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빈, 넌 참 단단하고 믿음직스럽구나!

아이즈 ize 이현주(칼럼니스트) 2023. 11.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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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이현주(칼럼니스트)

사진=tvN

어릴 적 예쁘다는 소리를 꽤 들었던 나. 성인이 된 뒤 오랜만에 우연히 만난 친구 어머니는 내 손을 잡고 반가워하시며 이렇게 말씀하셨다. "어릴 적에 그렇게 예쁘더니…" 아니 어머니, 뒤이어 말씀을 해주셔야죠. "지금도 예쁘네!"라고요. 지나치게 솔직하셔서 빈말을 못 하시는 분이었는지 그분은 끝내 내가 기대하는 말씀은 해주시지 않았다. 그랬다. 나의 미모 전성기는 너무 빨리 와서 너무 일찍 가버렸던 것이었다. 

요즘 주말마다 나를 TV 앞에 눌러 앉히는 tvN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극본 박혜련, 연출 오충환)를 보다 문득 떠오른 기억이다. '박은빈은 어릴 적 예쁘더니 지금은 더 예쁘구나!' 사실 처음 드라마 제목을 들었을 땐 끌리지 않았다. 무인도와 디바라니. 도무지 연관성을 찾기 어렵고 내용도 전혀 짐작되지 않았기에. 그런데 박은빈이 주인공을 맡았단다. '그렇다면 볼 만하겠는데?' 

돌이켜보니 박은빈을 처음 본 건 KBS '개그콘서트' 수다맨 코너에서였던 것 같다. 똘망똘망하고 귀여웠던 그 소녀는 언젠가 곁을 떠났다 훌쩍 자라서 나타난 것이 아니라, 쭉 우리와 함께 지내왔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쉬지 않고. 어린이일 때는 어린이로, 청년일 때는 청년으로 등장해 그 또래의 고민과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줬고 이제 성인이 되어 또 자신 세대의 이야기를 펼쳐가고 있다. 

사진=tvN

얼마 전까지 우영우였던 그는 요즘은 서목하로 이 땅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 같다. 물어물어 찾아가면 실제로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무인도에 15년을 갇혀 있다 살아왔다고 해도, 노래를 엄청나게 잘해서 단번에 목소리로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해도, 그 모든 무리수에 물음표를 달지 않고 단박에 느낌표를 꾹 찍게 만드는 힘을 박은빈 아니면 누가 가졌을까.

단정할 수 있는 그 어떤 단서도 없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박은빈은 믿음직하다. 사소한 일도 허투루 대할 것 같지 않고 매사를 똑똑하고 야무지게 처리할 것만 같다. 드럼을 치기 위해 드럼을,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기 위해 바이올린을 배워 직접 연주하고, 직접 노래하기 위해 노래 연습을 무진장 했다는 것은 습득된 정보일 뿐이지만 일단 화면을 통해 그 결과를 똑똑히 확인하지 않았나. '무인도의 디바'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고, 박은빈은 못하는 게 뭘까 하고 생각한 건 나뿐일까?

아이 셋을 키우는 나는 육아로 힘들었지만, 그들이 자란 후의 모습을 상상하는 재미가 쏠쏠했고 지금도 그렇다. 그들 앞에 열린 무한한 가능성, 그 안에서 갖춰갈 개성과 인성. 그들이 한 인격체로 세상과 어우러져 그려갈 풍경…. 그리고 부디 그들이 누릴 세상이 아름답고 평안하기를 바라는 마음. 그 모든 것이 응축된 긍정적 기대와 그에 상응하는 조바심과 염려를 잠시도 내려놓을 수 없다. 

사진=tvN

자식이 아니라 해도, 누군가의 성장을 지켜본다는 것 또한 비슷하다. 상대는 내 관심에 무관심할 테고, 도움이 될 리 만무하지만 어쩐지 기대하게 만드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특히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면 그런 기대는 그것은 큰 자양분이 될 것이다. 작정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박은빈은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대중의 기대와 관심 속에서 자란 그는 그것을 부담으로 여기는 대신, 성장의 바탕으로 삼아 자신의 이름 석 자에 이미 신뢰라는 인증을 새겼고, 우리에게 좋은 작품으로 충분히 보답하고 있으니.

'무인도의 디바' 서목하는 이야기한다. 세상이 어디 작정하는 대로 돌아가느냐고. 반백의 나이에서야 조금 알 수 있을 것 같은 그 사실을 서목하는 벌써 깨달은 듯싶다. 무인도에 갇힌 15년 동안 홀로 삭인 끊임없는 질문과 사색을 통해 해탈의 경지에 도달했을지도. 어쨌거나 작정하는 대로 되는 것이 거의 없기에, 우리는 그만큼 순간에 충실하고 또 '작정'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작정해야 한다는 해묵은 교훈 같은 말을 되새기게 된다.

아버지의 폭력에도 해맑게 꿈을 키웠고, 15년의 고립에도 억울해하지 않고 꿋꿋이 자신의 갈 길을 가는 서목하. 홀로 태풍을 견디며, 피하지 않고 맞서는 방법을 배운 서목하는 다음주 또 닥쳐온 난관을 어떻게 뚫어갈까. 아마도 서목하는 잘 해낼 것이다. 믿음직한 박은빈이니까. 그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고 나 역시 기꺼이 계속, 그를 지켜보고 응원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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