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쎈여자 강남순’ 김정은 “다시 살아난 감사함. 마지막이라는 마음으로”[스경X인터뷰]
“아니, 어디 가세요? 저 이야기 좀 더 나눌 수 있어요.”
연예부 기자를 하면서 많은 배우를 만나 직접 이야기할 기회를 갖지만, 이런 상황은 또 처음이었다. 정해진 시간이 지나 다른 일정 때문에 아쉽게 자리를 뜨는 기자와 이런 기자들을 붙잡는 배우라니. 배우 김정은의 인터뷰에서 일어난 진풍경이다.
김정은은 원래 약속된 1시간이 있었지만, 그날 마지막 인터뷰여서 그런지 아쉬움이 남아 그런지 30분을 더 써, 1시간30분 동안 인터뷰에 임했다. 다른 것보다 이 배우가 그동안 얼마나 작품에 목말랐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지 알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김정은이었다. 왜 김정은이 떠나는 기자들을 붙잡았을까. 그는 감사함을 체감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 같은 마음’이라는 이야기도 했다. 그의 얼굴은 평온하고 생기있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깊은 고민과 방황의 조각도 읽힌다.
“사실 이 모든 것들이 중심에서 벗어난 시간이 있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중심에서만 활발하고 공격적으로 일했다면 감사한 마음을 가졌을까요? 떨어져 보니, 정말 감사한 경험을 많이 했는데 즐기지 못한 시간이라는 걸 안 거죠.”
김정은은 오는 26일 막을 내리는 JTBC 주말극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극 중 주인공 남순(이유미)의 엄마이자 외할머니 길중간(김해숙)의 딸 황금주로 분했다. 이 셋은 모계유전으로 괴력을 타고나 그 힘을 정의실현에 쓴다. 특히 황금주는 각종 요식업으로 벌어들인 억만금을 쿨하게 쓰면서 그 나름의 정의를 실현한다.
“목마름이 있었죠. 사실 지금까지 했던 ‘로코(로맨틱코미디)’ 여신, 캔디 역할은 어찌 보면 굉장한 민폐일 수도 있었죠. 한창 연기를 했던 그 시대는 사랑을 받는 캐릭터가 인기였고, 백마 탄 왕자가 필요한 때였거든요. ‘부자되세요’라는 광고 카피도 속물 같은 이야기라는 말을 듣는 때였죠. 주체적인 여성의 이야기는 없나, 고민할 때에 황금주가 왔습니다.”
황금주는 김정은이 지금까지 가진 자양분과 경험을 통한 깊이를 동시에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오토바이, 괴력 등을 통한 액션과 원래 장기였던 코믹 연기 그리고 딸 남순과 아들 남인에 대한 모정에서 비롯된 감정 연기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코믹 연기는 ‘우리가 알던 김정은이 돌아왔다’는 평가를 듣기에 충분했다.
“오랜만에 코믹 연기를 하니까 연습을 할 때 백미경 작가님이 ‘왜 이리 진지해’라고 하시는 거예요. 코믹은 감이에요. 자꾸 하면 할수록 발달을 하는 거죠. 안 쓰면 근육이 빠지는 것처럼 사라지는 거예요. 처음에는 너무 어려워서 감독님에게 일일이 여쭤보면서 괴롭혔어요. 어느 순간부터 촬영현장에서 고참이 된 상황 등 여러 부담을 이기기 위한 저만의 방법이었죠.”
한때 코믹함으로 점철됐던 이미지 때문에 스스로 코믹함을 피하려는 시도도 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지금은 ‘치기 어린 시기였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정극이 인정받는 시대에서 김정은은 본인만의 재치로 지금의 자리에 올랐고, 그 소중함을 다시 깨달았다. 그는 감사함과 절박함을 이야기했다.
“2010년대가 넘으면서 작품이 없는 기간이 길었어요. 꿀맛 같은 휴식이기도 했지만, 또 작품을 보면 피가 끓는 양가적인 감정의 연속이었죠. 시대가 변하면서 제가 주로 했던 캔디 역할은 사라지는 분위기이기도 했어요. 물론 저도 다양한 작품을 했지만 제 옷이 아니었던 것도 있었고요. 모든 일이 잘됐다면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겠죠. 시간을 보내고, 세월을 보내는 게 사람으로나 배우로서나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2012년 KBS2 ‘울랄라 부부’에 이어 2015년 MBC ‘여자를 울려’, 2017년 OCN ‘듀얼’이 이어졌다. 2020년 MBN ‘나의 위험한 아내’ 이후 다시 3년 만에 공개된 작품. 지금도 김정은은 ‘힘쎈여자 강남순’ 이후 작품을 열심히 찾는 시간을 거듭하고 있다.
“미련 없이 매 작품 쏟아붓고 싶다는 마음에 있어서는 ‘마지막이라는 마음도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신 연기를 하지 않겠다는 건 아니지만, 다시 오지 않는 시간을 알게 됐다고나 할까요. 다음 작품이 마치 없을 것처럼, 스스로 열심히 하겠다는 다짐을 하는 거죠. 마지막처럼.”
김정은의 활동이 뜸했던 시기 2016년 그는 결혼을 통해 안정도 찾았다. 그리고 보이는 것이 더 많았다. 시대는 점점 지상파보다는 OTT, 롱폼보다는 숏폼을 선호하는 시대로 변했다. 신세대의 상징, 로코여신, 캔디의 대명사 김정은도 중년, 선배, 고참의 이름을 달았다.
“제가 겪은 이야기를 후배들에게 하고 싶지만, 또 ‘꼰대’가 될까 봐 걱정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저의 이미지 때문에 변신을 시도하고 여러가지로 몸부림쳤던 시간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시간이 지금의 저를 만들었습니다. 저, ‘김정은의 초콜릿’ 같은 프로그램도 너무 다시 하고 싶어요. 그리고 이 마음으로 더 많은 작품을 하고 싶어요.”
다른 건 모르겠지만, 한 사람의 내면 간절한 외침 정도는 들을 수 있다. 김정은의 마음은 외치고 있었다. 감사함을 갖고, 마지막처럼 간절하자고.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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