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순 엄마'로 돌아온 김정은 "괴력 연기에 카타르시스"
"황금주는 돈과 괴력을 모두 갖추고 '플렉스'하는 인물이죠. 카타르시스를 많이 느끼면서 촬영했어요. 여성은 약자로 표현되기 쉬운데 힘과 돈을 모두 가진 인물이라 재미있어요."
오는 26일 종영을 앞둔 JTBC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강남순의 엄마 황금주를 연기한 김정은은 최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한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배역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황금주는 거대 전당포를 운영하며 막대한 부를 쌓은 인물로, 웬만한 일은 수고를 들일 필요 없이 돈을 써서 속 시원히 해결합니다.
게다가 '힘쎈여자' 가문의 여자답게 괴력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드라마에서 황금주는 잃어버린 딸 강남순을 찾기 위해 매년 10억 원의 상금을 걸고 괴력의 소녀를 찾는 대회를 엽니다.
남순을 되찾은 뒤에는 딸을 도와준 노숙자들에게 2억 원이 든 가방 두 개를 선뜻 내줍니다.
괴력을 써서 문제를 해결하는 장면도 등장합니다.
오토바이를 탄 남성이 무례한 말로 추파를 던지자 황금주는 상대 남성의 헬멧을 손으로 찢으면서 경고를 날립니다.
다른 장면에선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전당포 손님을 가볍게 집어던집니다.
김정은은 "사실 그동안 힘 있고 임팩트 있는 역할을 맡지 못했던 것 같다"며 "카리스마는 저와 거리가 있는 이미지라고 생각하셨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힘쎈여자 강남순'에서 김정은은 과거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강렬한 모습도 보여줬지만, 그가 아니면 해내기 어려운 연기도 선보였습니다.
바로 코믹과 진지함을 극적으로 오가는 모습입니다.
드라마 초반부 황금주가 남편 강봉고(이승준)와 결혼하는 과정을 담은 회상 장면에서 김정은은 과장된 포즈로 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자아내지만, 이어 황금주가 딸 강남순을 그리워하는 장면에선 눈물을 흘리며 애절한 감정을 표현했습니다.
김정은은 자신의 코믹 연기에 대해 "제가 부끄럽고 창피한 것은 아무런 문제 될 게 없다"며 "단지 시청자들이 보시기에 부끄럽지 않은지가 문제"라고 프로 의식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또 "자칫 허공에 붕 뜬 것처럼 흘러갈 수 있는 이야기를 땅에 안착시킬 수 있는 접착제 같은 요소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십 년 넘게 아이를 잃은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엄마의 마음이 바로 그런 역할을 해줬다"고 짚었습니다.
황금주는 단순히 주인공의 엄마가 아니라 드라마의 서브 주인공으로 활약합니다.
밤마다 오토바이를 타고 범죄자들의 뒤를 쫓던 그는 마약 유통 조직을 발견하고 이를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김정은은 오토바이를 타는 황금주를 연기하기 위해 오토바이 운전면허를 취득했다고 합니다.
그는 "연기를 위해서 뭔가 배우는 건 일종의 몸부림"이라며 "아무것도 배울 게 없으면 캐릭터를 이해하기가 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오토바이를 타고 날아다니다시피 하는 인물을 연기하는데 시동도 걸 줄 모르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습니다.
다만 김정은은 "직접 오토바이 장면을 촬영해봤는데 제 실력으로는 도저히 소화할 수 없었다"며 "대역 배우들이 촬영했고 저는 타고 내리는 장면만 최대한 섹시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정은은 이번 작품에서 마약 유통이 다뤄진 것에 대해 "사실 작년 말부터 올해 초까지 촬영하는 동안 드라마에 등장하는 마약과 관련한 내용이 먼 나라 이야기 같았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사전 제작 드라마인데 최근 현실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비슷해 주변에서 '최근까지 촬영을 한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 드라마 촬영은 올해 4월 마쳤습니다.
김정은은 진지함과 코믹함을 오가는 연기력으로 영화 '가문의 영광'(2002),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드라마 '여인천하'(2001) '파리의 연인'(2004) 등 여러 작품의 흥행을 이끌며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 활동이 전보다 뜸해졌고, 2020년 드라마 '나의 위험한 아내' 출연을 끝으로 3년 동안 그의 연기를 볼 수 없었습니다.
김정은은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가 조사한 11월 첫 주 드라마 출연자 화제성 순위에서 10위에 올랐습니다.
10위 안에 든 배우 중 가장 연장자입니다.
김정은은 "너무 바쁘던 시절도 있는데 결혼하고 외국에서 생활하는 시간도 길어지면서 점차 (연기에서) 멀어졌다"며 "가족과 소중한 시간을 보냈지만, 좋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을 보면 피가 끓는 느낌을 잊을 수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제 또래 여배우에겐 기회가 많지 않은데, 이번 드라마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건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힘쎈여자 강남순'은 다시금 내가 배우라고 생각하게 해 준 작품이에요. 배우가 연기를 하지 않으면 어떻게 배우라고 할 수 있겠어요? 이번 드라마가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모르겠어요."
(사진=JTBC 제공, 소속사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 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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