보고 싶은데 재밌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과정이 녹록지는 않았다. 코미디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주는 것 같은데 전혀 아니다. 코미디는 정말 다른 이야기에 비해 몇 백배 어려운 것 같다. 혼자 할 수가 없다. 수위를 모른다. 조금만 오버하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을 찌푸르게 만들 수 있고, 어느 정도 안 끌어올리면 재미가 없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런 면에서 붙잡고 간 사람이 바로 김정식 감독이었다."
-김정식 감독에게 많이 의지했던 게 느껴진다.
"감독님이 코미디를 잘한다. 서로 위로가 되고 힘이 됐던 게 현장에서의 날 것 디렉션이었다.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말해줘요. 꼰대 같아? 올드해?' 그런 걸 자주 물어봤다. 디렉터의 힘을 느낀 현장에서 배우로서 너무 행복했다. 정말 많이 의논하면서 찍었고 감독님이 코미디적인 부분을 잘 이끌어줬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가족들이 모여 앉았을 때 '미친 가족 같다'라면서 재밌다고 하더라. 그런 걸 의도한 바가 있으니 그런 반응이 반가웠다. 황금주의 전 남편이 '투머치'라는 수식어를 그녀에게 사용하지 않나. 무언가 늘 과해 보이고 의상도 화려했다. 러블리하고 백마 탄 왕자에 의해 구해지고 도움을 받는 캐릭터가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았다. 나도 나이가 있는데 캔디를 언제까지 하겠나. 캔디도 나이를 먹지 않나. 배우로서 센 캐릭터, 임팩트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이번에 황금주를 하며 '세다' '임팩트 있다' '섹시하다'라는 얘길 들으면 너무 기분이 좋다. 이제 귀여운 거 절대 안 할 것이다. 섹시한 이미지로 밀어붙이고 싶다.(웃음)"
배우 김정은(49)이 JTBC 주말극 '힘쎈여자 강남순'(이하 '강남순')으로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선천적으로 어마무시한 괴력을 타고난 3대 모녀 중 하나인 황금주 역으로 '멋쁨'을 폭발 중이다.
극 중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과 달리 실제 인터뷰를 위해 만난 김정은은 따뜻했다. 단골집에서 직접 맞춘 따끈따끈한 떡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로코퀸' 시절의 이야기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 누구보다 솔직했고 소탈했다.
-종영을 앞둔 소감은.
"'강남순' 덕분에 너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나도 한때 굉장히 바쁘게 연기를 하면서 살았던 사람이지 않나. 그땐 정말 이런 걸 즐기지 못했다. 찍자마자 바로 생방으로 내보는 게 허다했고 이게 밤인지 낮인지 모를 정도로 힘든 촬영의 연속이었다. 방송 모니터조차 힘들었는데 요즘은 굉장히 여유 있게 모니터를 할 수 있더라. 물론 방송 전엔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걱정이 되는 것도 있었지만 방송 후 좋은 얘길 많이 해줘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전제작 작품에 참여하니 어떤 점이 달랐나.
"내 입장에선 장단점이 있었다. 정해진 촬영 시간이 다 되면 찍다가도 집에 가라고 한다. '몇 커트 안 남았는데 여길 또 오라고요? 그냥 찍어요' 그랬는데 감독님이 '세상이 달라졌어요'라고 하더라. 물론 이전에 스태프분들이 열심히 일한 것에 대한 대가가 부족했다는 건 공감한다. 근데 내 입장에선 하루 찍고 이틀 놀고 하루 찍고 일주일 놀고 그러니 오늘은 황금주의 옷을 입고 왔는데 한참 촬영을 하지 않으면 황금주를 잊고 자꾸만 김정은이 되더라.(웃음) 옛날엔 캐릭터로 살 수밖에 없었다. 잠을 아예 못 자고 집에도 못 가지 않았나."
-로코의 옷을 입고 돌아와 반갑다는 반응이 많았다.
"현장의 소중함, 내가 할 수 있는 코미디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어렸을 때 '그게 네 스페셜티야' 그러는 걸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왜? 나 다른 것도 할 수 있는데요'라고만 생각했다. 왜 그걸 칭찬으로, 나의 무기로 생각하지 못했는지 어렸을 때 나온 편협한 생각이란 생각이 든다. 얼마나 소중하고 즐거운 일이었는지, 나에게 얼마나 장점이었는지, 그걸 왜 싫다고 했었는지 그런 후회가 든다."
-출연 제의가 왔을 때 그래서 더 반가웠겠다.
"코미디에 건강한 얘기라서 더 매력적이었다. 그때 당시 TV에 장르물이 많이 방영 중일 때였다. 코미디가 거의 없었다. '나도 웃긴 거 보고 싶은데 재밌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과정이 녹록지는 않았다. 코미디적인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 주는 것 같은데 전혀 아니다. 코미디는 정말 다른 이야기에 비해 몇 백배 어려운 것 같다. 혼자 할 수가 없다. 수위를 모른다. 조금만 오버하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눈을 찌푸르게 만들 수 있고, 어느 정도 안 끌어올리면 재미가 없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그런 면에서 붙잡고 간 사람이 바로 김정식 감독이었다."
-김정식 감독에게 많이 의지했던 게 느껴진다.
"감독님이 코미디를 잘한다. 서로 위로가 되고 힘이 됐던 게 현장에서의 날 것 디렉션이었다. '이상하면 이상하다고 말해줘요. 꼰대 같아? 올드해?' 그런 걸 자주 물어봤다. 디렉터의 힘을 느낀 현장에서 배우로서 너무 행복했다. 정말 많이 의논하면서 찍었고 감독님이 코미디적인 부분을 잘 이끌어줬다."
-기억에 남는 반응이 있다면.
"가족들이 모여 앉았을 때 '미친 가족 같다'라면서 재밌다고 하더라. 그런 걸 의도한 바가 있으니 그런 반응이 반가웠다. 황금주의 전 남편이 '투머치'라는 수식어를 그녀에게 사용하지 않나. 무언가 늘 과해 보이고 의상도 화려했다. 러블리하고 백마 탄 왕자에 의해 구해지고 도움을 받는 캐릭터가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았다. 나도 나이가 있는데 캔디를 언제까지 하겠나. 캔디도 나이를 먹지 않나. 배우로서 센 캐릭터, 임팩트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 이번에 황금주를 하며 '세다' '임팩트 있다' '섹시하다'라는 얘길 들으면 너무 기분이 좋다. 이제 귀여운 거 절대 안 할 것이다. 섹시한 이미지로 밀어붙이고 싶다.(웃음)"
-캐릭터와의 싱크로율은.
"배우가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려면 내면에 조금은 (캐릭터와 닮은 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내 안에 황금주도 있다. 황금주는 내게 너무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괴력을 가지고 있고 돈도 엄청나게 많은데 삐긋삐긋하는 부분도 있다. 가모장적이고 여러 면이 공존하는 게 현시대를 반영한 재밌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겉으로 보기엔 센 데 마음속 깊이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나. 매력적이다."
-히어로 이야기를 평소에 좋아했나.
"마블 시리즈 가디언즈를 좋아한다. B급스러운 면이 있지 않나. 그래서 그런지 황금주가 내 취향에 맞는 캐릭터였다. 할 때도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했다. 근데 이 작품의 재밌는 점이 진지함을 20초 이상 가지고 가지 못한다. 5살 때 잃어버린 딸이 22살에 나타났는데 절절함이 오죽하겠나. 근데 그 슬픔이 20초를 못 가 코미디로 바뀐다. 그런 게 배우로서 표현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게 황금주라고 생각했다."
-백미경 작가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그전부터 컸다고 들었다.
"백 작가님의 여성 서사를 너무 좋아했다. 작품 안에 여성들의 여러 군상이 나오는데 공조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힘쎈여자 강남순' 이야기를 듣고 무조건 한다고 하고 대본을 받았다. 1회에 남순이가 비행기를 세우는 걸 보고 이게 될까 싶어 약간 걱정됐는데 마음의 결정을 확실하게 내린 건 3부를 보고 나서다. 3부에 모녀의 심상치 않은 만남이 담겼는데 이 드라마의 아이덴티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용기를 얻었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성 서사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할 때만 해도 난 연기 전공을 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배운 연기로 덤벼대는 사람이었다. 그 후 여러 가지 갈증을 느끼기도 했고 너무 소모되는 느낌이라 대학원에 가서 부딪치며 다시 연기를 하고 그랬다. '파리의 연인' 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돌이켜보면 여성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해결해줘야 하고 선택되어야 했다. 그때 당시엔 그런 여성상이 귀여움을 받는 시대였다. 그런 걸 거부하고 싶지는 않은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문제 해결에 있어서 여성 캐릭터가 민폐가 되는 게 안타까웠다. 어느 순간 여성의 입장에서 누굴 위해서 곁다리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서사를 쌓을 수 있는 캐릭터의 작품들이 나오길 바랐는데 그런 작품들이 나와 기쁘다."
-특별히 황금주가 부러웠던 점이 있나.
"괴력이 있다는 건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많은 게 부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황금주한테 배우고 싶은 건 대인배, 넓은 마음이다. 가짜 딸이 남순이를 위협하기도 하고 나중에 가짜 딸이라는 걸 들키지 않나. 그런데도 황금주는 대인배적인 면모로 품는다. 남순이를 잃어버린 뒤 아이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낙심하기보다 어딘가 살아있음을 믿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귀하게 잘 대해야 다른 사람도 남순이를 어디선가 귀하게 대해줄 거란 생각을 하지 않나. 이 지점이 굉장히 존경스러웠다."
-연기도 잘했지만 탄탄한 몸매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근데 나도 비수기가 있지 않나. 마음 놓게 되고 그러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관리 잘한다'라는 말을 많이 들으니까 너무 넋 놓고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더라. 그 덕에 계속 운동하고 '아참, 나 황금주지!'라고 생각하며 먹는 것도 절제하게 된 것 같다."
"배우가 자신의 역할을 잘 해내려면 내면에 조금은 (캐릭터와 닮은 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내 안에 황금주도 있다. 황금주는 내게 너무 사랑스러운 캐릭터다. 괴력을 가지고 있고 돈도 엄청나게 많은데 삐긋삐긋하는 부분도 있다. 가모장적이고 여러 면이 공존하는 게 현시대를 반영한 재밌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겉으로 보기엔 센 데 마음속 깊이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지 않나. 매력적이다."
-히어로 이야기를 평소에 좋아했나.
"마블 시리즈 가디언즈를 좋아한다. B급스러운 면이 있지 않나. 그래서 그런지 황금주가 내 취향에 맞는 캐릭터였다. 할 때도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했다. 근데 이 작품의 재밌는 점이 진지함을 20초 이상 가지고 가지 못한다. 5살 때 잃어버린 딸이 22살에 나타났는데 절절함이 오죽하겠나. 근데 그 슬픔이 20초를 못 가 코미디로 바뀐다. 그런 게 배우로서 표현이 쉽지는 않았지만 그게 황금주라고 생각했다."
-백미경 작가의 작품에 대한 애정이 그전부터 컸다고 들었다.
"백 작가님의 여성 서사를 너무 좋아했다. 작품 안에 여성들의 여러 군상이 나오는데 공조하는 부분들이 굉장히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힘쎈여자 강남순' 이야기를 듣고 무조건 한다고 하고 대본을 받았다. 1회에 남순이가 비행기를 세우는 걸 보고 이게 될까 싶어 약간 걱정됐는데 마음의 결정을 확실하게 내린 건 3부를 보고 나서다. 3부에 모녀의 심상치 않은 만남이 담겼는데 이 드라마의 아이덴티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용기를 얻었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여성 서사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 '파리의 연인' 할 때만 해도 난 연기 전공을 하지 않았고 현장에서 배운 연기로 덤벼대는 사람이었다. 그 후 여러 가지 갈증을 느끼기도 했고 너무 소모되는 느낌이라 대학원에 가서 부딪치며 다시 연기를 하고 그랬다. '파리의 연인' 때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돌이켜보면 여성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다.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나 해결해줘야 하고 선택되어야 했다. 그때 당시엔 그런 여성상이 귀여움을 받는 시대였다. 그런 걸 거부하고 싶지는 않은데 시간이 지나다 보니 문제 해결에 있어서 여성 캐릭터가 민폐가 되는 게 안타까웠다. 어느 순간 여성의 입장에서 누굴 위해서 곁다리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서사를 쌓을 수 있는 캐릭터의 작품들이 나오길 바랐는데 그런 작품들이 나와 기쁘다."
-특별히 황금주가 부러웠던 점이 있나.
"괴력이 있다는 건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돈이 많은 게 부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황금주한테 배우고 싶은 건 대인배, 넓은 마음이다. 가짜 딸이 남순이를 위협하기도 하고 나중에 가짜 딸이라는 걸 들키지 않나. 그런데도 황금주는 대인배적인 면모로 품는다. 남순이를 잃어버린 뒤 아이의 생사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낙심하기보다 어딘가 살아있음을 믿고 내가 다른 사람에게 귀하게 잘 대해야 다른 사람도 남순이를 어디선가 귀하게 대해줄 거란 생각을 하지 않나. 이 지점이 굉장히 존경스러웠다."
-연기도 잘했지만 탄탄한 몸매를 부러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근데 나도 비수기가 있지 않나. 마음 놓게 되고 그러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관리 잘한다'라는 말을 많이 들으니까 너무 넋 놓고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하게 되더라. 그 덕에 계속 운동하고 '아참, 나 황금주지!'라고 생각하며 먹는 것도 절제하게 된 것 같다."
-관리 비결이 있나.
"극 중 가죽 슈트를 입었을 때 가장 외로웠다. 어디 하나 의지할 곳 없었다. 조금의 군살도 용납하지 않는 옷이더라. 보통 배우들이 입금되면 다 한다고 하는데 현장에 발을 내딛는 것조차 창피했다. 드라마 찍기 전에 갑자기 허리 디스크 증상이 왔다. 정형외과에 가서 X레이를 찍었더니 이상이 있더라. 이대로 촬영 들어가면 큰일이지 않나.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열심히 받고 요가를 열심히 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했다. 음악을 들으며 명상하니 약간 운동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 요가를 했다. 근데 꾸준하게 스트레칭했더니 라인이 좋아졌다. 정적인 운동으로 예쁜 라인을 만들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먹는 것에 관리가 필요했다. 많이 못 먹고 운동하고 그랬다."
-마약을 둘러싼 지금의 시기를 예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2022년 9월에 촬영을 시작했던 작품이다. 그전에 기획이 됐다. 대본에 신종 마약이 나오는데 미국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고 굉장히 놀랐다. 더구나 접하기도 쉽다더라.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솔직히 찍을 때는 뜬구름 얘기 같았다. 극 중에서 '세상을 구하자'라고 자주 하지 않나. 요새 뉴스를 접하면서 정말 심각한 일이구나 느끼고 있다. 걱정도 많이 되더라. 연기할 때 깨달은 심각성보다 지금이 더 심각한 것 같다. 나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 친구, 이웃을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후배 이유미, 선배 김해숙과의 호흡은 어땠나.
"유미는 진짜 인성이 훌륭하다. 힘들 때 얼굴을 안 찌푸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자아자 파이팅!'을 외친다. 마치 20여년 전에 날 보는 느낌이다. (웃음) 사실 3부까지는 멀리서 유미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났다. 그리고 똑똑하다. 현장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 빨리 버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구현해 내는 난 너무 뻔하지 않나. 디렉터나 작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비우는 게 중요한데 유미는 백지로 와서 감독님이 하라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한다. 선천적으로 연기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한 감독님, 스태프 모두가 사랑했다. 진짜 사랑스러운 친구다.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좋은 배우가 될 것이란 확신을 한다. 5, 10년 후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작은 체구에서 가지고 있는 에너지나 모든 것들이 훌륭한 친구다. 김해숙 선생님은 연기를 그렇게 오래 했는데 꼰대적인 기질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많은 감독들이 사랑하는 배우인 것 같다. 마음도 젊지만 뇌도 젊다. 진짜 순수하고 현장에서의 본인이 받는 자극, 디렉터의 요구를 신인처럼 받아들여서 몸소 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배우를 오래 하면 매너리즘, 몸이 안 움직여서 못하겠다고 하는 것들이 있는데 선생님은 아니었다. 나 역시 선생님 같은 어른이자 배우가 되고 싶다."
-SNS를 보니 '강남순' 때문에 남편과 한 달에 한번 만났더라.
"자주는 못 봤지만 내 생일날 남편이 촬영장에 왔었다. 4월 3일이 생일인데 그날 촬영이 낮에 있었다. 촬영 끝나고 좋은 곳에서 저녁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신이 추가됐다. '전날 약속은 해놨고 생일 저녁인데 어떻게 하지, 이거 때문에 홍콩에서 왔는데'란 생각을 했는데 촬영이 우선이라 양해를 구했다. 근데 남편이 촬영장에서 먹자고 해서 와서 사줬다. 소중하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결혼 이후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다.
"밖에서 보는 듯한 시야가 생긴 느낌이다. 예전엔 쉼 없이 일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놀러도 많이 다니고 홍콩에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대본을 접할 기회가 없어졌다. 심지어 사람들은 내가 이민 간 줄 알더라.(웃음) 너무 치열한 20대, 30대를 살았기 때문에 지금 좀 여유롭게 놀 수 있어 좋았는데 나도 배우고 사람인지라 좋은 드라마를 보면 피가 끓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이를 먹는다고 심장이 처지는 게 아니다'란 김해숙 선생님의 대사처럼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가 오는 게 너무 반갑고 감사하다."
-온라인상에서 다시금 '파리의 연인' 결말에 대한 관심이 뜨겁더라.
"대학원 논문을 아직 쓰지 못했다. 목차까지 밖에 완성을 못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파리의 연인' 결말에 대한 현재의 고찰'이다. 교수님이 이건 너만 할 수 있는 거라고 하더라. 아직 완성은 못 시켰지만.. 김은숙 작가님이 아니니 조심스럽지만 (시청자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만큼 다들 몰입하지 않았나. 사랑했지 않나. 그걸 실망시킨 것이니 사과해야 할 부분이란 생각한다. 다시금 머리 숙여 사과하고 싶다.(웃음) '지붕 뚫고 하이킥' 결말이랑 비교하면 '하이킥'이 좀 더 심한 것 같다. 장르가 갑자기 바뀌지 않나. '하이킥'을 사랑한 사람으로서 너무 슬프고 공포스럽지 않나 생각했다. 그런 것만 생각해도 ('파리의 연인'의 결말은) 사과해야 마땅하다. 다시금 김은숙 작가님을 만난다면 이런 질문받았다고 물어봐야겠다."
-'강남순' 결말에 대한 만족감은.
"이것이 훌륭한 결말이라 믿는다. 3대 모녀가 뭔가를 같이 해야 하지 않나. 영리하고 현명하고 가슴을 울리는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재밌게 웃으면서 보고 위로도 받고 다시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드라마라고 하니 같이 성장한 기분이다. 15, 16회는 내가 보장한다. 정말 재밌을 것이다. 함께해 주면 좋을 것 같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김정은 소속사 제공
"극 중 가죽 슈트를 입었을 때 가장 외로웠다. 어디 하나 의지할 곳 없었다. 조금의 군살도 용납하지 않는 옷이더라. 보통 배우들이 입금되면 다 한다고 하는데 현장에 발을 내딛는 것조차 창피했다. 드라마 찍기 전에 갑자기 허리 디스크 증상이 왔다. 정형외과에 가서 X레이를 찍었더니 이상이 있더라. 이대로 촬영 들어가면 큰일이지 않나. 병원에 가서 물리치료를 열심히 받고 요가를 열심히 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했다. 음악을 들으며 명상하니 약간 운동 같지 않은 느낌이 들어 요가를 했다. 근데 꾸준하게 스트레칭했더니 라인이 좋아졌다. 정적인 운동으로 예쁜 라인을 만들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 그리고 먹는 것에 관리가 필요했다. 많이 못 먹고 운동하고 그랬다."
-마약을 둘러싼 지금의 시기를 예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2022년 9월에 촬영을 시작했던 작품이다. 그전에 기획이 됐다. 대본에 신종 마약이 나오는데 미국 관련 유튜브를 찾아보고 굉장히 놀랐다. 더구나 접하기도 쉽다더라.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솔직히 찍을 때는 뜬구름 얘기 같았다. 극 중에서 '세상을 구하자'라고 자주 하지 않나. 요새 뉴스를 접하면서 정말 심각한 일이구나 느끼고 있다. 걱정도 많이 되더라. 연기할 때 깨달은 심각성보다 지금이 더 심각한 것 같다. 나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 친구, 이웃을 잘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후배 이유미, 선배 김해숙과의 호흡은 어땠나.
"유미는 진짜 인성이 훌륭하다. 힘들 때 얼굴을 안 찌푸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자아자 파이팅!'을 외친다. 마치 20여년 전에 날 보는 느낌이다. (웃음) 사실 3부까지는 멀리서 유미 얼굴만 봐도 눈물이 났다. 그리고 똑똑하다. 현장에 자신이 가지고 있는 걸 빨리 버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구현해 내는 난 너무 뻔하지 않나. 디렉터나 작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비우는 게 중요한데 유미는 백지로 와서 감독님이 하라는 걸 그대로 받아들이고 한다. 선천적으로 연기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한 감독님, 스태프 모두가 사랑했다. 진짜 사랑스러운 친구다.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좋은 배우가 될 것이란 확신을 한다. 5, 10년 후가 더 기대되는 배우다. 작은 체구에서 가지고 있는 에너지나 모든 것들이 훌륭한 친구다. 김해숙 선생님은 연기를 그렇게 오래 했는데 꼰대적인 기질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많은 감독들이 사랑하는 배우인 것 같다. 마음도 젊지만 뇌도 젊다. 진짜 순수하고 현장에서의 본인이 받는 자극, 디렉터의 요구를 신인처럼 받아들여서 몸소 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배우를 오래 하면 매너리즘, 몸이 안 움직여서 못하겠다고 하는 것들이 있는데 선생님은 아니었다. 나 역시 선생님 같은 어른이자 배우가 되고 싶다."
-SNS를 보니 '강남순' 때문에 남편과 한 달에 한번 만났더라.
"자주는 못 봤지만 내 생일날 남편이 촬영장에 왔었다. 4월 3일이 생일인데 그날 촬영이 낮에 있었다. 촬영 끝나고 좋은 곳에서 저녁 약속을 했는데 갑자기 신이 추가됐다. '전날 약속은 해놨고 생일 저녁인데 어떻게 하지, 이거 때문에 홍콩에서 왔는데'란 생각을 했는데 촬영이 우선이라 양해를 구했다. 근데 남편이 촬영장에서 먹자고 해서 와서 사줬다. 소중하고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결혼 이후 여유가 많이 생긴 것 같다.
"밖에서 보는 듯한 시야가 생긴 느낌이다. 예전엔 쉼 없이 일했는데 결혼하고 나서 놀러도 많이 다니고 홍콩에 왔다 갔다 하다 보니 대본을 접할 기회가 없어졌다. 심지어 사람들은 내가 이민 간 줄 알더라.(웃음) 너무 치열한 20대, 30대를 살았기 때문에 지금 좀 여유롭게 놀 수 있어 좋았는데 나도 배우고 사람인지라 좋은 드라마를 보면 피가 끓는 듯한 느낌이 든다. '나이를 먹는다고 심장이 처지는 게 아니다'란 김해숙 선생님의 대사처럼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메라가 오는 게 너무 반갑고 감사하다."
-온라인상에서 다시금 '파리의 연인' 결말에 대한 관심이 뜨겁더라.
"대학원 논문을 아직 쓰지 못했다. 목차까지 밖에 완성을 못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파리의 연인' 결말에 대한 현재의 고찰'이다. 교수님이 이건 너만 할 수 있는 거라고 하더라. 아직 완성은 못 시켰지만.. 김은숙 작가님이 아니니 조심스럽지만 (시청자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 그만큼 다들 몰입하지 않았나. 사랑했지 않나. 그걸 실망시킨 것이니 사과해야 할 부분이란 생각한다. 다시금 머리 숙여 사과하고 싶다.(웃음) '지붕 뚫고 하이킥' 결말이랑 비교하면 '하이킥'이 좀 더 심한 것 같다. 장르가 갑자기 바뀌지 않나. '하이킥'을 사랑한 사람으로서 너무 슬프고 공포스럽지 않나 생각했다. 그런 것만 생각해도 ('파리의 연인'의 결말은) 사과해야 마땅하다. 다시금 김은숙 작가님을 만난다면 이런 질문받았다고 물어봐야겠다."
-'강남순' 결말에 대한 만족감은.
"이것이 훌륭한 결말이라 믿는다. 3대 모녀가 뭔가를 같이 해야 하지 않나. 영리하고 현명하고 가슴을 울리는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이 재밌게 웃으면서 보고 위로도 받고 다시금 무언가를 생각하는 드라마라고 하니 같이 성장한 기분이다. 15, 16회는 내가 보장한다. 정말 재밌을 것이다. 함께해 주면 좋을 것 같다."
황소영 엔터뉴스팀 기자 hwang.soyoung@jtbc.co.kr (콘텐트비즈니스본부)
사진=김정은 소속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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