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부부, 英국왕 국빈 만찬…블랙핑크 전원 출동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찰스 3세 국왕이 준비한 국빈 만찬에 참석해 "한국과 영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나눈 혈맹의 동지다. 우리가 미래를 위해 함께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수교 140주년을 맞아 영국이 한국전쟁에서 큰 희생을 감내하며 우리나라를 도와준 사실 등 양국관계를 조망하면서 미래를 향한 새로운 도약을 천명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21일 저녁(현지시간) 버킹엄궁 볼룸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찰스 3세 국왕은 만찬사에 나서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한국어로 인사했다. 이후 영어 만찬사 중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 구절을 인용하기도 하고 만찬사를 종료하면서는 한국어로 "위하여"라고 외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만찬사에서 한국전쟁 당시 영국 청년들의 희생과 헌신을 자세히 말했다. 윤 대통령은 "1950년 우리가 공산 침략을 받아 국운이 백척간두에 섰을 때 약 8만1000명의 영국 병사들이 한국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머나먼 길을 달려왔다"며 "윌리엄 스피크먼 병장은 한국전 당시 근위 스코틀랜드 수비대 제1대대 소속으로 참전했다. 임진강 지역의 마량산 전투에서 다리에 심한 부상을 입고도 소속 부대가 철수할 때까지 진지를 끝까지 사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부상으로 1952년 1월 영국으로 후송됐지만 귀국한 지 불과 3개월 만에 한국전에 다시 참전했고 그해 8월까지 전투에 참여했다"며 "윌리엄 스피크먼 병장은 생전에 대한민국을 제2의 조국으로 여겼고 '군인은 늘 자기가 싸웠던 곳을 생각한다'며 죽으면 꼭 한국에 묻어달라고 유언했다. 그리고 2019년 2월 작고하시고 유언대로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영면했다"고 소개했다. 윤 대통령은 이밖에도 임진강 전투에서 19살 나이에 전사한 제임스 로건 일병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저는 오늘 한국전 참전 기념비에 헌화하고 영국 참전용사들과 만나면서 양국의 우정이 피로 맺었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마음 깊이 새겼다"며 "영국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으로 대한민국은 정치적으로 자유롭고 경제적으로 번영하며 문화적 융성한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영국은 자유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고안하고 선도해왔다.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 국가들이 영국 의회민주주의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며 "대한민국은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해 영국과 함께 전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 미래를 향해 굳건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배사로는 "To me, fair friend, the United Kingdom, you never can be old"(나에게 공정한 친구 영국, 당신은 결코 늙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날 국빈 만찬은 약 170명이 참석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윤여철 주영국 대사,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최상목 경제수석, 이충면 외교비서관, 김용현 경호처장 등 우리 측 공식수행원들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 기업인들이 참석했다.
블랙핑크(로제, 제니, 지수, 리사) 멤버 전원도 함께 했다. 블랙핑크는 우리 정부가 아닌 영국 정부에서 적극 나서 초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조소현(토트넘 핫스퍼 FC 위민 축구선수), 올리버 켄달(영국남자 유튜버), 박웅철 셰프와 부인인 기보미 파티시에, 박소희 디자이너 등도 함께 했다.
영국 측에서는 리시 수낙 총리, 악샤타 무르티 총리 부인, 윌리엄 왕세자, 캐서린 미들턴 왕세자비, 앤 공주, 티머시 로렌스 해군 중장, 글로스터 공작, 글로스터 공작부인, 후드 자작, 데이비드 카메론 전 총리 등과 초청인사 140여 명이 참석했다.
메뉴는 수란과 시금치 퓨레로 만든 타르트렛, 셀레리악 크로켓과 칼바도스 소스를 곁들인 꿩 가슴살, 샐러드, 망고 아이스크림 등이었다.
만찬에 사용된 접시는 1761년 조지 3세 대관식 때 제작된 것으로 금과 은으로 도금된 접시 테두리에 조개껍데기와 구슬 무늬로 장식됐다. 상단에는 왕실 문장이 새겨졌다. 디저트 때 제공되는 접시는 빅토리아 여왕 시절인 1877년 생산됐고 청록색 테두리에 꽃모양이 새겨졌다. 만찬장을 장식한 꽃은 늦가을~겨울을 대표하는 꽃과 나뭇잎을 윈저에서 직접 공수해 온다. 연회가 끝난 뒤 자선단체에 기부할 예정으로 호스피스, 노인 요양원 등에 전달된다.
만찬 중에는 웨섹스 공작 부인의 현악 오케스트라가 연주됐다. 마지막에는 백파이프 연주도 나왔다.
격식을 중시하는 영국답게 드레스 코드도 분명했다. 남성은 검은색 연미복에 흰색 나비넥타이가 드레스 코드. 여성은 검은색 원피스 차림이 많은데 한복 입은 여성도 있었다.
윤 대통령은 검은색 연미복에 흰색 나비넥타이, 연미복과 흰색 셔츠 사이에는 사선 붉은색 띠를 착용했다. 김 여사는 검은색 원피스 차림, 카밀라 왕비는 붉은색 원피스를 입었다.
런던(영국)=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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