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 인용한 찰스 3세 "블랙핑크에게 박수를"
영국 찰스 3세 국왕이 윤석열 대통령과 국빈 만찬에서 "우리 양국의 문화는 전 세계인의 상상력을 사로잡아 소위 소프트 파워를 초강력 파워로 바꾸는 탁월한 능력을 공히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21일 저녁(현지시간) 버킹엄궁 볼룸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이날 만찬은 양국 정부와 왕실 고위관계자는 물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기업인들과 블랙핑크(로제, 제니, 지수, 리사) 멤버 전원 등 문화예술계 인사들까지 약 170명이 참석했다.
찰스 3세는 이날 연설에서 한국의 문화적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찰스 3세는 "생각건대 예술적인 창조성이 영국 문화계에서 대한민국이 차지하는 위치를 가장 극적으로 바꾸어 놓지 않았나 사료된다"며 "30년 전만 해도 빅토리아 앤드 알버트 박물관의 2023년 가장 인기 있는 전시물이 한류를 소개하는 'Hallyu'였으며 한국어가 영국 대학들에서 배울 수 있는 현대 언어 중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언어의 하나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었다"고 했다.
이어 "영국에 대니 보일이 있다면 한국에는 봉준호가 있고 제임스 본드에는 오징어 게임이 있으며 비틀즈의 렛잇비에는 BTS의 다이나마이트가 있다"며 "우리 양국의 문화는 전 세계인의 상상력을 사로잡아 소위 소프트 파워를 초강력 파워로 바꾸는 탁월한 능력을 공히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불행히도 저는 세종대왕의 뒤를 따라 완전히 새로운 알파벳을 만들어 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격변을 겪으면서도 환경문제를 놓지 않는 점도 평가했다. 찰스 3세는 "유엔의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의 옹호인으로 활약하며 전 세계인들에게 환경적 지속성에 대한 메시지를 전파한 블랙핑크의 멤버들인 제니, 지수, 리사, 로제에게 박수를 보낸다"며 "그들이 세계적인 슈퍼스타이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감탄할 뿐이다. 불행하게도 제가 그 옛날 서울에 갔을 때는 강남 스타일이라 할만한 것도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연설 말미에는 한국이 빠른 변화를 겪고 있음에도 전통문화와 건축 양식 등을 보존하려는 노력도 언급했다. 찰스 3세는 "한국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그 와중에도 자아감을 보존하고 있음은 한국의 해방 직전에 불행히도 작고하신 시인 윤동주가 예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며 윤동주의 시 '바람이 불어'를 인용했다. 찰스 3세는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며 시구를 낭독했다.
끝으로 국왕은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영국 군인 1000여명의 희생을 기렸다. 찰스 3세는 "한국인들은 독재의 그림자와 항상 존재하는 공격의 위협 속에서도 지난 70년간 자신들의 땀과 노력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및 자유의 보루를 쌓아왔다"며 "이러한 가치관들이 슬프게도 옛보다 훨씬 더 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 오늘날 대한민국과 영국은 우리가 귀중히 여기는 것을 지키기 위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하여 대통령님, 김 여사님, 한영 양국의 다음 140년간의 돈독한 관계를 위하여 자랑스럽고 기쁘게 건배를 제안하는 바이다"며 한국어로 "위하여!"라고 외쳤다.
윤 대통령 역시 이날 만찬사에서 한국전쟁 당시 영국 청년들의 희생과 헌신을 자세히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오늘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영국 참전용사들과 만나면서 양국의 우정이 피로 맺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새겼다"며 "영국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번영하며 문화적 융성한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윤 대통령은 "한국과 영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나눈 혈맹의 동지다. 우리가 미래를 위해 함께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영국은 자유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고안하고 선도해왔다.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 국가들이 영국 의회민주주의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며 "대한민국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영국과 함께 전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 미래를 향해 굳건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배사로는 "To me, fair friend, the United Kingdom, you never can be old"(나에게 공정한 친구 영국, 당신은 결코 늙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런던(영국)=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피의자가 국가대표 해도 되나요"…황의조 출전에 비판 잇따라 - 머니투데이
- "지원금 받아 데이트" vs "오해"…고딩엄빠4 출연자 사생활 논란 - 머니투데이
- "무슨 소리야" 외도 발뺌하던 예비신부…'통화 녹음'에 딱 걸렸다 - 머니투데이
- 8천만원 대출 다 써버린 아내, 돈 갚는 남편 지적에 "XXX아" 분노 - 머니투데이
- 16기 상철, 女관계 문란? 19금 메시지?…"영숙·영철·변혜진, 고소" - 머니투데이
- "지금까지 후회"…윤하, 16년 전 '신인' 아이유에 한 한마디 - 머니투데이
- '정답 소녀' 김수정, 동덕여대 공학 반대 서명…"모자란 남자" 악플 저격 - 머니투데이
- 빽가, 연예인 전 여친 저격…"골초에 가식적, 정말 끝이 없다" - 머니투데이
- '故송재림과 열애설' 김소은 "가슴이 너무 아프다"…추모글 보니 - 머니투데이
- 신생아 10명 사망 16명 중태…인도 대학병원서 일어난 비극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