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찬서 윤동주 시 읊은 찰스 3세에… 尹, 셰익스피어로 화답

런던/김동하 기자 2023. 11. 22.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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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1일(현지시각)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찰스 3세 국왕 부부와 기념촬영하고 있다./뉴시스

2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찰스 3세 국왕이 한국어로 “영국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만찬사를 하자, 170여명의 참석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나왔다.

찰스 3세는 영어로 윤동주 시인의 ‘바람이 불어’에서 “바람이 자꾸 부는데 내 발이 반석 위에 섰다. 강물이 자꾸 흐르는데 내 발이 언덕 위에 섰다”라는 구절을 인용했다.

그는 “한국이 어리둥절할 정도로 빠른 변화를 겪고 있는 그 와중에도 자아감을 보존하고 있음은 한국의 해방 직전에 불행히도 작고하신 시인 윤동주가 예언한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바람이 불어’는 바람을 통해 자신이 느끼는 괴로움을 성찰하는 시다. 찰스 3세는 다시 한국어로 ‘위하여’라고 건배사를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저는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비틀즈와 퀸, 그리고 엘튼 존에 열광했다”며 “지금 해리포터는 수많은 한국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최근에는 한국의 BTS, 블랙핑크가 영국인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했다.

또 “한국의 BTS와 영국의 콜드플레이가 함께 부른 ‘마이 유니버스’는 전 세계 청년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다”며 “무엇보다 영국은 자유민주주의 정치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고안하고 선도해 왔다”고 했다.

21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 버킹엄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HB 중계 캡처

윤 대통령은 “오늘날 대부분의 현대 국가들이 영국 의회민주주의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았고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영국과 함께 전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 미래를 향해 굳건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이 6·25 전쟁 당시 8만여명을 한국에 파병한 것을 언급하며 “한국과 영국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피를 나눈 혈맹의 동지”라며 “우리가 미래를 위해 함께 하지 못할 일이 없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셰익스피어의 시에 나오는 ‘나에게 있어, 친구여, 당신은 결코 늙을 수 없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To me, fair friend, the United Kingdom, you never can be old”라고 건배를 제의했다.

만찬에는 추경호 기획재정부, 박진 외교부, 이상민 행정안전부,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재계에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자리했고, 블랙핑크(로제, 제니, 지수, 리사)와 토트넘 핫스퍼 FC 위민 축구선수 조소현 등도 참석했다.

영국 측에서는 리시 수낙 총리 부부와 윌리엄 왕세자 부부와 앤 공주, 티머시 로렌스 해군 중장, 글로스터 공작 등 140여 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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