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포퓰리즘법" 野 강행하는 횡재세법…전문가들도 '갑론을박'
금융권 "고래 싸움에 은행만"…'2조원' 재원 마련·분담 고심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금리 상승기를 맞아 높은 이자이익을 거둔 은행을 겨냥한 '횡재세'(windfall tax)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금융지주 회장들을 만나 이자 부담 경감을 통한 상생금융 방안을 요청했다. 반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에 횡재세 도입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횡재세 법안 발의한 野…이재명 "與, 횡재세 도입 위해 협력해 달라"
21일 국회에는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됐다.
해당 개정안은 금융사의 지난 5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면 '상생금융 기여금'이라는 명목의 부담금을 부과·징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해당 법안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및 홍익표 원내 대표 등 55명이 서명했다.
금융권에서는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약 1조9000억원의 부담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대표는 지난 1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들 70% 이상이 횡재세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도 '소상공인이 은행의 종노릇을 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해가면서 은행권의 고금리 이익을 질타한 바 있다,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횡재세 도입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해달라"고 촉구했다.
횡재세법은 이날 소위에서는 다뤄지지 못해 오는 28일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횡재세 도입' 반대…"유연하고 정교한 대응 필요"
반면 금융당국은 이같은 국회의 횡재세 '입법' 논의에 대해 우려 섞인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20일 김주현 위원장은 8대 은행금융지주 회장단과 개최한 금융지주 회장단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횡재세는) 법을 통해 하는 것보다 업계와 당국이 합의할 수 있다면 논의를 통해 세부적인 상황까지 챙기면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대 의사를 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정부·여당은 은행 초과이익 문제에 대해 시장경제 원리와 맞는 방향으로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야당의 횡재세법은) 내년 총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김주현 위원장은 "실리콘밸리 은행이 망하고, 크레디트스위스 같은 곳이 합병될 거라고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냐"며 "이처럼 금융시장은 계속 변하고 불확실한 상황이 많기 때문에 유연하고 정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다만 금융권에서 부담할 상생금융 규모에 대해서는 횡재세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회사들과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이 아니면 안 된다고 말씀을 나눴다"며 "횡재세 관련 법안이 국회에 나와있는데, 국민이 요구하는 수준이 어느정도 라는 점에 대해 감안을 할 거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어제 금융당국이 은행 지주 회장들을 불러 모아 상생 금융을 하라며 '돈을 더 내놓으세요'라고 압박하는 것은 전형적인 관치 금융의 모습"이라며 "대놓고 국회 입법 대신 정부와 은행이 '유연하고 정교하게 대응하는 것이 낫다'며 김 빼기에 나섰는데, 이것은 정부의 국회 입법 논의 방해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학계도 횡재세·부담금 도입 및 방식 두고 '갑론을박'
이같은 부담금, 또는 횡재세 도입과 관련해서는 학계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은행의 초과이득에 대한 부담금 도입 가능성은 공감하면서도 '방식'에 대해 여러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세금의 형태로 횡재세를 걷는 것은 세금의 안정성을 떨어트리기 때문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특정 업종에 대해서만 세율을 정해서 하는 것은 타당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최근 논의된 초과 이득에 대한 부담금은 고려할만 하다"며 "강력한 라이선스 하에서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로 많은 수익을 낸 부분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반면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금융사들 입장에서 부담금을 2조원을 내라고 하는 것은 똑같은 상황"이라며 "둘 사이에 차이가 없다면 관치가 아니라 기본적으로 법치 방식 따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계 입장에서도 부담금을 입법을 통해 법제화하지 않으면 언제 내야 할지, 얼마를 내야 할지 기준이 없어 더 불안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특정산업을 차별하면 안 되는 법인세 방식으로는 안 되고 (횡재세를) 부담금 방식으로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규제 산업이자 독과점 산업으로 특혜를 받아온 은행업은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부담금을 부과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횡재세든 상생금융이든…금융권은 '2조원' 재원 마련에 고심
금융권에서는 정치권과 금융당국 모두에서 2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제시된 만큼 재원 마련과 분담에 고심하는 모양새다.
일단 금융지주사들은 향후 발생할 이자부담의 일부를 경감하는 방식을 적극 검토해 세부적인 지원규모 등 최종방안을 은행연합회를 통해 연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오르고 내리는 게 은행 탓도 아닌데 금리상승기에 이익이 올랐다고 돈을 걷어갈 거면 금리 인하로 이익이 줄면 정부에서 이를 보전해주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며 "총선을 앞두고 정부, 여당과 야당 사이 고래싸움에 금융권이 공공의 적이 된 느낌"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어 "금융권에서 공동으로 상생금융 금액 방안 마련 논의가 진행될 텐데 은행별 자산이나 이익 규모도 다 달라 협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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