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성수 감독 “‘서울의 봄’ 운명적이었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skyb1842@mkinternet.com) 2023. 11. 22.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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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 감독이 ‘서울의 봄’을 연출한 이유를 밝혔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영화 ‘아수라’의 김성수 감독(62)이 7년 만에 ‘서울의 봄’으로 돌아왔다.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렸다. 군사반란이 전개된 9시간 동안의 자료가 제대로 남아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 빈틈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했다.

김성수 감독은 개봉을 앞두고 “이렇게 좋은 반응은 처음이라서 얼떨떨하다. 제가 나이가 많고 40~50대 분이 흥미가 있을 이야기지만, 20~30대에겐 너무 옛날이야기니까 관심이 있을까 싶더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서울의 봄’을 연출하게 된 이유에 대해 “고등학교 3학년 때 집이 한남동이었는데, 외무공관을 통제하더니 총소리가 나더라. 너무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무섭기도 했다. 제 인생에 지워지지 않은 선명한 기억이다. 나중에 그날이 중요한 날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당시에는 숨겨진 이야기라 궁금했고 저 나름 상상을 했는데, 나중에 그 사건에 대한 기록이 공개되고 그걸 보면서 하룻밤 사이에 벌어지다니 놀라움과 충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젠가 영화로 찍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은 했다. 제가 특별히 관심이 있는 사건이라 내가 그날 근처에 있었다고 주변 사람에게 많이 말했다. 그래서 ‘서울의 봄’ 시나리오를 받은 순간 운명적이라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너무 잘 알려진 이야기라 자신이 없더라. 불법적으로 승리한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가 싶더라”고 고백했다.

더불어 “시나리오는 여러 번에 걸쳐 쓴 거라 완성도는 높았다. 그 당시 기록을 잘 압축한 시나리오였다. 너무 진짜 같아서 오히려 감독으로서 흥미롭지 않았다. 그래서 고사했지만 절 움켜잡고 있었다. 이 영화가 다큐는 아니니까 내 해석과 만들어진 세계관 안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할지 생각했고, 10개월 지나고 나서는 굉장히 하고 싶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그날의 궁금증을 품에 안고 살아온 그는 ‘서울의 봄’을 “운명”처럼 느꼈고, 고민 끝에 메가폰을 들게 됐다.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기에 각색에도 신경 썼다.

김성수 감독은 “이야기를 다룰 때 여러 방식이 있다. 주인공의 주관적인 1인칭 시점.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다룰 때도 있다. ‘서울의 봄’은 군사 반란을 일으킨 전두광과 무리의 대척점에서 맞서는 인물을 부각해서 관객이 이 이야기를 보게 만들면 승리의 기록이 아니라 얼마나 잘못했는지 드러나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실제 사건에 발목이 잡혀있었다. 너무 알려진 이야기라 그대로 해야지 싶었는데 그대로 할 거면 내가 왜 하는가 싶더라. 어렸을 때부터 겪은 일을 상상하고 제 머릿속에 그렸다. 그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한 거지만 중요한 순간에 내린 결심과 결정 판단 양심 욕심 등이 뒤엉키면서 그들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으로 흘러갔다고 생각한다. 인간군상의 휘몰아치는 상황을 보여주면 익히 다 알려진 이야기지만 재미있지 않을까 싶었다. 관객들이 재미있게 봐야 하니까 흥미진진하고 액션 스릴러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성수 감독이 ‘서울의 봄’에서 함께한 황정민 정우성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을 연기한 황정민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보물”이라고 치켜세우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김성수 감독은 “황정민이 제일 먼저 정해졌다. 강력한 반란군의 리더이자 무시무시한 야욕의 왕을 연기해야 하는데 결정은 쉽지 않았을 거다. 정치적으로 쉽지 않은 역할이고 어려운 역할이다. 이걸 용감하게 선택해서 자기 방식대로 표현한 것에 대해서 영화감독이고 동료지만, 황정민에게 감동했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연기자로서는 독보적 천재다. 그런 용기와 어려운 분장의 과정을 거리낌 없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 가면을 쓰고 근사한 연기를 펼쳤다는 것에서 훌륭한 배우라고 생각하고 위대한 배우라고 생각했다”며 칭찬했다.

‘비트’ ‘태양은 없다’ ‘무사’ ‘아수라’에 이어 다섯 번재로 호흡을 맞춘 정우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정우성에 대해 “제일 좋아하고 신뢰하는 배우다. 우리 영화 속 이태신은 마지막까지 항전하는 책임감 있는 사람의 모습이다. 그 위치에서 의무를 저버리지 않는, 직업의식과 소명이 있다. 보통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책임감의 영역을 넘어서는 인물인데, 정우성도 자기 신념이 강하고 흔들림이 없는 사람이다. 처음에는 ‘헌트’ 촬영이 바로 끝나서 고민하길래 꼭 해야 한다고 부탁드렸다. 일단 하겠다고 하면 열심히 성실하게 하는 사람이고, 훌륭하게 이태신 장군을 해낸 것 같다”며 애정을 드러냈다.

정우성이 자신의 페르소나라는 표현에는 손사래를 치며 “전 평균 이하의 외모고 그 사람은 대단한 미모를 가진 인간이다. 그건 아닌 것 같다”면서도 “동료지만, 정우성을 높이 평가하는 건 정말 영화를 사랑하고 촬영장을 사랑하고 열심히 한다. 그리고 자기가 연기하는 그 순간에 그 배역의 감정이 진짜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 인물의 진심을 닿아야지만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고지식한 사람이다. 그런 진심을 존경한다”고 이야기했다.

김성수 감독은 황정민 정우성 외에도 ‘서울의 봄’에 힘을 보탠 배우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영화에 중요한 캐릭터만 60명이다. 처음엔 40명으로 줄여보자고 했는데 욕심이 났고 역할과 이름이 늘어났다. 존재감과 실재감이 필요했고 연기를 잘해야 하는 분들을 캐스팅해야 했다. 정말 캐스팅 기록만 해도 난중일기처럼 할 수 있다. 어떤 캐릭터가, 어떤 분이 더 마음이 가고 중요하다고 하기엔 정말 굉장히 훌륭한 분들이 와주셨다. 제가 ‘아수라’ 때부터 모든 장면을 리허설한다. 제 영화 속 인물이 가만히 있거나 서서 대화하는 경우가 없다. 지방 세트장에서 촬영했는데 내려와서 분장하고 촬영하다 보면 화면에 걸리지도 않는데 다들 똑같은 에너지로 열심히 해주더라. 십시일반으로 마음과 정성을 보탰구나 싶었다.”

김성수 감독이 다소 긴 러닝타임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사진|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에 대한 사랑으로 지금까지 달려온 그는 앞으로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영화를 오랫동안 만들면 잘하게 될 줄 알았다. 오히려 오래 하다 보니까 만들 때 외적인 그런 것을 더 계산하고 눈치 보는 노회한 생각이 커지더라. 젊었을 때는 집안에서 반대해도 영화에 미쳐서 짝사랑에 빠져서 언젠가 나는 괜찮은 영화를 만들 거라는 마음으로 산 너머 먼 하늘에 별 박고 그 별빛 따라 걸어가는 영화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있었다. 그 아스라한 별에 닿지 못하겠지만 그런 마음으로 했다. 이제 영화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해서 ‘아수라’는 마음 가는 대로 했던 영화다. 다들 시나리오는 좋다고 했는데, 안 될 것 같다고 하면서도 불쌍해서 그런지 도와주더라. 그렇게 소수지만 좋아하는 분들이 생겼고, ‘서울의 봄’을 찍을 수 있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제가 멜로를 찍을 것 같지는 않고, 권력 다툼이나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다투는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저는 인간의 갈등과 그로 인해 빚어지는 관계의 드라마가 흥미롭다. 다양한 장르를 하는 감독은 아니라서 제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이야기를 계속하게 될 것 같다”며 미소 지었다.

“처음에는 ‘서울의 봄’도 러닝타임 3시간이 나왔고 솎아내는 과정에서 줄어들어 2시간 반 정도가 나왔다. 더 줄이려고 하는데 정말 손가락을 자르는 느낌이더라. 더 못 자르겠다고 해서 보니까 2시간 15분 정도가 됐다. 길지만 필요했고, 제작사 대표도 이 정도는 있어야 설명이 된다고 공감해 줬다. 디렉터스 컷은 생각도 안 한다. 자른 다음에는 미련을 가지면 안 된다. 디렉터스 컷은 영화가 훌륭하고 사람들이 아쉬움이 있고 감독님은 꼭 보여주고 싶어야 나오는 거다. 지금은 생각조차 안 한다. 현재 버전이 사랑받길 바란다.”

[양소영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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