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내부 경쟁으로 긴장감 불어넣었다

울산/장민석 기자 2023. 11. 22.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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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2연패 울산 홍명보 감독
프로축구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이 지난 21일 오후 울산시 동구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많은 분이 울산 현대 정도 멤버라면 ‘내가 감독을 해도 우승시키겠다’라고 말씀을 하곤 해요. 근데 사실 울산은 (전에도) 늘 멤버가 좋았습니다. 그럼에도 16년간 우승을 못 했죠. 울산을 2년 연속 K리그 정상에 올려놓는 게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자부심을 느낍니다.”

2023시즌 프로축구 K리그1(1부)이 팀당 2경기씩 남겨 놓은 가운데 울산 현대(승점 73·22승 7무 7패)는 지난달 29일 35라운드에서 대구FC를 2대0으로 물리치며 일찌감치 우승을 확정했다. 2021시즌부터 울산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54) 감독은 K리그에서 2년 연속 우승한 역대 여섯 번째 사령탑이 됐다.

21일 울산광역시 동구 울산 현대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홍 감독은 “17년 만에 우승했던 작년에 비해 감정의 진폭이 덜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도 올 시즌엔 홈관중 앞에서 우승을 확정해 더욱 의미가 깊었다”고 말했다. 리그 3경기를 남겨 놓고 팡파르를 울렸지만, 올 시즌 위기가 없지는 않았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지난 7월 국가대표 수비형 미드필더 박용우(30)가 알 아인(UAE)으로 이적한 이후 팀이 눈에 띄게 흔들렸다. 5연승을 달리던 팀이 박용우가 빠진 뒤 5경기에서 1승 1무 3패로 부진했다.

홍 감독은 “확실한 대체 자원이 없는 상황이었지만, 박용우에겐 좋은 기회라 생각해 대승적으로 보내줬다”며 “그 빈자리는 조직적으로 메울 수밖에 없었다. 고민 끝에 스리백(최종 수비수를 3명 두는 전술)을 들고나와 1대0으로 승리한 8월 전북전이 우승으로 가는 결정적 경기가 됐다”고 말했다.

프로축구 울산 현대 홍명보 감독이 지난 21일 오후 울산시 동구 구단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홍명보 감독은 울산 사령탑으로 지낸 지난 세 시즌은 끊임없이 선수들을 설득하고 이해시키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울산은 수준 높은 선수로 이뤄진 팀입니다. 이들을 일방적으로 끌고 갈 순 없어요. 선수들이 같은 목표로 그라운드에서 ‘원 팀’으로 싸우게 해 승리를 이끌어 내는 것이 저의 가장 큰 임무였습니다.” 필요할 땐 특유의 카리스마를 뽐냈다.

그는 “올 시즌 스타급 선수가 벤치를 지키는 데 불만을 품고 훈련 때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모든 선수 앞에서 공개적으로 질책한 적이 있다. 뻔히 잘못된 행동을 하는데 그냥 넘어가면 팀 구성원들 신뢰를 잃을 수 있다”고 했다. 중동 클럽 이적 제의를 뿌리치고 팀에 남아 우승에 큰 힘을 보탠 김영권(33)이 올 시즌 가장 고마운 선수 중 하나다.

홍 감독도 평소 맨체스터 시티 등 유럽 명문 축구 구단 경기를 자주 본다. 어떤 축구가 이상적인 축구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현재 팀이 보유한 선수들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선수들이 안주하지 않게 내부 경쟁을 적절하게 이끌어 내는 것도 감독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포지션별로 경쟁자를 둬 끊임없이 긴장하고 더 노력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이다.

홍명보 감독은 한국 축구에서 빠질 수 없는 레전드(전설)다. 1995년 프로축구 사상 처음으로 선수 연봉 1억원 시대를 열었던 그는 지난여름 울산과 3년 연장 계약을 체결하며 프로 감독 최초로 연봉 10억원 주인공이 됐다.

홍 감독은 “잘하면 인정받는 것이 프로의 세계”라며 “내년엔 더 빠른 축구로 시즌 3연패(連覇)를 이뤄내겠다. 궁극적으론 성적을 넘어 울산 구단에 좋은 유산을 남기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고려대 체육교육학과 87학번인 홍 감독은 이번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LG 트윈스를 응원했다고 했다. 염경엽 LG 감독이 고려대 87학번(법학과) 동기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2022-2023시즌 KGC(현 정관장)를 프로농구 정상에 올려 놓은 김상식 감독도 고려대 법학과 87학번.

“상식이가 작년 말 저에게 우승 기운을 받겠다고 울산에 내려와 같이 밥을 먹었는데 그래서인지 올해 정상을 밟더라고요. 경엽이도 이번에 한국시리즈 챔피언이 되면서 동기들이 모두 우승을 했네요. 여러모로 기운이 좋은 한 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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