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국내 첫 IPO 집단소송 영향은…'건전화 계기 vs 시장 위축'
국내선 소송 비용 및 승소 가능성 등으로 비활성화
감독당국 사각지대 보완책 vs 개별 기업에 과도한 책임
‘파두 사태’로 기업공개(IPO)에 대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예고됐다. IPO 집단소송이 매년 수십 건씩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선 첫 사례가 될 예정이다.
이번 소송은 상장 예비기업 및 주관사의 경각심을 일으킬 수 있기에 건전한 시장 질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반면 법적 대응에 어려움이 큰 중소형 기업의 IPO 유인 하락으로 공모주 시장 위축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미국 IPO 집단소송 사례 보면…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법무법인 한누리는 파두와 IPO 주관사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증권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주주를 모집하고 있다.
소송 참여 대상은 파두 IPO 청약에 참여해 주식을 취득했다가 공모가(3만1000원) 이하로 팔아 손실을 보았거나 현재 파두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다. 이번 소송이 제기되면 국내에서 IPO 관련 첫 증권 집단 소송이 될 전망이다.
증권집단소송은 상장사의 주가 조작이나 부실 회계, 허위 공시 등으로 피해를 본 주주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면 같은 피해를 본 주주도 동일한 보상을 받는 제도다. 주식 투자자 보호를 위해 2005년 증권 분야에만 제한적으로 도입된 제도다.
IPO 관련 증권집단소송은 미국에선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미국 보험 컨설팅사 우드러퍼 소이어(Woodruff Sawyer)에 따르면 2022년 제기된 168건의 증권집단소송 중 35건(21%)이 IPO 기업을 대상으로 제기됐다. 비중은 2020년 14%(29건), 2021년 17%(27건)로 높아졌다.
이와 별개로 한때 열풍이 불었던 스팩 합병에 적절성을 묻는 취지의 소송도 꾸준히 제기된다. 2021년엔 33건, 2022년엔 24건의 스팩합병에 대한 증권 집단 소송이 접수됐다. 글로벌 증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상장 당시보다 주가가 하락한 기업이 늘어난 결과라는 평가다.
미국에서 IPO 과정에 증권사보다 법무법인이 서류 작업에 더 많은 개입을 하는 이유다. 주관사는 자본시장에서의 자금 조달 역할을 맡고, 법무법인이 법률 및 규제 등 이슈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IPO 관련 증권집단소송은 법원의 판결에 따라 일부 손실 금액을 보전받을 수 있다. 페이스북과 알리바바, 스냅 등은 IPO 과정에서 주요 경영진의 불법 행위 또는 경영활동 허위 공시 등을 이유로 법원의 판결에 따라 투자 손실 일부에 대한 합의금을 지급했다.
다만 법원에서 각하되거나 기각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IPO 과정에서 허위 공시로 볼 수 있는 명확한 위법 사항을 발견하기 쉽지 않은 데다 위법 사항이 발견됐다고 해서 해당 위법 사실이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상관관계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2021년 7월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무료 증권 앱 로빈후드는 주당 38달러에 상장했지만, 상장 첫날 8% 하락했다. 이후 연말까지 주가가 하락세를 나타내자 같은 해 증권 집단 소송이 제기됐다.
당시 주주는 회사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주요 재무 건전성 지표가 2021년 7월 IPO 직전에 급격히 하락했다는 점과. 활성 사용자 수, 관리 중인 자산의 가치, 창출된 수익 및 암호화폐 거래로 생성된 매출에 대한 정보가 불명확했다는 점 등을 주된 소송 근거로 주장했다.
올해 2월 법원은 기각 판결을 내렸다. IPO 과정에서 공개된 자료가 허위이거나 오해의 소지가 없고 상장 직전 주요 지표의 하락 역시 역사적으로 이례적이란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미국선 빈번한 IPO 집단소송 부작용 우려도
그동안 국내에선 재판 절차가 까다롭고 시간이 오래 걸려 참여 유인이 별로 없었다는 평가다. 조단위 기업의 상장이 한해에도 수십건이 달하는 미국 자본시장과 비교해 규모가 작은 국내 자본시장 사이의 격차도 IPO 관련 증권집단소송의 실효성을 낮추는 요인이었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증권집단소송에 드는 비용을 감안하면 선례가 없는 상황에서 시가총액이 얼마 안 되는 중소형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실효성이 낮았다”며 “그동안 시총이 큰 기업의 경우 대부분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로 법무법인을 통해 공모 서류를 미리 검토하기에 관련 소송을 제기할 만한 논란의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IPO 관련 첫 증권집단소송이 시작되면 국내 IPO 시장의 건전성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금융감독기관의 감독망에 한계가 발생했을 경우 미국처럼 증권집단소송을 통해 IPO 기업과 주관사를 대상으로 위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통로란 것이다.
회계 부정이나 허위 공시 등과 관련된 사건은 일반 소비자 분쟁과 달리 복잡하기 때문에 증권 전문 변호사를 통해 과실 여부 및 정도를 따져야 할 필요성도 크다.
증권집단소송 도입 당시 무분별한 소송전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2005년 제도 도입 이래 증권집단소송이 제기된 건수는 11건에 불과했다. 무분별한 소송을 막기 위해 적용 범위나 소송대리인 자격 등에서 엄격한 제한을 해둔 결과다.
반면 과도한 책임 추궁이 이뤄질 경우 공모주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단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에서도 IPO 기업에 대한 과도한 소송으로 인해 IPO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IPO 기업 입장에서 추가적인 비용을 들어 법률 검토까지 해야 하는 만큼 IPO 유인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국에선 공모 서류를 준비하는 단계부터 회계법인과 증권사뿐 아니라 법무법인을 통해 법률적 검토를 거친다. 보험사는 IPO 기업을 상대로 소송에 대비한 보험 상품을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추가 비용이 소요돼 중소형 기업의 IPO 유인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평판 리스크도 크다. 소송이 최소 3년에서 5년까지 걸리는 만큼 그 기간에 신규 상장기업이 '위법한 상장사'란 부정적인 낙인에 찍힐 우려가 있다. 미국에선 이를 빌미로 기업에 소송을 무기로 합의금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런 이유로 IPO 관련 소송을 제한하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직접 나서 기업과 주주 간 합의안을 중재하는 ‘의무적 중재 방안’을 채택하자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미국 자본시장은 상장 문턱을 크게 낮춘 대신 민사 소송과 상장폐지 등을 통해 주식시장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구조"라며 "반면 국내는 감독 당국이 강도 높은 심사를 진행하면서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을 개별 기업에만 지우는 건 규제 풍토와 법률 체계의 차이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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