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하오베이징] 중국인이 두리안을 먹으니 한국의 커피값이 오른다?
중국인들의 두리안 사랑이 점입가경이다. 국경분쟁을 벌이고 있는 필리핀에 대해 사실상 국가 차원의 무역제재를 가하고 있지만 두리안 수입루트만은 열어놓을 정도다. 두리안 문제에서만은 국가 간 관계가 얽힌 자존심도 접어놨다. 중국인들의 유별난 두리안 사랑은 동아시아의 농업지형도까지 바꿔놓고 있다. 내수 부진에도 14억 인구가 품은 엄청난 소비잠재력은 여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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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리안은 냄새는 지독하지만 부드러운 과육의 식감과 당도가 탁월하다. '천국의 맛과 지옥의 냄새를 가졌다'고 표현된다. 똑같아 보이는 두리안이지만 품종에 따라 맛이 다양한데 말레이시아 농업부에 지난해 기준 총 204종의 두리안이 등록될 정도다.
중국 내 두리안 소비량은 매년 20%씩 수직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이후 중국이 가장 많이 수입한 과일이 두리안인데 최근 2년간 수입량은 금액 기준으로 무려 60억달러(약 8조원)어치에 달했다. 올 1분기에도 전년 대비 154%나 늘어난 9만1400톤을 수입했다. 매년 세계 두리안 생산량의 약 91%를 중국이 빨아들이고 있으며 중국 효과로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의 두리안 재배가 지난해 기준 7년 전에 비해 60%나 늘어났다는 통계도 있다.
필리핀과 중국 간 두리안 계약이 특히 눈길을 끄는건 양국이 심각한 영토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미국의 전통적 우방이며 중국의 대양 진출을 막는 보루다. 남중국해에서 물리적 충돌을 수반한 분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필리핀에 대해 무역 보복을 하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중국과 필리핀 간 무역은 전년 동기 대비 16% 줄어든 541억달러였다.
특히 중국의 수입은 19%나 줄어든 143억6000만달러에 그쳤다. 이 가운데 중국이 돌을 거간꾼 삼아 필리핀과 은근슬쩍 대규모 두리안 계약을 체결했다. 두리안 시장에서만큼은 백기를 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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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 베트남이 수출한 두리안의 90%가 중국으로 들어갔고, 채소·과일 전체로 보면 60%가 중국으로 수출됐다. 점유율 60%는 10년 전에 비하면 세 배로 늘어난 비중인데 중국 향 수출량이 늘어나고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과정에서 두리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커피와 쌀 등 기존 작물을 두리안이 매우 빠른 속도로 대체하고 있다.
베트남에서 뽑혀나가는 커피나무를 보는 한국 커피시장의 시선은 불안하다. 베트남은 세계 최대 커피생산국 중 하나이며 한국에도 매년 엄청난 양의 커피를 수출한다. 지난해 한국의 커피(원두+생두) 수입량은 사상 최대인 20만톤, 금액으로 전년비 42.4%나 늘어난 13억달러(약 1.7조원)에 달했다. 그런 한국에 브라질(23%)과 함께 가장 많은 커피를 수출한 나라가 베트남(16%)이었다.
세계 최대 커피 공급망을 갖추고 있는 스타벅스의 원두 공급기지 중에서도 베트남은 중요하다. 브라질 등 라틴아메리카권역, 케냐 등 아프리카 권역과 함께 3대 공급권역 중 하나가 베트남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 공급권역이다.
베트남은 두리안 증산에 따른 커피 감산 데이터를 따로 집계하지는 않고 있지만 글로벌 커피 가격은 이미 꿈틀거린다. 국제상업거래소(ICE) 커피선물값은 13일 종가 기준 파운드 당 1.732달러인데,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엔 1달러 안팎이었다. 전 세계적 기후변화와 주요 경제권역들의 높아지는 무역장벽에 가뜩이나 상승세인 커피원두 가격에 두리안 효과까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우경희 머니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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