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두 눈으로 그날의 민낯을 보라 [무비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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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하고 섬세하다.
그럼에도 '서울의 봄'은 치열한 그날밤의 9시간을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누군가의 역사에선 그날이 '승리'로 기억됐으나, '서울의 봄'을 통해 그려진 그들의 민낯은 형편없다.
그날의 진실에 한 명이라도 더 눈을 떠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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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촘촘하고 섬세하다. 버릴 장면도, 외면할 서사도, 연기의 빈틈도 없다. 스포일러라서 울분이 차는, 그럼에도 목도해야 하는 '서울의 봄'이다.
22일 개봉한 영화 '서울의 봄'(연출 김성수·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소식이 전해지며 시작된다. 이후 육군참모총장 정상호(이성민)가 계엄사령관으로,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이 합동수사본부장으로 임명된다. 세력에 휩쓸리지 않고 올곧게 자신의 길을 가던 이태신(정우성)은 정상호로부터 수도경비사령부직을 제안받고, 그 자리에 앉는다.
전두광은 신군부 세력 하나회에 휩쓸리지 않는 정상호를 견제하고, 그를 박 대통령 시해 사건에 엮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이에 전두광은 하나회와 함께 정상호를 납치, 반란을 일으킨다.
작품의 결말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역사가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관객은 모두 그 결말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의 봄'은 치열한 그날밤의 9시간을 그려내며 몰입도를 높였다.
그날의 사투는 141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지루할 새 없이 몰아친다. 12·12 사태인 그날을 시간 순으로 그려내며, 신군부 세력과 이에 맞서는 이태신 장군의 감정선을 진득하게 따라간다. 그날밤 이태신 장군이 느꼈을 좌절감과 고독, 절망은 관객들에게도 뼈저리게 다가온다.
특히 김성수 감독이 재구성한 그날의 9시간 속 신군부 세력은 비열하고, 치졸하다. 누군가의 역사에선 그날이 '승리'로 기억됐으나, '서울의 봄'을 통해 그려진 그들의 민낯은 형편없다. 관객들은 반란군과 진압군의 보여주는 팽팽한 압박 속에서 그날의 이야기를 날 것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의 중심엔 주인공 황정민이 있다. 대머리 분장으로 누군가를 연상시키는 황정민의 눈빛은 주변을 압도한다. 신군부세력 내부에서 그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황정민은 그런 캐릭터에 설득력을 불어넣는다. 탐욕과 초조함, 비열함, 그리고 결말 속 웃음까지. 황정민은 그 순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에 대립하는 정우성 역시 황정민이 연기한 인물과 전혀 다른 온도를 보여주며 맞불을 놓는다.
더불어 이성민을 비롯해 신군부세력 속 박해준, 안내상, 최병모, 안세호와 이에 대항하는 정만식, 김성균 등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영화의 말미, 신군부세력은 자신들의 승리를 기념하며 한 장의 기념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 사진은 현실 속 누군가와 오버랩된다. 그날의 진실에 한 명이라도 더 눈을 떠야 할 시간이다.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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