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공수처, 기소권 내려놓고 수사 집중이 효과적… 검경과 협력방안도 모색해야”[Who, What, Why]

■ Why
공수처 개선 어떻게
“공직사회 긴장 효과는 있어
독립적 지위 흔들리지 않게”

김진욱 공수처장이 지난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참석해 여운국 차장과 주고받는 문자 메시지. 후임 처장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돼 있다. 뉴시스

출범 약 3년을 맞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2기 구성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0월 차기 공수처장 지명을 위한 절차를 시작해 달라고 국회의장에게 공문을 보냈다. 공수처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출신 검사들을 영입하면서 수사력 강화를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를 폐지하기보다는 특성을 잘 살려 공직자들의 비위를 감시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22일 한 법조계 관계자는 “비록 수사 성과는 미진하지만, 공수처의 존재만으로 공직 사회를 긴장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비위 사건이 불거져 공수처에 고발되는 것만으로도 불명예를 얻게 되기 때문이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판·검사를 감시하는 국민적 관심도 형성되고 공수처도 신설되면서 과거에 비해 법조계 공직자 비위가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공수처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우선 기소권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른 국가들도 검찰과 분리된 반부패수사기관이 있지만, 기소권 부여 여부는 천차만별이다. 영국의 중대범죄수사청(SFO)은 수사권과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모두 갖고 있지만 미국 특별심사청(OSC)은 수사권과 조건부 기소권을 갖고 있다. 싱가포르 탐오조사국(CPIB)이나 홍콩 염정공서(ICAC)는 압수수색권과 체포권을 갖고 있지만, 기소권은 없다.

공수처는 CPIB를 모델로 했지만 수사 대상에 따라 기소권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가 갈려 혼선을 빚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규모가 작게 설정된 이상 기소권을 내려놓고 수사에 집중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 공수처법 개정을 통해 검찰·경찰과 공소제기·공소유지 등 적정한 처리를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규정을 넣어 협의체 등을 구성하는 것도 방안으로 거론된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들의 인력을 증원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사 25명과 수사관 40명으로 수사와 재판 외에도 수사 보조업무까지 처리해야 해 수사역량 저하는 예견된 문제였다. 공수처가 성과를 내지 못하고 내외부 비판에 시달리면서 인력 유출도 심했다.

검사 임기도 짧아 신분이 제대로 보장되지도 않는다. 공수처 검사 임기는 3년이고 3회에 걸쳐 연임할 수 있다. 최대 임기가 12년인 셈인데 연임을 장담할 수 없는 만큼 신분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법조계에서는 공수처 검사의 임기와 인원에 대한 규정을 개정해 독립기관으로서 지위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정선형 기자 linea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