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25명 ‘초미니 사정기관’… 전문성·경험 부족, 구속영장 ‘4전4패’[Who, What, Why]

염유섭 기자 2023. 11. 22.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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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y - 공공수처 출범 2년10개월… 수사력 한계 논란
손준성·감사원 간부 등 대상
구속영장 4건 청구 모두 기각
“우린 아마추어” 판사에 읍소도
6907건중 기소 등은 16건뿐
김웅 압수수색땐 ‘위법’ 논란
민주당 강행으로 ‘졸속 출범’
운영 관련한 법령 곳곳 구멍
정치 중립성도 계속 도마에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지난 10월 19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뉴시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공식 출범한 지 3년이 다 돼 가도록 ‘존재의 이유’를 입증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출범 후 네 차례 청구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된 것이 단적인 예다. 전문성과 경험 부족으로 제대로 된 수사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력·예산 부족과 애매한 기관 위상도 공수처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구속영장 ‘4전 4패’, 직접 기소·공소제기 요구는 8건 = 공수처는 지난 2021년 1월 21일 공식 출범한 뒤 구속영장 4건을 청구했지만, 모두 기각돼 ‘4전 4패’란 불명예를 얻었다.

지난 9일 이민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감사원 간부(3급) 김모 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한 뒤 “직접 증거가 충분히 확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다. 공수처는 2021년 이른바 ‘고발사주’ 의혹과 관련해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에게 두 차례, 올해 8월 뇌물 수수 혐의를 받은 서울경찰청 소속 김모 경무관에게 한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법원에서 기각됐다. 공수처는 네 번째였던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받아내기 위해 총력전을 기울였다. 김진욱 처장이 여운국 차장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에서 영장 전담 판사를 선별하는 듯한 정황이 그대로 포착됐다. 여 차장은 지난 10일 김 처장에게 “5번째 영장은 처장님 말씀대로 시기를 신중하게 고려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김 처장은 “윤재남 이민수 1패(敗)씩으로 그래도 유(창훈) 부장만 피하면 두 사람은 등등 같습니다. 이번에 결과 보니요”라고 답장했다.

검찰 고위직 출신 한 변호사는 “구속영장 발부가 수사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공수처는 구속영장에 집착한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공수처의 성과가 없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수처는 구속영장으로 성과를 보이려고 계속 노력했다. 2021년 12월 여 차장은 손 차장 2차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중앙지법 영장 전담 판사에게 “우리 공수처는 아마추어”라며 “손 검사 측이 아마추어인 공수처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취지로 영장 발부를 읍소하기도 했다.

기소와 재판에서도 공수처의 한계는 드러났다. 공수처가 출범 이후 처리를 완료한 사건은 지난 9월 말 기준 6907건이다. 직접 기소(8건)·공소제기 요구(8건) 사건은 16건으로 0.2%에 불과했다. 직접 기소한 8건도 같은 사건의 여러 혐의가 중복된 것으로 △김형준 전 부장검사 뇌물 수수 △고발 사주 의혹 △전 부산지검 검사의 수사기록 위조 등 고작 3건에 불과했다. 재판이 진행 중인 고발 사주 의혹을 제외한 나머지 2건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에 공소제기를 한 사건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채용 특혜 등이 있다. 공수처는 수사의 기본인 압수수색에서도 미숙함을 드러냈다. 대법원은 지난 1월 고발 사주 의혹 관련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압수수색은 위법하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애매한 권한, 정치적 눈치 보기 논란 = 공수처가 감사원 간부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은 논란이 제기됐다. 감사원 간부에 대해선 기소권이 없어 ‘사법경찰관’ 신분에 가까운 공수처가 검찰을 거치지 않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것이다. 공수처가 감사원 간부를 구속할 경우 최장 구속기간 20일에 공수처가 신병을 확보한 기간도 포함되는지, 송치 후 검찰이 신병을 확보한 기간만 포함되는지도 불명확하다.

공수처는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 황제 에스코트’ ‘민간인·정치인 사찰’ 논란도 일으켰다. 2021년 3월 공수처는 ‘김학의 불법출금 수사무마 의혹’을 받던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조사하면서 공수처장 관용차를 제공해 ‘황제 조사’ 논란을 일으켰다. 민간인·정치인 사찰 논란도 있었다. 공수처는 고발 사주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취재기자와 민간인 등의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조회·수집한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공수처는 2021년 출범 후 2022년 상반기까지 모두 6488개의 전화 번호를 조회했다.

정치적 중립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2021년 11월 고발 사주 의혹을 지휘한 여 차장은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 소속 박성준 민주당 의원과 통화해 저녁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다가 취소한 게 알려지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20대 대선을 앞두고 공수처는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 사기 부실 수사 의혹·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 등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관련 수사를 동시다발로 진행하며 ‘윤수처’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공수처가 졸속 입법으로 성급하게 만들어졌다는 근본적인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법이 통과되는 과정을 잘 아는 법조계 인사는 “민주당이 반(反)검찰만 앞세워 출범을 강행했고 공수처를 어떻게 운영할지 등 논의는 배제했다”며 “일단 출범부터 시키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공수처 조직 운영 등을 규정한 법령도 곳곳에 구멍이었다. 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검사 25명·수사관 40명으로 구성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3개를 합친 것보다 작은 규모로 제대로 된 수사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다.

공수처 인권수사정책관·공소부장을 역임한 예상균 변호사는 올해 초 학술지 ‘형사정책연구’ 봄호(2023년 3월)에 실린 논문 ‘공수처법 운영과정에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통해 “초미니 사정기관으로 수사·공판이 아닌 기획·행정 등 다른 수사 보조업무들에 상당수 인력이 배치돼 수사 역량 저하는 필연적”이라며 “결원이 발생하면 업무가 사실상 마비될 정도”라고 말했다.

염유섭 기자 yuseob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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