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클리닉]수술 어려운 췌장암, 협진 통한 맞춤치료로 완치율 높인다
고령화와 생활습관 서구화함에 따라 담도·췌장 질환 호소하는 환자 늘어
서울아산병원 담도·췌장센터 박도현 센터소장,, 2020년 8,414명에서 2040년에는 1만6,170명으로 증가할 전망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최근 고령화와 생활습관의 서구화에 따라 담도·췌장 질환을 호소하는 환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2020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은 우리나라 전체 암 발생 순위 중 8위를 차지하고 있다. 췌장암 연간 발생 환자 수는 2000년 2,710명에서 2020년 8,414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40년에는 1만6,170명으로 늘어 간암보다 많은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름조차 생소한 담낭암, 담도암은 췌장암에 이어 국내에서 아홉 번째로 높은 암 발생률을 기록하고 있다. 담도암 연간 발생 환자 수는 2000년 3,131명에서 2020년 7,45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생각보다 담낭암과 담도암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서울아산병원은 담도·췌장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담도·췌장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소화기내과, 간담도췌외과, 영상의학과 등 여러 진료과와 협진 시스템을 구축해, 환자 상태에 맞는 최선의 진단과 치료를 결정하고 있다.
◇ 췌장암 환자 85% 수술 어려워
췌장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율이 10% 이하로 매우 낮은 암이다. 췌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는 증상으로는 복통, 황달, 소화불량, 체중 감소, 당뇨병 등이 있다. 또한 식욕 부진이나 복통 등으로 인해 체중이 감소할 수 있는데, 6개월에서 1년 간 이유 없이 평소 체중의 5% 또는 4.5kg 이상 감소됐다면 췌장암을 의심해볼 수 있다. 또한 지방의 불완전한 소화로 인해 지방변이나 회색변이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 식후 통증, 누워있거나 수면 중에 복통 또는 등 통증의 악화, 구토, 오심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하며 당뇨병이 새로 발생하거나 기존에 앓고 있던 당뇨병이 악화되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담도·췌장센터를 맡고 있는 소화기내과 박도현 교수는 “대부분의 췌장암 환자가 명치나 배꼽 주변에서 생기는 모호한 복통을 호소하지만 초기 증상이 애매해 진료를 받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증상이 생겼다면 병원에 방문하고, 평소 주기적으로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담낭암은 복토이나 간 기능 이상 보여
담낭암 초기에는 대부분 증상이 없고 간혹 복통이나 간 기능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담낭암이 진행돼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오른쪽 상복부 또는 명치 통증이나 황달, 체중감소, 식욕부진, 오심, 구토, 피로가 나타날 수 있다.
담도암의 가장 흔한 증상으로는 암이 담즙의 통로인 담도를 막아서 나타나는 황달이다. 담도염이 없는 한 열은 대개 없고 담도 폐쇄는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황달은 담도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상태에서 나타나며 통증이 동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황달이 나타나면서 가려움증, 갈색뇨, 회색변이 나타날 수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 오한, 발열도 발생할 수 있다.
췌장암은 크기가 작더라도 췌장 주변의 중요 장기나 큰 혈관으로 침범했다면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전체 췌장암 환자의 15% 정도에서만 수술이 가능하다. 조기 담낭암의 경우 담낭절제술만으로 90% 이상의 완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진행성 담낭암의 경우 근치적 수술 후에도 5년 생존율이 20% 미만으로 보고되고 있다. 담도암은 절반 정도가 수술이 가능한데, 수술을 받은 환자 중 20~40%에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췌장암, 담도암, 담낭암 모두 수술이 불가능한 경우에는 항암치료나 방사선치료를 시행한다. 항암치료에 잘 반응해 암의 크기가 줄어들면 수술을 시도해볼 수 있다.
◇ 치료 계획 등 상담해주는 심층진료 시행
췌장·담낭·담도암은 과거 불치병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료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조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을 최대한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직계 가족 중 2명 이상에서 췌장암이 있는 경우, 점액성 췌장 낭종, 50세 이후 당뇨병이 생기거나 제2형 당뇨병 환자 중에 갑자기 혈당 조절이 안 되는 경우 등에서 복부 CT·MRI·내시경 초음파 등으로 췌장암 선별 검사가 권고된다. 하지만 췌장암 고위험군 환자의 생애 췌장암 발생 위험도는 5% 내외로 알려져 있어 일정 간격으로 영상학적 검사를 받는 경우 얼마나 효율적으로 췌장암 선별 검사가 가능할지 미지수이다.
따라서 우선 췌장암 발생 위험 인자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에 흡연하고 있다면 금연을 하는 것이 중요하며, 고열량 식이를 피하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고, 비만 관리를 위해 규칙적으로 운동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서울아산병원 담도·췌장센터에서는 중증 질환인 췌장암, 담낭암,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충분한 시간동안 질환 및 치료 계획에 대한 상담을 제공하는 심층 진료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여러 진료과와 협진하여 환자 상태별 맞춤 치료방법을 제공하고 있다.
박도현 서울아산병원 담도·췌장센터장(소화기내과 교수)은 “최근 췌장·담낭·담도암은 새로운 항암제 등 치료 방법이 발전하면서, 아직까지 다른 암에 비해 여전히 치료가 어렵지만 치료 가능한 환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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