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엔저에 급증하는 엔화예금…장단점은?
엔테크가 대세…단기보단 장기 상품 추천
엔/원 환율이 약 16년 만에 최저치로 하락하자 엔화예금 잔액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역대급 엔저에 환차익을 노린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외국과의 금리 차이가 벌어진 점이 엔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는 모습이다. 다만 엔화 환율이 내년 상반기까지 반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엔화 예금 급격한 증가…요즘은 엔테크가 대세?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엔화예금 잔액은 지난 17일 기준 1조1753억엔으로 지난달말(1조487억엔)보다 1266억엔 늘었다. 특히 9월말에서 10월말까지 한달간 153억엔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엔화 예금은 보름새 10배 가까이 늘어났다.
올해 3월말 6222억엔까지 줄어들었던 엔화예금이 올해 9월 들어 1조엔을 넘어서면서 계속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달 엔화예금 월별 증가폭은 연중 최고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엔화예금이 급격하게 증가한 이유로는 엔/원 환율이 급락이 꼽힌다. 엔화의 경우 일본은행(BOJ)이 통화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 탓에 나홀로 약세를 이어가면서 엔화 환율은 800원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엔/원 환율은 4월 100엔당 1001.61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으나 일본 정부가 대규모 금융완화를 이어가면서 약세를 보이고 있다.
엔테크?…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엔테크의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는 '환전'이다. 금융사 환전 서비스를 이용해 원화를 엔화로 직접 바꾸거나 외화예금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엔화 현금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투자는 하고 싶다면 은행 엔화 예금이 그 방법이 될 수 있다.
조현수 우리은행 TCE강남센터 지점장은 "최근 엔화가 약세이기 때문에 엔화 예금을 추천한다"며 "엔화의 경우 10년 환율 대비에서 지금이 가장 저점으로 지금부터 조금씩 사놓을 경우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엔화예금 통장은 엔화 가치가 하락했을 때 원화를 엔화로 바꿨다가 엔화 가치가 오를 때 되팔면 환차익을 얻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이렇게 외환 가치가 상승하면서 발생하는 차익에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다만 환차익을 노리고 은행의 엔화예금 상품에 가입한 경우 예금 금리가 '제로' 수준으로 이자가 없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환율이 추가로 하락하면 원금 손실도 일어날 수 있고 현금으로 출금할 때 수수료를 내야 할 수 있다. 따라서 상품 조건을 잘 따져보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화예금(엔화예금)의 경우 금리는 중요하지 않다"며 "외화 예금은 환차익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상품으로 환율이 얼마나 뛰냐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엔화를 은행에 묶어두기보다 일본 증시에 투자해 환차익과 투자 수익을 모두 노릴 수도 있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일본 증시에 상장된 현지 기업 주식에 투자하거나, 일본 증시에 상장된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매수하고 있다. ETF의 경우 굳이 원화를 엔화로 바꾸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내 계좌 속에 들어 있는 원화로 엔화를 가지고 있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엔테크 지금이 타이밍?…단기보다는 장기에
시장에서는 지금이 엔화에 투자할 적기라는 반응이 많다. 다만 단기 투자보다는 ETF와 같은 장기 투자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신얼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외적으로 일본은행(BOJ)의 기준금리 정상화 압력이 높아지는 상황이기에 완화책을 장기간 유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스탠스 확인 후 BOJ의 정책 수정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강달러 현상이 재현됨에 따라 달러외 통화들의 약세 폭이 확대됐다"면서도 "엔화 또한 약세장이 지속되고 있지만 외환 당국의 개입 가능성에 상단이 제한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현재의 흐름이 고착화 되어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하장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점진적 통화정책 긴축화에 대한 기대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감을 종합했을 때 엔화 강세에 베팅하기 충분한 배경이라고 판단된다"며 "일본의 경우 내년중 통화정책의 긴축 방향으로의 선회가 예상되기 때문에 현시점 엔화의 약세 현상은 마무리 국면이라고 전망한다"고 예측했다.
그는 "우에다 총재가 물가 목표 달성이 가까워지면 초완화 정책 종료를 논의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하는 만큼 중단기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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