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로 건배사한 찰스3세… 셰익스피어 구절로 답한 尹

김현빈 2023. 11. 2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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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정형시) 104번의 한 구절을 인용해 건배를 제의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 "저는 오늘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영국 참전용사들과 만나면서 양국의 우정이 피로 맺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새겼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에 앞서 먼저 만찬사를 한 찰스3세 국왕 역시 윤 대통령과 한국에 대한 예우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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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국빈 만찬 진행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블랙핑크 전원 참석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앞서 찰스 3세 영국 국왕, 커밀라 왕비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런던=서재훈 기자

“To me, fair friend, the United Kingdom, you never can be old.”(내게 당신은 결코 늙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정형시) 104번의 한 구절을 인용해 건배를 제의했다. 앞서 만찬사에선 "양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나눈 혈맹의 동지"라고 말했다. 국빈 초청을 해준 영국에 대한 예우를 밝히고, 한 단계 높은 차원의 양국 협력을 강조하는 자리였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우리가 미래를 위해 함께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피로 맺은 한영의 우정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거듭 “저는 오늘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영국 참전용사들과 만나면서 양국의 우정이 피로 맺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새겼다”고 말했다.

영국에 대한 강한 애정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저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비틀즈와 퀸, 그리고 엘튼 존에 열광했다. 지금 해리포터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BTS와 영국의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My Universe’는 전 세계 청년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에 앞서 먼저 만찬사를 한 찰스3세 국왕 역시 윤 대통령과 한국에 대한 예우를 보여주려 노력했다.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한국어로 분위기를 띄운 찰스3세는 다시 영어로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 (While the wind keeps blowing, My feet stand upon a rock. While the river keeps flowing, My feet stand upon a hill)고 했다.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의 구절이었다. 그러면서 찰스 3세는 “한국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그 와중에도 자아를 보존하고 있는 걸 한국의 해방 직전에 불행히도 작고하신 시인 윤동주가 예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찰스 3세는 어머니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1999년 한국을 국빈 방문했을 당시를 회상하며 "폐하께서는 전국에 걸쳐 지극히 따뜻한 환영을 받으신 것뿐만 아니고 귀국의 장엄한 산들 속에 자리잡고 있는 안동의 전통적인 마을과 사찰들의 아름다움과 조화로움에 크게 감명을 받으셨다고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찰스3세는 다시 한국어로 “위하여”를 외치며 건배를 제의했고, 애국가 현악 연주가 만찬 장소인 버킹엄궁 볼룸을 채웠다. 만찬장 테이블에는 영국 서쪽 도시 윈저에서 공수해 온 늦가을ㆍ겨울 꽃과 나무들과 1761년 조지 3세 대관식 때 제작된 접시들로 가득 찼다.

이날 만찬장엔 윤 대통령 부부와 찰스3세 부부를 비롯해 양측 관계자 180여명이 참석했다. 양국 정부 관계자와 영국 왕실 관계자 뿐 아니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등 재계 인사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로제, 제니, 지수, 리사 등 블랙핑크와 토트넘 핫스퍼 FC 위민에서 뛰는 조소현 선수, ‘영국남자’ 유튜브를 운영하는 올리버 켄달 등도 참석했다.

런던=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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