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인터뷰] "정우성이라는 바다에 헤엄치는 고래 황정민"…정우성도 기 빨린 '서울의 봄'(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배우 정우성(50)이 돌아왔다.
영화 '서울의 봄'(김성수 감독, 하이브미디어코프 제작)에서 수도 서울을 지키기 위해 반란군과 첨예하게 대립하는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연기한 정우성. 그가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서 스포츠조선과 만나 '서울의 봄' 출연 계기부터 작품을 향한 애정과 열정을 털어놨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 작품이다. 한국 현대사의 운명을 바꾼 사건 중 하나인 12.12 군사반란을 최초로 영화화한 '서울의 봄'은 치열했던 그날 서울에서 벌어진 일촉즉발의 대립을 극적으로 묘사,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해 관객에게 깊은 여운과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특히 장르를 넘나들며 강인함과 부드러움이 공존하는 연기로 사랑받는 정우성은 '서울의 봄'에서 장태완 소장을 모티브로 한 인물 이태신으로 변신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라에 대한 충성심과 신념을 가진 군인 이태신은 탐욕의 아이콘이자 권력을 위해서는 못 할 것이 없는 권모술수의 대가 전두광(황정민)이 일으킨 군사반란에 맞서는 진압군의 리더다. 전두광과 정반대 지점에 서 있는 이태신 그 자체가 된 정우성은 '나라 지키는 군인'으로서 본연의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캐릭터로 '서울의 봄'을 이끌었다.
이날 정우성은 "내가 촬영한 영화지만 '서울의 봄'을 보면서 기가 빨리는 느낌이 있었다. 김성수 감독 영화를 어느 순간부터 같이 연기를 하고 참여했지만 영화의 완성도가 만들어 내는 기운이 다르다. 하모니 속에서 캐릭터에 몰입했을 때 감정 이상을 느꼈다. '서울의 봄' 시사회를 보고 나서 영화 전체적으로 영화가 만든 공기에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고 자평했다.
'서울의 봄'에 참여한 과정도 특별했다.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이 '서울의 봄'을 연출한다고 했을 때 내게는 모니터만 부탁한 상태였다. 김성수 감독은 자신의 새 작품에 들어갈 때 내가 출연을 안 해도 모니터를 해달라고 종종 부탁했다. 그래서 '서울의 봄'을 모니터할 때도 굉장히 어려운 작품을 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나에게 본격적으로 제안이 왔을 때 보통은 '내게 오겠구나' 예상이 되는데 '서울의 봄'은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헌트' 촬영이 바로 끝날 때였고 제안을 받았을 때 '헌트'의 김정도 역과 중복된 이미지가 괜찮을지 묻기도 했다. 참여하는 당사자로 첫 번째 우려였다. 그래도 김성수 감독은 괜찮다고 하더라. 김정도는 대의명분을 쫓아가지만 이태신은 인간의 고뇌를 다룬 인물이라는 차별화는 있었다. 납득이 됐지만 그럼에도 김성수 감독과 밀당을 했다"고 웃었다.
그는 "김성수 감독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고 나와 뗄 수 없는 감독이다. 이 작품을 하긴 할 건데 사실 암담했다. 이태신을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모르겠더라. 실제로 촬영 때도 이태신이라는 인물을 만들면서 마음적으로 김성수 감독에게 많이 기댔다"고 곱씹었다.
우려와 걱정이 많았던 '서울의 봄'과 이태신. 캐릭터를 구축하기까지 어려움도 상당했다는 정우성은 "이태신은 객관적으로 봤을 때 외로운 캐릭터다. 내가 느낀 이태신은 속된 말로 앵벌이 연기다. 계속 빌고 간청하고 너무 답답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발현되는 외로움이 이태신이라는 사람을 구성하는 감정 요소가 된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김성수 감독이 원하는 이태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인간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선택의 양극단에 있는 인간의 삶이 잘 투영된 것 같다"고 곱씹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연기를 하면서 멋짐을 의식하게 되는데 그 멋짐을 의식하는 순간 멋이 없어진다. '멋있겠다' 의식하는 순간 멋이 다 날아간다. 그래서 이번 이태신 캐릭터도 그냥 그 감정에 충실하면 된다. 그리고 난 뒤 관객이 보고 평가해 주는 것을 느끼면 된다"며 "배우가 '나 스타야'라며 스타성을 의식하고 다니면 그때부터 흔히 '스타병'이고 사람들도 알게 된다. 영화 촬영할 때는 나도 멋짐을 의식하지 않았다. 다만 예외도 있다. 광고 촬영할 때 멋짐을 의식 많이 하게 됐다. 멋진 미소가 필요한 곳이고 다들 멋있다고 난리다. 연기할 때는 의식되는 순간 짧은 연기를 할 때도 미소가 떨리더라. 그래서 더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정우성은 '비트'(97) '태양은 없다'(98) '무사'(01) '아수라'(16)에 이어 다섯 번째 호흡을 맞추는 김성수 감독, 그리고 '아수라'에 이어 7년 만에 재회한 황정민을 향한 신뢰와 믿음도 털어놨다. 정우성은 "김성수 감독은 애증의 관계다. 김성수 감독은 내가 영화 작업을 하면서 처음으로 동료로 인정을 받고 영화 작업이 무엇인지 현장에서 깨우침을 준 사람이다. 나에게는 김성수 감독은 최고의 선배이자 동료이자 혹은 아주 귀찮은, 하지만 사랑하는 감독이다"고 애정을 쏟았다.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에 대해서는 "(황정민 형이)부러웠다. 보통 페르소나, 가면이라고 하지 않나? 가면 뒤에 숨을 수 있는 캐릭터였다. 황정민 형의 분장 테스트한 사진을 김성수 감독이 보내줬는데 그 가면을 쓴 정민이 형의 기세가 느껴졌다. 현장에서 민머리 황정민 형의 모습을 보기 싫었다. 보기 싫었는데 자꾸 보게 됐고 저 기세와, 저 불에 어떻게 하면 안 타 죽을지 연구했다. 정말로 제일 많이 관찰하려고 했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태신은 고작 흰머리만 몇 가닥 붙이는 정도였다. 전두광은 감정의 폭주이고 더 맹목적일 수 있는 힘이 느껴지는 캐릭터다. 이태신은 군인으로서 본분을 지키려는 인물이다. 자극적 요소의 해법을 찾을 수가 없는 캐릭터다. 그저 반응하고 지켜보고 더 맞는 방향으로서 가는 캐릭터다. 그런 부분에서 느끼는 답답함이 있었다. 안개 속에서 혼자 있는 기분이었다. 안개 속에서 머물러 있으면 안 되니까 계속 가긴 하는데 그게 어느 방향인지도 모르는 상태가 바로 이태신이다"며 김성수 감독은 황정민이 불이라면 내가 물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은 투명하고 유연하지 않나? 물을 표현하기 위해 차분함을 느끼려고 했다. 전두광은 개인적 사심의 폭주이기 때문에 더욱 이태신은 이성적으로 대처하려고 했다. 이태신은 한걸음 뒤로 물러서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했다. 캐릭터 이름을 떠나 정우성이라는 바다에 황정민이라는 고래가 헤엄치는 느낌을 받았다는 평도 받았다. 이태신은 물처럼 되고 싶었는데 그렇게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고마웠다"고 웃었다.
'서울의 봄'은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이 출연했고 '아수라' '태양은 없다'의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2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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