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 SSG, 용진이 형 숙제까지 주어졌다... '41세' 추신수-김강민에는 최악 시나리오
이숭용 감독은 21일 인천의 한 호텔에서 SSG의 제9대 감독으로서 가진 취임식에서 "정용진 구단주님이 굉장히 어려운 숙제를 주셨다. 성적과 육성 모두를 잡아달라고 하셨다. 성적만 생각했다면 다른 분을 찾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동안의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두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게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SSG는 지난 17일 2년간 계약금 3억 원, 연봉 3억 원 등 총액 9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이숭용 감독을 제9대 사령탑에 올렸다. 지난해 통합우승을 이룬 김원형 감독을 1년 만에 경질하고 이 감독을 선택한 데에는 세대교체가 그만큼 절실했던 탓이다.
이 감독은 선수 시절 5년간 팀의 주장을 맡으며 리더형 카리스마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은퇴 후에는 해설위원을 거쳐 2014년 KT의 타격코치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했다. 2019~2022년까지 단장을 역임하며 2020년 KT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끌었고, 2022시즌 도중 육성 총괄로 보직을 이동해 어린 선수들을 살폈다. 다양한 보직을 경험한 커리어만 아니라 원팀(One-Team)을 추구하는 방향성이 SSG의 마음에 쏙 들었다.
김성용 SSG 단장은 감독 선임 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이 감독은 최종 면접 당시 원팀(One-Team)을 무척 강조했다. 다른 곳과 소통, 협업 등을 이야기하면서 '2군 선수와 1군 선수 모두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다. 이 선수들을 필요한 곳에 쓰겠다'고 했다. 우리도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감독을 찾고 있었는데 그 부분에 다들 굉장히 높은 점수를 줬다"고 밝혔다.
구단과 현장의 마음은 일치했지만, 육성과 성적이 조화를 이루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이 감독은 진정한 육성은 유망주가 1군에서 뛰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이 감독은 "단장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 육성은 1군에서 써야 이뤄진다는 것이다. 2군에서 아무리 잘하고 열심히 한다 해도 1군에서 경험한 것과 다르다. 퓨처스 쪽과 계속 소통하고 있다. 열심히 하고 절박하게 야구하는 선수를 기용하려 한다. 기량이 올라오는 선수를 퓨처스 쪽에서 추천해주면 적극적으로 폭넓게 기용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그 말인즉, 유망주들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현재 베테랑들은 1군 자리를 내줘야 한다는 뜻이고 세대교체의 칼바람을 피할 수 없는 '41세 최고참' 추신수, 김강민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올해 추신수와 김강민은 지명타자로서 주로 기회를 받았다. 두 사람이 주로 뛰고 있는 지명타자 자리는 언뜻 수비 능력이 떨어진 베테랑들을 위한 포지션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타격 재능이 있고 수비는 아직 부족한 어린 선수들에게도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될 수 있다. 구단 입장에서도 타격 재능이 있는 어린 선수들을 실험하기 좋은 장치다.
그렇다고 이들을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막다른 골목으로 내몬 것은 아니다. 이 감독은 KT 시절부터 인화력이 좋은 인사로 평가받았다. 이날 취임식에서도 "선수 중심의 야구를 하고 싶다. 장점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도록 많이 이야기할 것"이라며 "(최근 난장 토론을 연 이유로)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어 자리를 마련했다. 감독으로서 권위 의식을 없애고 편안하게 대화하려 한다"고 소통을 중시했다.
리빌딩이 아닌 리모델링을 이야기했고 유망주들이 베테랑을 기량에서 앞서 자연스레 그 자리를 대체하는 그림을 원했다. 이 감독은 "SSG는 내실을 다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베테랑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데 어린 선수들이 치고 올라올 수 있는 경쟁력이 중요하다. 그렇게 어린 선수들이 성장한다면 팀은 늘 상위권에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말로 하면 베테랑도 어린 선수들보다 기량이 월등하다면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말과 같다. 올해 추신수는 112경기 타율 0.251, 12홈런 40타점 65득점 6도루, 출루율 0.377 장타율 0.395 OPS 0.772를 기록했고 이 중 우익수로는 25경기(187⅓이닝)에 출전했다. 김강민은 타율 0.226, 2홈런 7타점 OPS 0.627로 전체 70경기 중 37경기(216이닝)는 외야수로 나왔다. 냉정히 말해 두 사람 모두 지명타자 자리를 지킬 정도의 성적은 내지 못했고, 현역 연장을 위해서는 올해보다 더 나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있어야 한다.
이 감독은 "추신수, 김강민 선수와 아직 만나거나 통화를 하진 않았지만, 의견을 존중하고 맞춰 가려 한다. 특히 추신수는 메이저리그를 경험하고 왔고 선수단 리더라 더욱 존중하려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인천=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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