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바이러스고 괴물이 백신이다… 3년만에 시즌2로 돌아온 스위트홈

안진용 기자 2023. 11. 22. 09: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괴물로 세상 지배하려는 자
폭력적으로 변하는 군인들
인간 외피가진 ‘괴물들’ 묘사
1편의 아파트서 무대 넓히며
인간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
다양한 형태 크리처도 눈길
반인반수의 몸을 갖게 된 주인공 현수(왼쪽)는 인간성을 유지하며 백신 제작에 협조하는 반면, 또 다른 반인반수인 상욱(오른쪽)은 인간을 증오하는 괴물의 삶을 택한 후 현수와 대립한다. 넷플릭스 제공

지구는 46억 년 전 탄생했고, 호모 사피엔스는 20만 년 전 등장했다. 우주의 역사를 하루로 치면 인간의 역사는 고작 3초 정도다. 그런데 인간은 욕망에 가득 차,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다른 종을 멸종시킨다. “이쯤 되면 지구도 ‘주인을 바꿔야지’ 생각할 것”이다.

지난 20일 언론을 통해 먼저 공개된 넷플릭스 새 시리즈 ‘스위트홈2’(감독 이응복) 속 임박사(오정세 분)는 이렇게 되뇌며 “인간은 바이러스이고 괴물이 백신”이라고 외친다. 인간과 괴물의 대결을 그리며 크리처물로 주목받았던 ‘스위트홈’의 시즌2는 이처럼 임박사의 이야기로 서두를 열며 아포칼립스(종말 이후의 세계를 다루는 장르) 세계관의 탄생을 알린다.

만 3년 만에 돌아온 ‘스위트홈2’는 허름한 아파트 그린홈에서 주민들이 정체 모를 괴물과 사투를 벌이던 시즌1의 마지막 장면에서 이야기를 이어간다. 괴물들이 출몰하자 군인들은 밤섬 특수재난지구를 설치하고 피란민들을 수용한다. 그린홈의 주민들은 군인들을 따라 안전캠프가 마련된 야구장으로 이송된다. 시즌1 말미에 반인반수임을 자각한 현수(송강 분)는 자신을 매개로 백신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구 대상이 되길 자처한다.

그린홈을 벗어난 ‘스위트홈2’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내세워 세계관을 확장한다. 누군가는 괴물로부터 도망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괴물을 처치한다. 반면 괴물을 연구해 세상을 지배하려는 이들이 등장하고, 아예 인간을 멸종시키고 ‘신인류’를 탄생시키겠다는 부류도 있다. 규칙과 규율이 무너진 세상에서 저마다의 욕망이 충돌하며 세상은 대혼란에 빠진다.

그 안에서 ‘스위트홈2’는 인간성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거듭 던진다. 인간을 괴물로 만드는 바이러스는 인간의 욕망을 숙주로 삼는다. 즉 자신의 욕망에 잠식된 인간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괴물로 변한다. 이처럼 외피만 인간일 뿐, 내면이 괴물인 캐릭터가 곳곳에서 포착된다. 질서를 만든다는 군인들은 점차 폭력적으로 변해 민간인까지 죽이고, 백신에 매달리는 위정자들은 ‘청소’라는 명분하에 대규모 살육도 마다치 않는다. 반면 한 괴물은 난리 통에 엄마의 손을 놓친 아이를 구해 엄마를 찾아주고, 새끼를 구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다. 과연 어느 쪽이 더 ‘인간적인지’ 고민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인간은 구해야 하는 존재인가?’라는 명제를 두고도 서로 다른 가치관이 충돌한다. 현수는 괴물의 능력을 가졌으나 인간됨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는 반면, 또 다른 특수 감염인인 상욱(이진욱 분)은 인간에 대한 혐오와 증오를 드러낸다. 본능에 따라 먹고 먹히며 자연의 섭리에 거스르지 않는 동물과 달리 인간은 도무지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허기를 달래려 세상의 균형을 깨뜨린다. 효용 가치가 사라진 괴물이나 인간 모두 말살하는 이들을 향한 “괴물이라 죽였다고? 그렇다면 당신들이랑 괴물이 다를 게 뭐야?”라는 현수의 항변을 듣고 있노라면, 인간이야말로 진짜 괴물이며 그들이 소멸되는 것이 지구를 구하는 길이라는 주장이 가벼이 들리지 않는다.

다양한 욕망을 먹이 삼아 변태하는 괴물의 모습과 압도적 능력은 ‘스위트홈2’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다. 시즌1의 대표 캐릭터였던 연근이(장님 괴물)와 눈알이(눈알 괴물)도 다시 만날 수 있다. 이 외에도 피주머니를 찬 채 피만 보면 달려드는 괴물, 거대한 입을 배에 달고 인간의 청각을 공격하는 괴물 등 새로운 크리처들이 대거 등장한다.

시즌2에 새롭게 투입된 캐릭터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아포칼립스에 대처하는 과정도 흥미롭다. 서로 다른 신념으로 충돌하는 군인인 탁상사(유오성 분)와 김영후(김무열 분), 거리의 생존자 호상(현봉식 분)과 하니(채원빈 분), 소방관 이경(이시영 분)의 딸아이(김시아 분) 등이 시즌2의 서사를 이끌어가는 중심인물로 등장한다. 8부작으로 12월 1일에 공개된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